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換·安·苦 -환·안·고-

중앙선데이 2015.12.20 00:27 458호 27면 지면보기
세모(歲暮)다. 한자 문화권은 이즈음 ‘올해의 한자’를 선정해 한 해를 마무리한다. 대만은 바꿀 환(換)자를 골랐다. 내달 16일 치러지는 총통선거와 무관치 않다. 작가 류커샹(劉克襄)은 “다음 세대가 곧 등장한다는 의미”라며 “대만의 현 분위기에 부합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해바라기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모두 ‘바뀌었다’”며 “집권당 총통 후보 역시 바뀌었다”고 말했다. 어지러울 난(亂)·기대할 반(盼)·불경기 담(淡) 등이 뒤를 이었다.



일본은 편안할 안(安)을 택했다. 1995년부터 전국적인 응모와 투표를 통해 ‘올해의 한자’를 선정해 온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가 발표했다. 협회는 올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안보관련 법안(‘安’保法案) 처리를 둘러싼 대립이 이어졌고, 세계는 테러 빈발로 불안(不‘安’)했으며,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등으로 생활 속 안전(‘安’全)이 흔들렸다는 이유를 들었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말레이시아 화교 사회는 고통스러울 고(苦)를 꼽았다. 지난해 연이은 국적기 추락으로 항(航)을 선정했던 말레이시아는 올해 소비세 징수와 물가 상승으로 서민의 삶이 팍팍해졌고, 힘든 시기가 지나면 좋은 시절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소망을 담았다며 선정 이유를 풀이했다.



중국은 후보만 선정한 상태다. 최종작은 21일 발표한다. 광명일보에 따르면 1만1000여 건이 응모됐고 800여 만명이 참여했다. 전문가가 그 가운데 10자를 추려냈다. 중국은 네티즌 투표를 통해 최종 한자를 선정한다. 후보는 열매 실(實)·넘어질 질(跌)·물리칠 병(?)·청렴할 염(廉)·안정될 온(穩)·강할 강(强)·재난 재(災)·바꿀 개(改)·꿈 몽(夢)·시작할 창(創) 등이다. 공자(孔子)의 고향 산둥(山東)에서 별도로 꼽은 ‘올해의 한자’는 창업(創業)·창신(創信)의 창(創)을 제외하고는 앞의 후보와 겹치는 글자가 없다. 스모그 매(?)자가 눈에 띈다.



같은 한자 문화권이지만 한국은 교수신문이 2001년부터 사자성어를 선정할 뿐이다. 한글 사랑도 좋지만 우리말의 근간인 한자에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도록 올해의 한자를 선정하면 어떨까.



 



신경진 중국연구소·국제부 기자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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