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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은 박병호>박석민, 타자 가치는 박석민>박병호

중앙선데이 2015.12.20 01:00 458호 23면 지면보기

자료: 이영훈 서강대 교수·오태연 서울대 스포츠경영 박사과정



영화 ‘머니 볼’의 실제 주인공인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은 선수들의 몸값을 계량화한다. 이를 위해 예일대 경제학과를 나온 피터를 부단장으로 영입한다. 타자를 뽑을 때는 출루율과 장타율을, 투수를 뽑을 때는 평균 자책점과 이닝당 출루허용률을 중시한다. 계량화된 수치보다 고평가된 선수들은 부자구단에 팔아넘기고 저평가된 무명 선수들을 영입한다. 가난한 구단인 오클랜드는 빈 단장의 혁신으로 2002년 20연승이란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한다. 최근 프로야구에선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WAR(win above replacement)이란 수치를 종종 사용한다. WAR이란 대체선수(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량을 가진 가상의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말한다. 통계를 분석해 선수의 가치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NC다이노스 배석현 단장도 지난달 30일 3루수 박석민(30)을 영입하면서 WAR을 언급했다.


승리기여도 RBWAR로 본 프로야구 선수 몸값

그는 “WAR 분석 결과 박석민 선수는 국내 야수 중 최정상급 성적을 최근 수년간 꾸준히 내고 있다. 해마다 4~5승을 더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박석민, 해마다 4~5승 더 할 선수"프로야구 역사가 130년이 넘는 미국에서는 야구 기록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가 발달했다. 통계 분석을 통해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여러 지표가 만들어졌다. 홈런·타율·평균자책점·다승 등 기록을 통합해 단순화 시킨 것이 특징이다.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선수 가치평가 지표가 WAR이다. WAR이 1.0인 선수는 대체선수가 뛰었을 때보다 한 시즌에 1승 더 팀에 공헌한다는 의미다. NC는 이 통계 분석을 신뢰했고, 박석민에게 역대 FA 최고 금액인 4년 최대 96억원을 투자했다.



이영훈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와 오태연(서울대 스포츠경영 박사과정)씨는 최근 집필한 연구논문 '한국 프로야구 선수의 가치평가모형'을 기초로 올 시즌 프로야구 선수들의 가치를 측정했다. 이 자료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산하 야구발전실행위원회가 발간하는 『2015 야구발전보고서』에 수록될 예정이다. 이영훈 교수 연구팀은 회귀분석을 근거로 선수들의 승리 기여도를 측정해 RBWAR(regression-based WAR)이라는 지표를 만들었다. 승리 기여도는 곧 선수의 가치가 되는 셈이다. 연구팀은 지난 13년간 KBO에서 발표한 72개 기록을 분석했다. 각 기록의 가중치를 회귀분석을 통해 산출해 시즌별 투고타저 등 경기양상이 변하는 점을 반영했다.



WAR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체선수의 기준이다. 가상선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MLB 방식의 WAR에서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뛰는 선수 기록을 대체선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RBWAR은 각 기록의 분산을 계산한 뒤 평균기록에서 ‘0.5×표준편차’만큼 차감된 기록을 반영해 모든 기록에서 이런 성적을 올린 선수를 대체선수로 정의했다. 이 교수는 “각 성적이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하면 대체선수는 1군 선수 100명중 84번째 선수가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WAR를 제공하는 기록 사이트 스탯티즈의 경우 MLB에 비해 선수층이 얇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대체선수는 한 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때 2군에서 가장 먼저 올라올 수 있는 정도로 본다.



2015년 RBWAR 타자 1위는 박석민이다. 올 시즌 삼성에서 활약한 박석민은 소속팀에 6.1승을 기여했다. RBWAR을 기준으로 할 때 NC는 탁월한 선택을 한 셈이다. 박석민은 올 시즌 타율 0.321, 26홈런·116타점을 기록했다. 타율과 타점에서 자신의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기량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2위는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29·미네소타)였다. 타율 0.343, 53홈런·146타점을 기록한 박병호의 RBWAR은 5.96이었다. RBWAR에서는 포지션과 변수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 한다. 줄곧 1루수로 뛴 박병호는 포지션 가중치(-1.25)에서 손해를 봤지만 ‘핫코너’라 불리는 3루 수비를 소화한 박석민은 플러스 가중치(+0.25)를 적용받았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초로 40홈런(47개)-40도루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와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에릭 테임즈(29·NC)는 RBWAR을 기준으로 8번째(4.63)에 랭크됐다. 이 교수는 “타점·홈런에서 6개 차이가 났고 득점권 타율에서 0.310을 기록한 테임즈보다 박병호(0.375)의 기록이 좋았다”며 “테임즈는 박병호보다 2루타 7개, 볼넷 25개가 많았지만 회귀분석 결과 볼넷의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낮고 타점·홈런·득점권 타율 등은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투수 RBWAR 1위는 롯데의 조시 린드블럼(28)이 차지했다. 린드블럼은 올 시즌 롯데의 팀 성적에 9.97승을 기여했다. 그는 210이닝(1위)을 던져 13승(공동 7위)11패, 평균자책점 3.56(5위)을 기록했다. 204이닝(2위)을 던져 19승(1위)5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한 NC의 에릭 해커의 RBWAR은 9.71이었다.



 



FA 계약으로 본 1승 가치 4억8900만원연구팀은 2014~15년 자유계약선수(FA)들을 대상으로 RBWAR 1승의 화폐가치도 매겼다. 2015년 투수 FA의 1승당 가치는 7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3억9800만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윤성환(4년 80억원), 두산 장원준(4년 84억원) 등 우수한 선발 투수가 FA로 나왔고, 올해는 정우람(30), 롯데 손승락(33) 등 마무리 투수가 시장에 많이 나왔다. 이 교수는 “RBWAR에 의하면 전반적으로 마무리보다는 선발 투수의 가치가 높게 측정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마무리를 선발과 비슷한 비중으로 중시하며 연봉도 많이 주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올해 FA 시장에서는 연봉은 많으면서 RBWAR이 낮은 마무리 투수들 때문에 1승당 연봉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한화와 4년 총액 86억원에 계약한 정우람의 RBWAR은 1.23으로 전체 58위였고, 4년 60억원의 조건으로 롯데에 입단한 손승락은 0.85(78위)에 불과했다. 전체 선수를 기준으로 하면 1승당 가치는 4억8900만원이다. 타자의 경우 지난해 1승당 3억1100만원에서 3억9800만원으로 증가폭이 작았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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