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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45% 미사토의 파격…애 가진 2030 이사 오면 집까지 공짜로 준다

중앙일보 2015.12.15 02:45 종합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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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미시 데라이 중앙아동관에서 초등학생들이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노미시는 인구 감소로 인해 인근 3개 마을을 흡수했다. 시 예산의 30% 이상을 육아와 보육에 쏟아붓는다. 그런 덕분에 육아 친화도시가 됐다. 일본 813개 도시 중 살기 좋은 고장 3위에 올랐다. [이시카와=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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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재계·노동계·학자 등으로 구성된 ‘일본 창성(創成)회의’가 독자적인 장래 인구 추계를 발표하자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대로 가면 인구가 급격히 줄어 2040년 기초자치단체의 절반가량인 896개가 ‘소멸 가능 도시’가 될 것이라는 경고였다. 일본의 기초자치단체인 시·정·촌은 다양한 출산 장려와 인구 대책을 시행한다. 한국처럼 단순한 출산 장려 차원이 아니다.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출산장려금 정도에 머무르는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구 5000만 지키자] 연중기획 <1부> 저출산의 재앙 ① 일본 초고령 현장을 가다
하마다시에선 아이 돌봄 서비스
여성 75%가 마음 놓고 직업 가져
전입자에게 3000만원 주며 직업교육
1년 과정 마치면 요양보호사 일해

 시마네(島根)현 미사토(美鄕)초(町·한국의 동과 비슷)에서 40세 이하 부모가 아이(초등학생 이하)를 데리고 전입하면 집을 준다. 임신 중이어도 상관없다. 청년 정착 제도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월 임대료 3만 엔(약 29만원)을 내는 임대주택(95㎡)이지만 20년 살면 내 집이 된다. 25년 살면 택지까지 공짜로 받는다. 뉴타운 37개 동이 들어섰고, 추가로 짓고 있다. 또 외부에서 온 사람(40세 이하)이 마을에 취업하면 20만 엔(약 190만원)의 포인트, 결혼하면 30만 엔(약 290만원)의 포인트가 나온다. 초혼이든 재혼이든 관계없다. 이런 식으로 40세 이하의 전입자가 취업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85만 엔(약 824만원)의 현금성 포인트를 받는다. 미사토는 노인 인구가 44.6%에 달한다. 시마네현에서 셋째로 높다.

 인근의 쓰와노(津和野)는 한발 더 나갔다. 미사토의 조건에다 25년간 무료 수리를 들고 나왔다. 하라다 히데아키(原田秀明·34)는 지난 4월 아내와 세 아이를 데리고 도쿄에서 쓰와노로 왔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기서는 낚시와 산나물 채취가 가능하다. 아이들의 삶이 풍부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쓰와노는 2018년까지 주택 20개 동을 건설할 예정이다.

 학교의 생존 몸부림은 눈물겹다. 일본 전국 초등학교·중학교는 향후 8년간 교직원 4만여 명을 줄인다. 사립 의과대와 치대는 학비를 절반으로 줄였는데도 사립대의 40%는 정원 미달이다. 사이타마(埼玉)현 하토야마(鳩山) 뉴타운행 열차에 지방대 홍보 광고판이 가득했다. 1일 기차역에서 도심까지 버스로 20분 이동할 때 드문드문 보이는 업소의 60% 이상이 치과·안과·접골원·약국 등이어서 ‘노인 도시’임을 실감케 했다. 마쓰야마 시게키(松山茂喜·72)는 “과거 뉴타운 주민 60~70%는 도쿄로 출퇴근했는데 이제는 도쿄로 다 떠나고 부모만 남은 은퇴자 마을이 됐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뉴타운은 100엔(약 970원)만 내는 ‘디맨드 택시’를 운영한다. 노하라 마코토(野原誠·43) 하토야마 사회복지 담당자는 “노인의 이동을 돕기 위해 디맨드 택시를 만들었다. 다른 현의 병원으로 갈 경우 500엔(약 4800원)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 드물게 신생아가 태어나면 ‘마을의 아이’가 된다. 주부들이 무료 키즈 카페를 운영하는데, 누구나 아이를 데려와서 놀고 도시락을 먹는다. 보육전문가가 상주하며 양육의 애로사항을 상담한다. 중학생까지 의료비, 초기 임신부의 풍진 항체 검사비가 무료다.

 시마네현 하마다(濱田)시는 미혼·이혼이든 가리지 않고 한 부모를 적극적으로 유치한다. 전입 후 1년 코스의 헬퍼(한국의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을 경우 매달 15만 엔(약 145만원)의 훈련수당과 3만 엔(약 29만원)의 자녀양육비가 나온다. 교육을 마칠 때 100만 엔(약 967만원)의 축하금과 중고 승용차가 나온다. 헬퍼로 생계를 유지하라는 뜻이다. 오사카(大阪)에서 한 살짜리 아들과 함께 이사한 40대 싱글맘은 “집-직장-보육원을 오가는 데 15분밖에 안 걸려 편리하다”고 말했다. 임신부터 출산 후 1년까지 가사 도우미를 보내준다. 2시간에 400엔(약 3900원)이다. 중년의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일시적으로 맡길 수도 있다. 평일 1시간에 600엔(약 5800원), 주말 800엔을 내면 된다. 누구한테 맡길지 면접을 보고 선택할 수 있다. 중3까지 외래 진료비는 하루 최대 1000엔(약 9700원), 입원비는 2000엔(약 1만9400원)까지만 내면 된다.

이런 제도 덕분에 하마다시의 20~55세 여성의 75% 이상이 일자리를 갖고 있다. 하마다시는 다음달에 미혼남녀연결(緣結び)센터를 연다. 구보타 쇼이치(久保田章市·64) 하마다시 시장은 “저출산은 일본 최대의 문제”라며 “일자리, 사람, 마을의 세 가지가 모두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일자리를 만들어 사람이 살게 해야 마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김기찬·박현영·박수련·이에스더·김민상·서유진·황수연·이지상·정종훈·노진호 기자, 오진주(서울대 노문4)·이지현(서울여대 국문4) 인턴기자 welfare@joongang.co.kr

◆공동 취재=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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