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코스피 ‘2000+ 시대’ 기대 접어야

중앙선데이 2015.12.20 01:42 458호 18면 지면보기
올해도 주식시장이 2000의 벽을 넘지 못하고 끝날 것 같다. 단순히 앞자리가 2냐 1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2000을 넘어 장기 상승의 토대를 만들었느냐 하는 면에서 보면 실패가 분명하다. 주가가 처음 2000을 넘은 게 2007년이었으니까, 햇수로 8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2000을 넘기 위한 시도가 17번 있었다. 빈번한 시도 때문인지 이제 2000은 투자자들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하는 지수가 되고 말았다. 지난 40년간 대세상승은 8년 뿐1975년 주식시장은 73으로 시작했다. 지금이 2000 정도니까 40년 만에 26배 오른 셈이다. 상승은 철저히 계단식이었다. 76년에 주가가 처음 100에 근접했지만 이 지수를 벗어나 새로운 상승 추세가 만들어지기까지 9년을 기다려야 했다. 1000 돌파는 더 힘들었다. 89년 처음 1000을 넘은 이후 주가가 더 이상 1000 밑으로 내려오지 않는 상황이 될 때까지 17년이 걸렸다. 그리고 지금 2000에서 8년째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40년간 우리 주식시장은 ‘장기 횡보-4~5년간 급등 후 또다시 장기 횡보’의 형태를 반복해 왔다. 그 때문에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을 기록한 건 8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32년은 횡보하거나 하락 이후 회복하는 형태였다.

일러스트 강일구



어떻게 해야 2000이란 벽을 넘을 수 있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야 한다. 2003년에 주가가 1000을 넘어 대세 상승에 들어간 원동력도 이익이었다. 분기당 8조~10조 수준에 머물던 상장기업 영업이익이 구조조정 효과와 중국 특수가 맞물리면서 2004년 20조원로 늘어났다. 이런 변화가 코스피 지수 1000을 넘는 기반이 됐을 뿐 아니라, 2007년까지 주가를 배 이상 끌어 올리는 역할을 했다.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2010년 이후 이익이 30조에서 18조까지 줄어들면서 주가가 2000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주가가 횡보하면서 우리 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 때문에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올해는 또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이익 규모가 2010년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주가가 오르지 못했다. 이익 증가의 상당 부분이 유가하락 등 비용 절감에서 왔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미 숫자를 넘어 이익의 질을 따지는 단계로 발전했다.



노동 생산성, 투자는 10년간 답보이익이 늘어나려면 기업이 더 효율적인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은 이익 창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코스피 지수가 1000을 넘을 당시 우리 기업들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평균 6% 정도였다. 외환위기 이전 박리다매형 매출 구조가 하나를 팔더라도 많은 이익을 남기는 고급형으로 바뀌는 과정이었다. 최근 상황은 2004년에 못 미친다. 노동 생산성 증가율이 2010년 4.9%를 정점으로 낮아지기 시작해 작년에 1.2%까지 떨어졌다. 매출액은 2012년 5%대 증가에서 3% 감소로 변했다.



기업의 효율성을 짧은 시간에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는 힘들다. 2004년에 시작된 이익 증가는 이전에 대규모 정보기술(IT)과 시설 투자 덕분이었다. 지난 10년간 투자가 극히 부진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당분간 큰 폭의 이익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



낮아진 이익 창출 능력을 메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을 발굴해야 한다. 지난 1~2년 사이 조선·건설·철강·운송 등 주력 산업에 속해 있는 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이들 기업이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던 비중을 감안하면 코스피 지수가 2000을 유지하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 공백을 화장품을 비롯한 내수소비업종과 게임·엔터테인먼트 같은 콘텐트 산업이 메워 왔다.



코스피 100은 경공업이 우리 산업의 중심일 때 올라 갈 수 있는 최고 지수였다. 같은 관점에서 보면 2000은 중후장대형 산업구조로 오를 수 있는 최대치다. 과거 업종 대표주는 경기가 아무리 둔화되더라도 주가가 최고치 대비 50%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반면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가면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승이 이뤄졌다. 이제 그런 상황은 다시 오지 않는다. 경기가 회복돼 조선·철강주 주가가 오르더라도 이는 80%에 달하는 하락폭을 50%로 줄이는 과정일 뿐 과거처럼 새로운 고점을 경신하는 힘은 없다.



내년에 새로운 산업 발굴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고 주가가 2000을 넘을 수 있을까? 힘들다. 국내외 경제가 안 좋다. 지난 10년간 기업들의 소극적인 투자로 결실을 거둘 수 있는 산업도 없다. 조선·철강·건설 등의 공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가는 이익으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높다.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넘어 2500, 3000으로 전진하는 상황은 당분간 기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그림이 만들어지려면 상장기업의 분기별 영업이익이 40조, 50조원으로 늘어나야 하는데 아직 가능한 숫자가 아니다.



 



 



이종우?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