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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2억 개 저장 용량과 맞먹는 ‘DNA 창고’ 신축 위한 터 닦기 한창

중앙선데이 2015.12.20 00:03 458호 10면 지면보기
컴퓨터 데이터는 그동안 전자기기에 저장되는 디지털 정보라고 이해돼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데이터가 보다 오래 안전하게 존재하기 위해서는 DNA 가닥을 형성하는 생체분자를 부호화해 저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워싱턴대-마이크로소프트 공동연구팀과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각각 실험을 통해 DNA 분자가 전 세계에 현존하는 모든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 새로운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특정 파일 검색, 1000년간 저장 가능두 연구팀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약 9L의 용액, 즉 와인 한 상자 분량에 해당하는 양의 액체 용액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그뿐 아니라 DNA에 저장된 거대한 데이터 풀에서 특정 디지털 파일을 검색해 불러오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새 저장기술을 통해 방대한 양의 정보를 1000년 혹은 더 길게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데이터 저장 장소인 전자기기에 내장된 자기디스크, 자기테이프 그리고 광저장시스템이 안전하게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몇 십년까지라는 점은 초소형 전자공학의 데이터 저장 시스템 기술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이런 문제점도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The New York Times] BT 활용한 디지털 데이터 보관

?이번 연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컴퓨터 데이터를 몇 십년이 아닌 몇 세기까지도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가장 최신의 전자 혹은 자기디스크 저장 기술과 비교해도 DNA가 갖고 있는 본연의 저장 용량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다. DNA는 이론적으론 1엑사바이트 (Exabyte, 100만 테라바이트·10억 기가바이트에 달함)의 부호화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는 모래 한 알 크기의 부피다. 1엑사바이트는 DVD 2억 개에 달하는 저장 용량이다.



?연구자들은 DNA를 구성하는 조각인 올리고핵산염(oligonucleotide)이라고 하는 생체분자의 염기 서열 합성을 가속화하는 연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컴퓨터공학자들은 유전자 염기 서열 규명과 합성 DNA를 만드는 비용이 앞으로 계속 떨어질 것으로 믿고, 이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하이브리드 저장 시스템을 창조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의 전 마이크로프로세서 부문 수석디자이너이자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더글러스 카민 박사는 “지난해 어느 날 미래의 선진기술은 컴퓨터 기술과 생물학의 융합에서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새 DNA 데이터 저장 시스템 구축 팀의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워싱턴대 컴퓨터공학과 루이스 시즈 교수는 “과거 정보기술(IT)은 바이오기술의 발달을 도왔다”며 “이제 바이오기술이 IT 발달을 도울 차례”라고 말했다.

DNA 한 가닥을 수백만 개로 증폭시키는 기계로 이번 연구에 사용됐다. [사진 데이비드 라이더]



컴퓨터 기술과 생물학의 융합 시도정보의 컴퓨팅 기술과 생물의 융합은 워싱턴대 컴퓨터공학과의 폴 G 앨런센터의 지하에 위치한 비좁은 연구실에서 시작됐다. 생물연구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험기구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DNA 염기 서열 분석을 담당하는 데스크톱 컴퓨터와 몇 억 개의 복제 DNA 조각들을 만들어내는 DNA 복제 기계는 5년 전부터 확산됐던 데이터 보관 방식의 원형을 이룬다. 연구진은 이 방식이 할리우드 영화 제작 스튜디오에서 디지털화된 영화를 저장하거나 병원에서 촬영한 X선·자기공명영상촬영(MRI) 이미지를 장기간 저장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2013년 영국 힝스턴에 있는 유럽 생물정보연구소(EBI·European Bioinformatics Institute) 연구진들이 수행한 실험과 2012년 미국 하버드대 실험은 데이터 파일을 DNA에 저장할 수 있고, 필요할 때 다시 디지털 형식으로 정보를 읽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다. 특히 하버드대 연구진은 같은 학교 유전학자인 조지 처치 교수와 에드 리지스 교수가 쓴 책 『리제네시스(Regenesis)』 수십억 권 분량을 복제해 DNA에 저장, 주목을 받았다.



?일리노이대 연구진과 마이크로소프트-워싱턴대 공동연구진은 예전 실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보를 DNA에 저장하고 특정 파일을 다시 디지털 형식으로 불러오는 실험에 성공했다.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6개 대학교에 대한 위키피디아 정보를 DNA에 부호화해 입력하고, 그중 3개 대학에 대한 부분을 선택해 편집하는 데 성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워싱턴대 연구진은 DNA가 어마어마한 저장 공간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정보를 새로 옮겨 쓰기보다는 해당 정보를 저장하는 데 쓰는 것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4개의 작은 그림 파일을 DNA에 저장해 오류 없이 각각의 파일을 다시 불러오는 데 성공했다.?작은 그림 파일 DNA 저장·검색 성공컴퓨터의 저장 시스템은 데이터가 정확히 정해진 장소에서 검색된다는 점에서 도시와 닮았다. 이와 달리 DNA 저장 시스템에서는 정보를 부호화하는 방식도 생물학적 분자가 스스로 자가 조립되는 방식을 따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살아 있는 생물에게 있어 DNA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복제는 생명을 이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예컨대 디지털 그림파일이 있다고 치자. 이 파일은 몇 천 개의 파일 조각으로 나뉘어 DNA 하나가 가진 수천 개의 가닥에 저장된다. 정보들이 부호화돼 새겨지고 난 후, 연구진은 나중에 파일을 불러오기 위해 나누어진 각각의 파일 조각을 마치 퍼즐처럼 원래 완성된 그림으로 다시 짜맞추는 작업을 도와줄 특수 식별자를 더한다.



?연구진은 특정 DNA 가닥을 빠르게 증폭시키고 중합효소연쇄반응(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을 이용해 방대한 정보 풀에서 찾고자 하는 정보를 빠르고 쉽게 불러올 수 있다. 1983년 화학자 캐리 멀리스가 발명한 PCR법은 DNA 분자 하나를 몇 백만 개의 복제 DNA로 증폭시켜 한번에 배열 순서를 읽는 능력이 있다.



?컴퓨터화된 재조합 기술을 발달시킴과 동시에 연구진은 기본적인 데이터 저장 기술 발전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처치 교수는 “지금의 연구가 2012년 연구의 수준에서 거의 100배는 발전한 것 같다”면서 “정말 중요한 점은 가격을 100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최대 관심사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처치 교수의 하버드대 연구팀은 1902년 개봉된 프랑스 무성영화 ‘달세계 여행(A Trip to the Moon)’을 부호화해 저장하고 다시 불러오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워싱턴대 공동연구팀은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스타트업인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일하고 있다.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는 디지털 데이터가 입력될 수 있는 합성 DNA가닥 생산을 가속화하는 반도체 기반 시스템 개발에 주력해 온 스타트업이다.?DNA에 정보 입력하는 신기술 필요 연구진은 현재 걸림돌은 DNA에 정보를 입력하는 기술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데이터 입력 기술도 빠르게 발전할 거라 본다고 전했다.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의 에밀리 레프러스트 대표는 “이 연구는 데이터 입력 기술과 합성 DNA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응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기업의 컴퓨팅센터에서 보관용 복사본 데이터를 자기테이프 카트리지에 저장하거나 불러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카트리지 자체는 선반에 보관되고 자동화된 검색 시스템에 연동돼 있어야 한다. 그래서 데이터를 불러오거나 그 데이터를 온라인상에 업로드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레프러스트 대표는 “DNA에 부호화된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하는 비용과 속도는 머지않은 시점에 현재 자기 저장 방식의 몇 배 정도로 줄어 자기테이프 저장 시스템과 가격경쟁력으로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 방식과 자기 방식의 메모리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는 훨씬 느리지만 DNA는 저장 가능한 데이터의 양과 저장 가능한 세월의 길이를 고려했을 때 훨씬 낫다.



?마이크로소프트 컴퓨터건축가인 캐린 스트라우스는 “DNA는 차갑고 건조하게만 유지해 준다면 데이터의 장기 저장에 좋은 저장소”라고 설명했다.



 



 



번역=김지윤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kim.j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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