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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 김성룡의 사각사각] 후회 없는 사진 남기려면

중앙일보 2015.12.18 00:01 Week&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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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일입니다. 전북지역 폭설 취재를 위해 임실에서 순창으로 넘어가던 길이었습니다. 창밖으로 아담한 버스정류장이 휙 지나갑니다. 어디선가 쓰고 버렸을 법한 소파가 놓여있었습니다. 마치 왼쪽은 숏다리용, 오른쪽은 롱다리용인 듯 배치도 재미있었습니다.

‘어!’ 하는 사이 취재차량은 이미 버스정류장을 한참 지나쳐 달리고 있었습니다. 차를 세울 타이밍을 놓친 것 같았습니다. 운전기사 형님께 멈춰 달라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동안 차는 점점 더 정류장과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갈 길은 멀고, 마감 시간은 다가오고, 눈이 쌓여 길도 미끄러운데, 스스로 타협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 지금은 정년퇴직을 한 한 선배를 떠올렸습니다. 취재차량을 타고 이동을 할 때에도 혹시나 좋은 사진 거리가 있을까, 늘 손에 카메라를 들고 창밖을 주의 깊게 바라보셨습니다. 그 선배의 사진은 대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에 당신의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 ‘마음풍경’이란 시리즈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나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후회를 남길래? 사진을 남길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정류장과 더 멀어지기 전 운전기사 형님에게 말했습니다.

“형님, 죄송합니다. 차 좀 돌려주세요, 아까 지나친 버스정류장 사진을 좀 찍어야겠어요.”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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