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준위 방폐장, 세계 최초로 짓는다

중앙선데이 2015.12.20 00:18 458호 6면 지면보기

핀란드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에서 직원이 처분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겨울 두 달 동안 해를 거의 보기 힘든 나라, 춥고 어두운 핀란드가 요즘 뜨겁다. 중도우파 정권의 월 800유로(약 101만원) 기본소득 지급 방침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달 핀란드는 지역 의회를 통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승인했다. 인류가 원자력 상업발전을 시작한 지 60여 년 만이다. 지금껏 지구촌 공동의 난제로 봉인됐던 ‘사용 후 핵연료 처분’이라는 금기의 빗장을 핀란드가 푼 것이다. 핀란드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방사능 수치 높아 수조에 임시 저장사용 후 핵연료는 원자력발전의 부산물 가운데 방사능 수치가 높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말한다. 지금까지 인류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 방식에 대한 공통된 합의를 찾지 못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원전 내 수조에 임시 저장하고 있는 이유다. 원자력 발전 때 나오는 폐기물을 언제까지 그대로 쌓아둘 수는 없다. 가득 차면 원자력발전을 중단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2024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모범국 핀란드

?고준위 핵연료의 특성상 땅 속 깊이 파묻는 심지층 처분이 가장 유력한 방식이다. 하지만 부지 선정의 어려움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민감하고 복잡한 논의의 첫 물꼬를 핀란드가 튼 것이다. 핀란드 지역 의회는 지난 달 세계 최초로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승인했다. 핀란드 서부의 경기도 크기 섬인 올킬루오토(Olkiluoto) 천연암반 지역에 450m 깊이로 짓기로 했다. 2004년부터 이곳에 온칼로(ONKALO) 지하처분연구시설을 건설·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처분장 건설 허가 신청을 승인했다. 2016년 착공에 들어가 2023년부터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원전 4기를 운영 중인 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을 짓기로 했다는 사실뿐이 아니다. 이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처분장 유치 승인 과정이다.



?핀란드는 지방자치의 오랜 역사를 기반으로 자치권이 매우 강한 나라다. 핀란드 지자체는 원전시설 관련 인허가에 큰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원자력 관련법에 지자체의 거부권을 보장하고 있을 정도다. 고준위 처분장 부지도 주민투표가 아니라 시의회 투표를 통한 의회 비준 절차를 거쳐 선정됐다. 그런 만큼 사회적 책임감도 강하다.?원전 가동 중인 지역 의회에서 승인핀란드의 고준위 처분장 부지는 이미 원전이 가동 중인 곳이다. 애초 여론조사에는 다른 지역의 선호도가 더 높았다. 하지만 부지 적합성 조사 등을 통해 두 번째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결정됐다.



?지자체 재정에 큰 도움이 되는 원전시설과는 달리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 지하 시설물의 경우 세금 수입 등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질학적 조건을 최우선으로 해 처분장 유치를 결정한 것이다. 핀란드 사례를 두고 원전 운영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을 실천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2004년 방폐장 특별법에서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지역에 고준위 처분장이 들어올 수 없도록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핀란드의 사용 후 핵연료 건설 승인 과정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점은 처분장 규모의 확대다. 애초 신청한 규모는 4000t이었다. 하지만 후속 원전 건설을 위해 2배가 넘는 9000t으로 변경 신청했는데도 승인됐다.?한국은 37년 동안 관리 방식 논의만 우리나라가 관련 정책 추진 37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처분은커녕 관리 방식조차 결정하지 못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용 후 핵연료 포화는 원전 중지를 의미한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원자력을 기저발전으로 삼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재처리나 재활용을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저장시설 확충 등 현실적 대안이 조속히 강구돼야 할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용 후 핵연료=원자로에서 핵분열을 하고 연소한 연료는 교체하는데, 이를 사용 후 핵연료라고 한다. 사용 후 핵연료는 연료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1%가량 남아 있어 이를 다시 활용하기 위해 분리하는 작업(재처리)을 한다.



◆고준위·중저준위 폐기물=원전 내에서 사용된 작업복·장갑·부품 등은 방사성 물질 함유량이 미미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된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 뒤 남은 연료는 방사성 물질 함유량이 높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된다.



 



 



류장훈 기자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