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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 향 스민 새우 인도판 ‘밥도둑’

중앙선데이 2015.12.20 00:24 458호 28면 지면보기
“인도에는 ‘커리(curry)’라는 단어가 없어요. 만약 현지 식당에 들어서서 ‘커리 주세요!’라고 외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겁니다. 마치 한식당에 가서 ‘한식 주세요’라는 것과 비슷한 것이지요.”



주한 인도 대사 비크람 도라스와미의 말이다. ‘커리’는 과거 인도를 식민 지배했던 영국인들이 현지 음식에 들어간 향신료를 일컬어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커리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커리 류의 음식은 종류별로 각기 다른 명칭을 가진다.


[대사부인 맛 대 맛] -19- 주한 인도 대사 부인의 ‘코코넛 새우 볶음’

대사 부인 산기타 도라스와미는 인도 음식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어서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커리가 아닌 색다른 코코넛 새우 볶음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인도 남서부 해안의 케렐라주에서 발달한 요리로 도라스와미 대사의 고향 음식이기도 하다. 이에 화답해 인커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아시안 라이브 키친에서 근무하는 박광묵 셰프는 한식의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싶다며 구절판을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렌즈콩은 인도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 “두툼한 새우와 싱싱한 코코넛 가루를 섞어 만드는 이번 요리는 주로 남서지방 인도인들이 흰 쌀밥과 함께 먹는 것입니다.”



준비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아 일반 가정에서 해먹기 편하고, 인도 요리에 없어선 안 될 고수가 풍미를 살려준다는 것이 도라스와미 부인의 설명이다. 미나리과에 속한 고수는 태국·인도·포르투갈·멕시코·중국 음식 등에 널리 쓰이는 향신료다.



4대 문명의 발상지이자 세계에서 7번째로 큰 국토를 지닌 점을 고려하면 ‘인도 요리’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게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도라스와미 부인은 지방마다 요리가 뚜렷하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북쪽 산간지방에서는 각종 향신료와 걸쭉한 ‘그레이비 소스(gravy sauce)’를 주로 사용합니다. 북서부 펀자브주에서 중부 평원까지 이르는 지역에서는 16~19세기 무굴 제국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 요리 방식과 ‘탄두르(tandoor)’가 만나 다양한 구이음식이 발달했죠.”



탄두르는 점토로 만든 항아리 가마 형식의 오븐으로 흔히 ‘난(naan)’을 만들거나 고기를 구울 때 사용된다.



인도 동부지방에서는 민물 고기가 인기재료다. 주로 찜으로 만들어 겨자소스로 간을 맞춘다고 했다. 또 인도 극동지방은 칠리를 사용한 매콤한 음식으로 유명하다. 도라스와미 부인의 외가가 있는 동북부 벵골 지역은 ‘라스굴라(rasgulla)’로 알려진 치즈볼을 시럽에 담근 디저트로 잘 알려져 있다. 부인도 이 디저트를 무척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이 무궁무진한 다양성 중에서도 지방마다 공통적으로 빠뜨리지 않는 재료가 한 가지 있다. 풍부한 단백질을 함유한 렌즈콩이다. 남부지방에선 이를 특히 각종 채소·향신료와 섞어 ‘삼바르(sambar)’라는 스튜를 만든다고 한다. 도라스와미 부인은 “삼바르는 한국의 된장찌개와 여러 모로 비슷한 것 같다”며 “흰 쌀밥을 섞어 먹으면 유사성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한국 음식에 밝은 도라스와미 부인이 반드시 챙겨 먹는 한식이 하나 있다. 김치다. “전 지난 15년 동안 인도 음식에 김치를 곁들여 먹었을 정도로 김치를 아주 좋아해요. 얼마나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고요. 이 다음에는 다양한 한국식 찌개와 전에 대해 배워보고 싶습니다.”



1994년 주홍콩인도대사관의 3등 서기관으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도라스와미 대사는 현지 중국어학습센터에서 만난 한국인들을 통해 일찌감치 김치에 눈을 떴다. 부인도 그 영향을 받아 올해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한국 음식이 익숙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했다.



코코넛 새우 볶음이 완성되자 박 셰프는 시식해보더니 “코코넛의 식감이 아주 좋다”며 “부드럽고 은은한 향이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 같다”고 평했다. 또 “한국에서는 코코넛이 주로 시럽이나 가루 형태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런 식감은 알지 못했다”며 “한식에 활용해볼 기회가 있다면 닭갈비·파전·라면과 섞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 인도 음식에 어울릴 한식으로는 청양고추를 넣은 부추전·김치볶음밥·김치찌개 등과 같이 매콤한 메뉴를 꼽았다.



코코넛의 달콤한 맛에 맞서는 새콤한 맛 ‘구절판’ 구절판은 아홉 칸으로 나누어진 목기에 황·청·백·적·흑 등 오방색의 채소·고기류 여덟 가지를 담고 가운데에 놓인 밀전병에 말아먹는 궁중 음식이다. 예부터 구(九)자를 재수 좋은 숫자로 여겼기에 ‘행운’의 기운이 깃들여져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한식의 멋스러움을 소개하고 싶었다는 박 셰프는 “메인으로 코코넛 새우 볶음을 먹으면 입 안에 단맛이 남을 것 같아 애피타이저로 담백하고 멋이 있는 한식 메뉴를 골라 보았다”고 말했다. 구절판 둘레에 놓인 갖가지 재료들은 가느다랗게 썰고, 가운데의 밀전병은 최대한 얇게 부치는 게 핵심이다.



“모든 음식이 그렇지만 구절판은 특히 담은 모양이 중요합니다. 특히 밀전병은 완벽한 원 모양이 나와야 되죠. 반죽할 때 물을 충분히 넣지 않아 빡빡해지면 프라이팬에서 부칠 때 보기 좋게 퍼지지 않을 겁니다.”



구절판에 곁들일 소스로 겨자가루·설탕·식초 등을 섞었다. 다소 텁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쌈 요리에 새콤달콤한 맛을 더하기 위해서다. 요리가 완성되자 도라스와미 대사는 한 입 먹어보더니 “소스와 구절판 요리가 환상적인 조합을 만든다”며 겨자 특유의 톡 쏘는 맛이 “식욕을 자극한다”고 평했다. “굉장히 다양한 맛이 느껴져요. 오이와 당근은 아삭아삭 씹히는데 버섯은 매우 부드럽군요. 마지막 소스까지 더해지니 입 안이 즐거워요.”



박 셰프가 모든 재료들을 일정한 두께로 자르는 모습을 신기한 듯 지켜보던 도라스와미 부인은 “온갖 재료들을 밀전병에 가지런히 놓아 싸먹는 섬세함이 필요하다”며 특별히 목판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이런 목판은 인도 요리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운데에 난을 놓고 갖가지 소스나 부재료들로 주위를 두르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으며 인테리어 가치 또한 매우 높다고 마음에 들어했다.



한식의 구절판과 비슷한 인도 음식이 있느냐고 묻자 도라스와미 부부는 “남부지방에 만두처럼 쌈 싸먹는 음식이 다양하게 있다”며 “주로 채소 대신 고기를 채 썰어 미리 찐 밀가루 반죽에 말아 먹는다”고 했다.



● 새우 코코넛 볶음 5~6인분



재료: 새우 500g, 채 썬 양파 1컵, 채 썬 고추 2/3컵, 갈아낸 코코넛 1컵, 고수 1컵, 후추 1T, 소금, 해바라기 오일 또는 콩기름



만드는 방법1. 오일을 두른 냄비에 채 썬 양파와 고추를 넣고 센 불에서2~3분 동안 볶는다. 2. 뒤이어 갈은 코코넛을 넣고 익을 때까지 혼합물을 저어준다.3. 여기에 새우를 넣고 5~6분 동안 볶은 뒤, 고수·후추·소금으로 간하여 2~3분간 더 가열한다.4. 그릇에 담아 내놓는다. 흰 쌀밥에 곁들여도 좋다.



● 구절판 4인분



주재료: 애호박 1개, 당근 1개, 오이 1개, 말린 표고버섯 5개, 죽순 4T, 계란 2개, 밀가루 1컵, 물 2컵, 찐 전복 5T, 식용유, 잣 1/2컵소스 재료: 다진 마늘 3T, 다진 파 4T, 겨자가루, 참기름, 소금, 식초, 깨소금, 후추, 설탕, 진간장 2T



만드는 방법1. 말린 표고버섯을 미지근한 물에 담궈 한 시간 동안 미리 불린다. 2. 불린 표고버섯과 함께 애호박·당근·죽순·전복·오이를 얇게 채 썰어 각각 따로 센 불에 2~3분 동안 볶는다. 3.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각각 지단을 부친 뒤 얇게 채 썬다.4. 밀가루를 고운 체에 거른 뒤 물을 넣고 소금으로 간하며 반죽한다. 5. 약한 불에 전병을 얇게 부쳐 각 면당 30초씩 굽는다. 6. 잣을 다져 가루로 만든다. 구절판 가운데에 전병을 담을 때는 사이사이에 잣가루를 뿌려 달라붙지 않게 한다.7. 볶은 재료들을 색깔이 곱게 배열되도록 구절판 칸에 하나씩 담는다. 8. 소스 재료를 모두 함께 섞어 구절판 옆에 곁들인다.



 



 



글 이성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lee.sungeun@joongang.co.kr 사진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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