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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아이들은 너희가 지난해 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중앙일보 2015.12.17 00:15 종합 3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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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안
커뮤니케이션팀장

모두 거짓이었다. 처음부터 허위로 뒤덮였던 실체가 세월호 침몰 1년8개월이 지난 지금도 하나씩 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고 직후 투입됐다던 구조요원 수백 명의 실상은 지난 15일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확인됐다.

 ‘왜 잠수사 500명이 투입됐다고 거짓말을 했느냐’는 질문에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은 “여기서 투입이라는 의미는 모두 물에 있다는 말이 아니라 전국에서 동원된 인력이라는 의미”라고 답했다.

 당시 대형 크레인을 현장에 투입한다기에 이들이 배를 지탱해 다만 몇 명이라도 살릴 것이라는 희망도 가져봤다. 선내 CCTV 등을 통해 사고의 원인과 선장의 책임을 밝혀줄 유일한 증거물로 여겨졌던 세월호 선체가 이준석 선장에 대한 ‘부작위 살인죄’ 대법원 확정 판결(지난달 12일)이 날 때까지 물속에 잠겨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당시 크레인은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이제야 중국 잠수사들이 세월호를 들락거리며 내부 정리를 하고 있다.

 승객들을 내보내려 했다는 선장의 주장, “퇴선 방송을 했다”는 해경 측 인터뷰의 경위가 이번 청문회에서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사람도 배도 못 꺼내면 그들의 범죄와 잘못도 영영 잠기리라 믿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은 똑똑했다. 자신들의 짧은 삶을 앗아간 어른들의 행태를 증언하는 많은 영상을 남겼다. 소금물을 흠뻑 먹은 아이들의 휴대전화는 작동불능 상태로 부모 손에 쥐어졌다. 끈질긴 노력 끝에 영상이 복원됐고 부모들은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 달라며 JTBC 기자들에게 파일을 넘겼다. 여기엔 선장이 도망가고 해경이 주변을 도는 사이 배 안에서 벌어진 일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실 이 영상들은 전파를 타지 못할 뻔했다. 손석희 앵커의 반대가 완강했다. “유족과 시청자들에게 너무 가슴 아픈 영상”이라는 이유였다. 파일을 건넨 부모의 뜻을 전하며 설득한 끝에 가까스로 정지화면만 내보내는 것을 허락받았다. 이 영상으로 인해 많은 실체적 진실이 빛을 봤다. 지난 사흘간 열린 ‘반쪽짜리 청문회’에서 해경 123정 승조원은 “애들이 철이 없어서 듣고도 나오지 못했는지…”라고 말해 거센 항의를 받았다.

 아이들은 철이 없지 않았다.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에 한 여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미쳤나 봐. 이런 상황에서 막 그러지 않냐. 안전하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그러고 죽는 거야.”

 학생들에게는 방송을 믿고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따른 죄밖에 없다는 걸 영상은 말한다. “엄마,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이렇게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해경 헬기 소리에 “헬리콥터가 와”라며 희망을 잃지 않던 아이들이다.

 이젠 비극의 전모를 서둘러 규명하고 아이들을 편히 쉬게 해줘야 한다. 내년 총선은 세월호 2주기를 사흘 앞두고 치러진다. 그때까지 정쟁이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아이들에 대한 마지막 도리다.

강주안 커뮤니케이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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