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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망할라고 그라제 … 그래도 선거 땐 헤쳐 모여야제”

중앙선데이 2015.12.20 01:30 458호 3면 지면보기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왼쪽)이 17일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해 “호남 차별의 한(恨)을 풀어드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광주은행 본점에서 직원들과 악수하는 안 의원. [중앙포토]



“둘 다 망할라고 그라제. 정권교체는 어쩔라고 밥그릇 싸움하고 있어. 황주홍이도 공천 안 주니까 탈당한 거 아니여. 국민은 뒷전이고 지들끼리 탈당하고 복당하고 갈라졌다 난리여. 나는 다 안 찍어. 싹 쓸어내야 혀.”


안철수 따라 탈당한 호남의원 지역구 가보니

전남 강진에서 보석방을 운영하고 있는 박안춘(66)씨는 지역구 국회의원 황주홍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던 날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SUNDAY는 안철수 의원에 이어 새정치연합을 떠난 탈당파 3인방(문병호·황주홍·유성엽 의원) 중 황 의원과 유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강진과 전북 정읍, 그리고 광주의 민심을 1박2일간 취재했다. 이 지역에 불어닥친 매서운 칼바람만큼이나 민심은 싸늘했다. 야권이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바람이 크다 보니 비판의 수위는 더 높아지는 듯도 했다. “아무도 안 찍는다”던 박씨도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나중에 선거 되면 헤쳐 모여 해야제”라고 혼잣말을 했다.



“찍고 욕하느니 안 찍고 욕하는 게 낫제”전날 밤 쌓인 눈 위에 또다시 함박눈이 내린 17일 강진읍내에서 마주친 민심은 복잡다단했다. 황 의원의 탈당에 대해선 사람마다 평가가 엇갈렸다. 윤형재(53·약사)씨는 “하나 갖고도 어려운데 갈라지면 그 탈당 자체만으로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다”고 비판했고, 편의점 주인 원창근(50)씨 역시 “오메, 갑갑하네”라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수퍼마켓 주인 이종길(49)씨는 “황주홍이 간다면 난 안철수 신당을 밀겠다”며 황 의원을 응원했다.



야권 분열의 책임이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 중 누구에게 있는지도 사람마다 생각이 달랐다. 동물병원에서 만난 지역주민 위성신(71)씨는 “문재인 대표가 지 맘대로 공천을 해서 (재·보궐선거 때마다) 실패했으믄 이제 물러나야제”라고 안 의원을 두둔했다. 미용실에서 만난 손님 송모(52·여)씨도 “문재인이 떠나야제, 너무 욕심부리는 것 같다. 안철수가 탈당 잘했다”고 했다. 옆자리의 친구 윤모(52)씨도 “여그서는 문재인은 별로”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반면 인근 시장통에서 만난 주부 전모씨는 “안철수 신당은 호남에서도 힘들다. 문 대표처럼 거기(안 의원)도 경상도 사람인데 지역감정을 없앤다면서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고 안 의원을 비판했다. “호남권이 차별받던 김대중 전 대통령(DJ)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안철수 신당 아닌가”라면서다.



야권의 오랜 내전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편의점 주인 원씨의 부인(44)은 “찍고 욕하느니 안 찍고 욕하는 게 낫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새정치연합은 이제 안 찍을 것 같아. 당파 싸움만 하면서 내놓은 것도 없고 새로운 당(안철수 신당)이 나와도 잘할 것 같지도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약사 윤형재씨도 “문재인과 안철수 둘 다 대안으로서의 입지를 잃었다”며 “향후에 제대로 돌아가는 게 정상적이라면 야당을 지지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너무나 비정상”이라고 했다. 거리에서 만난 김건호(66)씨는 “빨리 통합해야지. 안 그럼 다 죽어. 합당은 도저히 안 되니까 단일화를 해야지. 오죽했으면 DJ도 JP(김종필 전 총리)함께 (연합)했겄어”라고 했다.



“강철수 맨키로 하믄 좋겄는디”유성엽 의원의 지역구 전북 정읍도 혼돈 상태였다. 탈당을 잘했다는 사람, 못했다는 사람, 일단 지켜보겠다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샘고을시장 건어물가게에서 만난 상인 이만식(61)씨는 “여그 사람들은 거의가 유성엽이 움직인 대로 갈 것이여. 안철수한테 간 것이 좀 낫지”라고 했다. 반면 정육점 여주인 이모(59)씨는 “자기 이익 따라 가는 거지 뭐. 사람들 말 들어보믄 유성엽이 욕하는 사람은 있어도 칭찬하는 사람은 없더라”고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반면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도현(54)씨는 “(진심으로) 뭣을 해볼라고 안철수한테 갔능가, (비전 없이 몸만) 요리 갔다 저리 갔다 한 것인가 (우리가) 판단해서 잘 거시기(투표) 할 것이여”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안철수 신당에 대해선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그 당을 지지할지는 조심스러워했다. 한약방 주인 안모(80)씨는 “안철수가 (요즘 별명인) 강철수맨키로 했으믄 좋겄는디, 허긴 요새는 세게 좀 나오더라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서도 유승민 그런 분들로 해서 몇몇이 안철수허고 동조하고 손학규 이런 분들로 (진용을) 짜고 나서불믄 분위기가 그리로 확 변해부러”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함께 대화를 나누던 전직 교수 최모(82)씨도 “안철수가 요즘엔 정치를 좀 배운 것 같애”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신당 후보를 찍겠느냐’는 질문엔 두 사람 모두 “내가 누구 찍을란다 그 소리는 경솔허지. 더 나순(나은) 사람이 나오면 그 사람 찍지”(안씨), “민심이라는 게 고속으로 변하거든. 안철수가 강철수 됐다, 쓸 만하다, 달라졌네 밀어줄까 생각도 들고 시일 남았으니까 두고 봐야 혀”(최씨)라고 말을 아꼈다.



시장에선 문재인과 안철수에 대한 즉석 토론도 벌어졌다.



▶건어물가게 상인 이만식씨=“문재인이는 문제가 있어. 통합을 헐라믄 대표 내려놓고 다음 대선 때를 생각해얀디.”



▶상인 백모(63·여)씨=“문재인이 절대 내려가야혀. 빨리 내려가야혀.”



▶손님 이용호(73)씨=“문재인이는 안 돼. 욕심이 너무 많아. 하지만 안철수도 마찬가지야.”



▶수퍼마켓 주인 김남선(79)씨=“안철수가 대권 양보했자녀. 경우가 한 번 줬으면 받아야 헌디 계속 거시기 할라믄 안 되지.”



문 대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높은 듯했지만 거리의 민심은 그렇게 일방적이지 않았다.



택시기사 한모(45)씨는 “문재인이가 당 대표 임기도 채우도 않았는디 실패했응게 나가라 하는 거 아녀 비주류들이. 그러믄 잘못허믄 다 그만둬야 되는디 그럼 누가 그거 책임져”라고 문 대표를 두둔했다. 또 다른 50대의 택시기사 김모씨도 “그래도 향수가 있으니까 새정치연합이지. 안철수는 별로 인기가 없어”라고 했다. 정읍시내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형태(68)씨는 “내가 문재인이믄 내려놓을 것 같어. 2보 진전을 위해 1보 후퇴해야지”라면서도 “안철수가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받으면 좋겄드만 안 받은 게 이해가 안 되더라”라고 두 사람 모두를 비판했다.



“임기 남은 문재인 그만두라니”안 의원이 강연차 광주를 방문한 17일 오후 강연장 주변의 양동시장은 손님들의 발길이 뜸했다. 상인들에게 야당 이야기를 물으면 “정치엔 관심 없다”고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꽤 많았다. 야권에 대한 실망감, 상처가 묻어났다.



생선가게 여주인 박범숙(54)씨는 “이쪽이든 저쪽이든 다 똑같애. 옛날엔 뉴스도 열심히 봤는데 요즘엔 갑질이나 한다고 해싸코 아예 안 봐부러”라고 했다. 내년 총선에 대해선 “관심 없당게. 기권해. 어떤 사람이 돼도 우리 같은 사람은 다 사는 게 똑같고 항게. 찍을 사람이 없어. 갈수록 그래”라고 토로했다. 양동시장에서 만난 정기석(69)씨와 유명종(74)씨는 “노무현 정부까지 민주당 지지자였지만, 그 이후론 쭉 새누리당을 찍는다”고 했다. 유씨는 “안철수 지가 김대중이여. 김대중이 평화민주당 만들어서 대통령 했지만 지가 할 수 있겄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송정역으로 향하는 택시에서 만난 40대 기사도 야당 소식엔 관심도 없다는 듯 “옛날엔 야당이었는디 인자 새누리당 찍어라”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 와중에 “안철수가 밉지만 그래도 안철수”(김진영·58·건어물가게)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가구거리에서 난로에 언 손을 녹이던 백모(65)씨도 “이쁘지는 않아도 안철수 신당에 투표해야제”라고 했다. ‘왜 예쁘지 않으냐’는 질문엔 “그분은 지도자감이 아녀. 정치를 할라믄 뭔가 카리스마가 있어야제 우리 DJ 대통령같이. 야권에 사람이 없당게”라는 푸념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충장로에서 담배를 피우던 최모(73)씨는 “천정배 당선도 친노가 싫응게 역반응으로 나온 거여. 덜 미운 사람 찍는 거제”라면서 새정치연합보다는 안철수 신당에 무게를 뒀다.



안 의원을 두둔한 이들은 문 대표를 향해 “혁신은 할라 했으믄 진즉 했어야제 인자 (안철수가) 뻥 나갔는디 되겄습니까”(백씨), “크고 작은 선거에서 전패했는디 책임지는 사람도 하나도 없잖아요”(김씨), “문재인이가 당대표 주고 대권으로 가면 되는데 기득권 갖고 친노랑 끝까지 가니까”(최씨)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새정치연합을 맹렬하게 비판하던 신발가게 사장 최모(62)씨는 “지금은 비록 탈당하고 나왔지만 언젠간 손잡고 야당을 함께 끌고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태로 간다믄 새누리당이 220석, 새정치가 40석, 안철수가 10석 그러고 끝나요”라고 우려하면서다. 갈가리 찢긴 야권이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호남의 속내가 최씨의 한숨에서 묻어나왔다.



 



 



광주·강진·정읍=추인영기자?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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