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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위기도 위기 … 신흥국 실물 흔들리면 한국도 위험”

중앙선데이 2015.12.20 01:24 458호 6면 지면보기
미국이 7년간 이어오던 ‘제로 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0~0.25%에서 0.25~0.5%로 0.25%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세계의 중앙은행 격인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리면서 지구촌 전역에 퍼져 있던 자본 흐름은 크게 방향을 틀게 됐다. 새로운 자본 흐름의 방향과 크기에 따라 금고가 두둑하지 못한 국가일수록 경제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금리 인상발 ‘머니무브’가 던지는 충격파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는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까. 거시경제 전문가인 성태윤(45)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와 김성태(41) 한국개발연구원(KDI) 동향전망팀장에게 들어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성태 KDI 동향전망팀장



고용 자신감 바탕으로 자산 인플레 제동
-결국 올렸다. 미국 경기가 그만큼 좋아졌나.▶성=“고용 회복이 핵심이다. 한 달에 20만 명 이상 신규 고용이 창출되고 실업률이 5% 밑으로 내려갔다. 통상적인 기준으로 완전고용에 가깝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자체는 올 2분기에 3.9%까지 갔다가 최근 2%대로 다시 내려왔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0.5%여서 목표치 2%와는 괴리가 있다. 다른 지표를 보고 금리를 올린 건 아니라는 얘기다. 앞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때 전통적으로 해외 이슈를 언급하지 않는 Fed가 중국 경기 침체를 이유로 들었다. 중국의 경기 위축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금리를 올렸다는 건 그만큼 미국 고용시장이 매우 안정됐다는 얘기다.”


미국 금리 인상, 막 오른 ‘대균열의 시대’

▶김=“실업률·성장률·가계소득 같은 실물 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다. 회복 추세에 대한 자신감이 기저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주목할 점은 자산 가격이다. Fed는 자산 가격이 펀더멘털에 비해 훨씬 올라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 총수요가 회복세이긴 하지만 아직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고 있어서 금리 인상을 좀 더 미뤘어도 되는데 올린 것은 결국 자산가격 상승에 브레이크를 걸려는 목적으로 본다.”



신흥국 내부의 취약성 노출될 수도
-신흥국에 주는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김=“양적완화 종료 2년 만에 처음으로 올렸다. 그동안 충분히 예견된 충격이고 방향성이다. 그런데도 내심 불안하다. 세계가 신흥국을 불안한 눈길로 쳐다보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이 향후 금리를 점차 올리면서 생길 금융 불안이 신흥국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터뜨리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자체가 충격이어서 휘청이는 게 아니라 신흥국과 자본 수출국의 내부 취약성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면 금융불안이 실물경기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다.”



▶성=“예견된 위기도 위기다. 실물경기가 가라앉는 가운데 외화부채까지 많다면 특히 그렇다. 금융과 실물 둘로 나눠볼 수 있는데 신흥국에서도 금융채널은 이미 예견된 형태로 작동 중이다. 자본 유출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실물로 전이되느냐 여부인데 전이가 사실상 시작됐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동남아·중동 국가들이 원자재 수출에 경제를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있었는데 금리 인상이 이를 가속화할 수 있다. 중국 경기 부진도 원자재 수출 국가들의 경기 침체에서 비롯됐다.”



미국·중국 경기 따로 노는 게 문제
-과거와 달리 유럽·중국·일본의 통화정책이 미국 금리 인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인가.▶김=“소위 ‘대균열(great divergence)’이라고 하는 현상은 결국 따지고 보면 ‘G2(주요 2개국) 리스크’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추세가 엇나가는 ‘디커플링’에서 생기는 것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나자마자 부채 구조조정을 했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가계부채를 줄였다. 가계가 구매력을 회복하자 공급 부문에서 제조업이 부활하고 생산성도 높아졌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한 것도 미국은 물론 세계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됐다. 중국이 GDP 대비 6~7%를 투자에 쏟아부었다. 중국이 살아나면서 세계 경제가 살아났는데, 이제 중국에 과잉투자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 문제다. 중국 내에서 내수 위주 성장론이 나오는 것도 그동안의 투자가 지속가능한 형태가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성=“대균열이 온 것은 미국 경기 움직임과 나머지 전 세계 경기 움직임이 달라서다. 지금까지는 G1이 움직이면 같이 움직였다. 미국 경기가 회복한 메커니즘이 두 가지다. 하나는 통화정책, 또 하나는 제조업 부활이다. 돈을 푸는 동안 제조 경쟁력까지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미국 경기가 회복을 하면 미국이 다른 나라의 상품을 소비해줌으로써 전 세계 경기가 함께 회복되는 ‘낙수효과’가 있었는데 이제는 다르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원활히 늘지 않는다. 공급 축이 미국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 경기 회복의 효과를 중국이 못 누린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미국으로의 직접 수출과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이 모두 부진하다. 미국 금리 인상의 배경이 된 경기회복의 파급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국 금융시장 직접 영향은 작을 것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많고 경상흑자 기조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신흥국과는 상황이 다르지 않나.▶성=“금융시장 채널에서는 직접 타격이 없을 것이다. 외환시장과 부채관리를 해왔고 외환보유액도 넉넉하다. 주목할 것은 실물의 영향이다.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중국 경기가 휘청이면 한국 경기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달러가치가 올라가서 원화 값이 싸지면 수출이 살아나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어려움이 여기서 비롯된다. 예견된 위기여서 직접 타격은 없다 해도 신흥국의 실물경제 침체와 수출 감소의 영향이 한국에까지 미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외화부채가 많은 국가들은 자국 통화가치가 절하되기 시작하면 기업채무·국가채무가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원자재 수출 국가들과 외화표시 부채가 많은 국가들이 위기를 퍼뜨리는 매개체가 될 것이고 중국과 한국 경기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김=“KDI가 최근 미국이 금리를 1% 올렸을 때를 가정해 분석해 보니 직접 채널, 그러니까 우리나라 성장률이나 경상수지에 곧장 주는 영향은 별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이 영향을 받고, 그 신흥국의 위기가 한국 시장에 영향을 주는 모델을 분석해보면 훨씬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의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 내부에서 경기 방어를 해야 하는데 신흥국은 그게 매우 취약하다. 금리 인상이 신흥국 실물경기 부진으로 연결되느냐에 한국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실물경기가 지금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기업들의 수익성이 부진한 상태가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움직일 수 있고 이게 다시 국내 금융 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



재정정책 아끼고 적극적 통화정책 펼쳐야
-우리 정부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나.▶성=“정부는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 우선 실물경기를 적극 부양해야 한다. 유럽이나 일본이 대균열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금리를 오히려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 물론 그 이전에 부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부채 구조조정 조치들과 금리를 낮추는 정책이 결합돼야 한다. 거시건전성 관련 정책을 매우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에선 금리나 통화정책을 경기부양 형태로 취해야 한다. 그래야 금융에서 발생하는 자본 유출을 감수할 수 있다. 재정을 더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결합해 시행하면 효과는 물론 크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민간 부실의 책임을 정부가 져야 하는 ‘소버린 리스크’가 생길 수 있어 재정정책보다는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통화정책을 통해 재정에 생길 수 있는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는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취했다고 위기가 오는 일은 없다. 그러나 국가 부채가 높아지면 글로벌 위험 요인이 높아진다. 재정정책은 아껴두는 게 낫다.”



▶김=“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한다는 얘기가 나온 게 2013년부터다. 신흥국이 불안에 떨었다. 실제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돈이 우리나라로 유입됐다. 그해 7~8월에 주가가 무척 올랐다.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이 신흥국과 그만큼 차별화돼 있다. 외환보유액, 정부 부채비율이 다 견실하다. 신흥국에 위기가 크게 퍼지지 않고 불안한 정도로만 지속된다면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자산의 안전 피난처, 즉 ‘세이프 헤븐(Safe Haven)’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자산 시장은 안정화되면서 오히려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신흥국이 생각보다 많이 흔들리고 성장세가 크게 추락하면 우리나라도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책은 긍정적 시나리오보다 안 좋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 2004년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내리면서 역전된 적도 있었다. 우리 사정에 맞게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정부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2%대에 맞추고 필요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물론 부채는 관리해야 한다. 부채를 관리해둬야 한은이 통화정책을 운용할 공간이 커진다. 구조조정도 절실하다. 외환위기 직후엔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당시엔 ‘안 하면 다 죽는다’는 공감대가 있어서 진행이 용이했다. 지금은 꼭 필요한데 공감대도 절실함도 없다. 부실 기업을 끌고 가다 위기를 맞은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 경제 상황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구조조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성=“미국 연준은 두 가지 책무를 띠고 있다.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다. 이번 인상은 최대 고용 메커니즘에서 이뤄졌다. 물가 인상의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에게도 그만큼의 시간 여유가 있는 셈이다. 이 시간 동안 우리의 실물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 미국과 금리 차이가 많이 나면 어떤 나라도 버틸 수 없다.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기 전에 정책당국은 실물 경기를 회복시키는 정책을 펴되 추가적인 부채 확대는 막아야 한다.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키지 않고 자기자본의 형태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활발히 움직일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줘야 한다.”



▶김=“지금 세계경제 상황은 우리에게 기회일 수 있다. 미국 빼놓고는 다 안 좋다는 게 세계경제의 문제다. 일본은 20년 침체에 갇혀 있고 중국도 예년만 못하다. 유럽도 노쇠했다. 과거에 비해 세계경제 전반의 파이가 커지는 속도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미국 외에는 이 파이를 누가 가져갈지 주인이 결정되지 않았다. 과거와 다른 점이다. 미국이 가장 많이 가져간다 해도 우리의 내부 경쟁력을 키우면 전보다 훨씬 큰 파이를 차지할 수 있다. 지금은 자칫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조금만 현명하게 움직이면 예전보다 더 큰 파이를 누릴 수 있다. 구조조정과 자산건전성 관리 두 가지가 결국 핵심이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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