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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먼저 화성에 첫발 딛는다

중앙선데이 2015.12.20 00:30 458호 3면 지면보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탐사에 이용할 로봇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시험가동에 들어갔다고 영국 BBC방송이 지난 4일 보도했다. 발키리라는 이름의 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는 이미 지난달 미국 MIT와 노스웨스턴대에 한 대씩 보내져 극한의 별인 화성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동작이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 작업에 들어갔다.



키 188cm, 몸무게 124kg공식 명칭이 R5인 발키리는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린든 존슨 우주센터의 엔지니어팀에 의해 개발됐다. 불과 아홉 달 만에 설계부터 제작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BBC에 따르면 발키리는 신장 188㎝에 몸무게가 124㎏에 이른다. 건장한 인간보다 조금 더 크고 무거운 정도다. 원래 이 로봇은 재난 시 구조팀이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들어가 인간을 구조하는 재난구호용으로 설계됐다. 휴머노이드형 재난 로봇은 우주, 심해, 지하, 화산이나 용암지대 주변,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 추운 극지대, 전쟁터, 방사능이나 화학 오염시설, 화재 현장, 응급의료 현장 등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서 인간을 구조하거나 인간 대신 작업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를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세밀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정밀 기계·전자·컴퓨터 공학 기술이 집약됐다.


재난 구조 로봇 ‘발키리’의 변신

?화성을 비롯한 우주 공간에서 NASA가 부여한 고도의 임무를 수행하려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고도 작업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자동차를 비롯한 다양한 탈것을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작업장의 파편을 깨끗하게 치우고, 장애물을 부수고 돌파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 정도는 가능해야 우주에서 인간을 대신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NASA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발키리가 극한의 조건에서 제대로 움직이는지 시험을 거쳐 우주 탐사용 로봇으로 선정했다. 여기에 적용된 것이 미국 방위고등연구기획국(DARPA)이 주관하는 ‘DARPA 로봇 경진대회(DRC)’의 기준에 맞는 다양한 시험이다. 미국 국방부 산하 기관으로 미래 과학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임무를 맡은 DARPA는 엄청난 희생자가 발생한 2011년 일본 도후쿠 대지진을 계기로 재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DRC를 창설했다. 로봇에게 차량 운전, 차량에서 내리기, 문 열고 들어가기, 밸브 잠그기, 전동공구로 벽 뚫기, 플러그 뽑기, 장애물 돌파하기 등 여덟 가지 임무를 수행하게 한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DRC에선 한국의 KAIST가 개발한 ‘휴보’가 이를 훌륭하게 수행해 우승했다. 발키리도 여기에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증명해 NASA에 의해 선택된 것이다.



 NASA는 발키리의 잠재력을 보여주기 위해 이 로봇이 전자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몸을 비틀며 춤추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이 때문에 발키리에게는 ‘댄싱 로봇’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로봇 춤을 감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발키리가 얼마나 인간에게 가까운 유연한 자세와 동작을 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춤 동작을 통해 인간과 최대한 가까운 동작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떠한 공학적인 개선이 필요한지를 살펴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처럼 DRC 기준에 입각한 다양한 시험가동을 통과한 것은 물론, 춤을 통해 유연하고 정밀한 동작까지 가능함을 보여준 끝에 화성 탐사용 로봇으로 선정된 것이다.



인간 탐사대 활동 터전 마련NASA의 발키리 팀장인 니컬러스 래드퍼드는 “우리는 화성에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발키리를 화성에 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에 따르면 NASA는 인간보다 발키리를 먼저 화성에 보낼 예정이다. 이 로봇은 인간 탐사대가 화성에 도착해 생활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미리 현지에서 터를 닦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 뒤 인간이 화성에 도착하면 이들과 함께 서로 밀접하게 협업하면서 인류 주거지 건설 등 인간의 화성 정착을 위한 작업을 하게 된다. 초보적인 인공지능을 갖춘 발키리는 인간이 부리는 기계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인간의 히말라야 탐험이 현지 셰르파 부족 출신 안내인의 도움을 받아 이뤄졌듯이, 인간의 우주 탐사는 발키리 로봇의 선구적인 임무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셈이다.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발키리는 임무만 맡기면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형 로봇이다. 기계가 스스로 움직이려면 인간이 축적한 온갖 첨단기술이 총동원된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갖춘 컴퓨터는 물론 센서와 카메라 등 다양한 장비가 필요하다.



?발키리의 작동 원리는 무인으로 질주하는 자율주행 차량과 비슷하다. 우선 외부의 지형지물을 확인하는 라이다(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와 동영상 카메라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라이다와 동영상 카메라가 확보한 데이터를 본부의 대형 컴퓨터나 로봇을 리모트 컨트롤하는 인간에게 알려주는 쌍방향 무선통신기기가 필수적이다.



무인 자동차 원리와 비슷 특이한 것은 온몸이 센서투성이라는 점이다. 우선 발바닥에는 압력의 정도와 방향을 측정하는 무게 감지 센서가 붙는다. 이 센서가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몸을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반듯하게 서 있거나 당당하게 걸을 수 있다. 로봇의 자세와 동작 제어 시스템의 핵심이 발바닥의 센서인 셈이다. 게다가 바람이 불거나 주변에서 압력이 가해져도 쉽게 넘어지지 않는 센서 네트워크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발키리는 걷거나 달리거나 작업하면서도 쉽게 넘어지지 않고 자세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것을 조종하는 두뇌는 컴퓨터다. 가슴에 장착된 컴퓨터는 라이다와 동영상 카메라, 센서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를 통합해 이를 바탕으로 개별 부속과 기기에 지시를 내려 로봇의 행동을 조종하게 된다.



 유연한 움직임을 위해 수많은 관절마다 컴퓨터의 지시를 받는 전기 모터와 제어기가 필수적으로 장착된다. 이를 통해 균형잡힌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세세한 움직임, 벽을 뚫을 수 있도록 강력한 기동이 가능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발키리가 이 모든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동력을 공급하는 것이 배터리다. 현재 최장 두 시간 정도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시간을 늘리는 것이 성능 확장의 관건으로 지적된다.



 발키리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여전사로 천마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에 따라 현재 보행 정도가 가능한 발키리가 장기적으로는 비행까지 가능하도록 기능을 보강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게 되면 발키리는 수퍼 히어로인 아이언맨 못지않은 성능을 갖추게 된다. 발키리는 실제로 아이언맨과 외형상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 속 내용이 현실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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