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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스타워즈 3주역 인터뷰

중앙일보 2015.12.20 16:17

세계적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는 눈에 띄는 세 배우가 있다.
'스타워즈' 원년 멤버와 호흡을 맞추며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에 크게 기여했다. 영국 출신의 두 신예 데이지 리들리(23), 존 보예가(23)와 이들에 맞서는 악당 카일로 렌을 연기한 미국 배우 아담 드라이버(32)가 그들이다. 이달 초 내한 당시 그들은 매거진M과 따로 만나 SF영화의 새로운 전설에 가세한 각별한 소회를 털어놨다.

카일로 렌 役 아담 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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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시리즈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이전에는 ‘프란시스 하’(2012, 노아 바움백 감독) ‘인사이드 르윈’(2014, 에단 코엔·조엘 코엔 감독) ‘위아영’(5월 14일 개봉, 노아 바움백 감독) 같은 독립영화에서 주로 연기했는데.

“대작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모두 느꼈다. ‘깨어난 포스’를 촬영하면서 정작 이런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것 역시 독립영화와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큰일을 이루기 위해서도 결국은 하루하루의 작은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인물의 감정을 어떻게 진실하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하고,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하는 것은 블록버스터나 독립영화나 다를 바 없다.”

-카일로 렌은 과연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의 다스 베이더(제임스 얼 존스·목소리 출연)를 능가하는 악당이 될까.

“카일로 렌은 다스 베이더를 우상처럼 우러러본다. 그처럼 모든 것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존재가 되고 싶어한다. 그 경지에 오르기 위해 카일로 렌이 여러 노력을 하는 모습이 ‘깨어난 포스’에 그려진다.”

-다스 베이더처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연기했다.

“그 점에 도전하고 싶어 카일로 렌 역을 맡았다. 얼굴로 감정을 드러낼 수 없다는 제약이 오히려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 것 같다. 눈빛이나 표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연구하는 작업이 매우 흥미로웠다. 또 카일로 렌이 마스크를 쓰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로 한 것 자체가 그를 연기하는 데 아주 중요한 단서라 여겼다.”

-악당을 연기하는 재미라면.

“어릴 적 ‘스타워즈’ 시리즈를 볼 때도 정의로운 반란군보다는 제국군 다스 베이더의 어두운 면에 끌렸다. 부모님 말씀 듣기 싫어하는 내 안의 반항심이 정당화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웃음). 카일로 렌 역을 맡아 무자비하게 힘을 휘두르는 연기를 하는 것도 물론 재미있었다. 카일로 렌은 악당이지만 사실 약자나 다름없다. 카일로 렌에 맞서 싸우는 레이, 핀(존 보예가), 조종사 포(오스카 아이삭)는 무려 세 명이지 않나. 수적으로 카일로 렌이 불리하다(웃음).”

-자쿠 행성의 넝마주이에서 우주의 운명을 짊어진 전사로 성장하는 레이(데이지 리들리)와 카일로 렌이 광선검 결투를 벌이는 장면이 이 영화의 절정을 이루는데.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가장 힘든 장면이었다. 원래 사흘에 걸쳐 찍을 예정이었는데, 결국 3주가 걸렸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몸무게가 4.5㎏이나 빠졌다. ‘깨어난 포스’의 가장 큰 볼거리가 되는 장면이지만, 에이브럼스 감독님은 처음부터 볼거리를 위해 이야기를 희생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광선검 결투 장면을 찍을 때도 이 장면을 통해 어떻게 하면 이 영화의 이야기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광선검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꿈을 꾸는 것 같았다(웃음). 가슴이 벅찼다는 표현이 제일 잘 어울릴 것 같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잘 보면 영화마다 광선검의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깨어난 포스’를 찍을 때는 3D 프린터기로 실제 빛을 뿜어내는 광선검을 제작했다.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광선검이라 자부한다.”

레이 役 데이지 리들리 & 핀 役 존 보예가

-자쿠 행성의 넝마주이로 살아가던 레이는 카일로 렌에 맞서 우주의 정의를 지키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새로운 ‘스타워즈’ 3부작의 여자 주인공이란 점에서 시리즈 첫 3부작의 레아 공주(캐리 피셔)를 떠올리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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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레이와 레아 공주는 둘 다 강인한 여성이지만 다른 점도 많다. 레이는 레아 공주처럼 왕족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홀로 성장한 인물이다. 그렇다고 싸움에 능한 여전사도 아니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인물이다.”

-제국군의 잔당인 퍼스트 오더의 돌격대원인 핀은 원래 오로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레이를 만나 정의의 편에 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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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예가 “레이가 이기적인 남자를 변화시킨 거라 보면 된다(웃음). 레이가 정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용기를 내는 모습에 감화된 거다. 난 그런 핀의 모습이 보통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평소 우리는 굳이 용기를 발휘하거나 남을 위해 희생할 필요가 별로 없다. 그러다가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럴 때 우리 안의 두려움이 용기로 변하기도 한다. 관객들이 핀에게서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기를 바란다.”

-두 사람 모두 신인 배우로서 이토록 유명하고 거대한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리들리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에이브럼스 감독님이 내게서 솔직하고 용감한 여성을 잘 연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것 같다. 마지막 오디션을 마치고 레이 역을 맡게 될 거란 확신은 없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는 기분이었다.”

보예가 “난 첫 번째 오디션을 완전히 망쳤다고 생각했다(웃음). 그런데 다음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와서 놀랐다. 그때 핀이란 캐릭터가 보여줘야 하는 매력이 뭔지 감을 잡았다. 오디션이 몇 달 동안 이어졌는데 마지막 오디션에서 리들리와 함께 연기했다. 호흡이 정말 잘 맞아서 ‘우리 두 사람 말고 누가 레이와 핀을 연기할 수 있겠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웃음). 5년 전, 시리즈 영화에 출연하는 기회를 잡고 싶어 런던의 집을 떠나 LA에 왔다. 그때 꿈꿨던 자리에 지금 있을 수 있다니, 정말 기분 좋다.”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가 아나킨(헤이든 크리스텐슨)과 루크(마크 해밀)의 여정이었다면, ‘깨어난 포스’부터 새로 시작되는 3부작은 레이의 여정이 중심이 된다고 보면 될까.

리들리 “난 ‘스타워즈’ 시리즈에는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가 단 한 편도 없다고 생각한다. 한 솔로(해리슨 포드)와 레아 공주 없이는 루크의 이야기를 결코 완성할 수 없지 않나. 또 ‘스타워즈’ 시리즈는 화면에 단 10초만 등장하는 인물이라도 비중 있게 그려지는 게 특징이다. 팬들이 그것을 다 기억하기 때문에 모든 인물과 이야기가 한데 엮여 거대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깨어난 포스’에서도 레이와 핀은 함께 모험을 시작해, 각자의 여정을 떠난다. 인물 각자의 모험이 얽히고설키는 것이 ‘스타워즈’ 시리즈만의 매력 아닐까.”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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