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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당 만원’ 가격 올려 탄소배출권 거래량부터 늘려야

중앙일보 2015.12.15 02:25 종합 14면 지면보기
세계 195개국이 2021년부터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파리협정이 체결되면서 각국의 과제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현실적인 감축 방안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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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신기후체제다 <상> 중요해진 ‘탄소 시장’
팔려는 기업 없고 사려는 곳만 많아
온실가스 저감 총비용 파악 어려워
북한 산림녹화, 스마트 농업 지원
감축분으로 인정받는 방법 될 수도

 한국은 지난 6월 유엔에 제출한 감축 방안에 따라 목표치(2030년 배출전망치 8억5060만t 중 37% 감축)의 3분의 1(11.3%포인트)을 국제 메커니즘을 활용해 감축할 계획이다. 국제 메커니즘이란 다른 나라의 감축을 도와주고 감축분 중 일부를 자국의 실적으로 인정받거나 다른 나라의 배출권을 사고파는 제도다. 이런 메커니즘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나라는 스위스·캐나다·멕시코 등 소수다.

 외교부 최재철 기후변화대사는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참석 전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이 북한의 산림녹화, 스마트 농업 등을 지원하면 한국의 기후 행동의 일환으로 국제사회에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제 메커니즘을 대안으로 거론한 건 북한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국제 메커니즘의 실현 가능성이다. 이번 파리협정에선 다양한 형태의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을 설립하기로 각국이 합의했다. 하지만 이행에 필요한 절차·지침 등은 후속 논의에 맡기기로 해 2021년 전에 도입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각국이 국제 메커니즘에 대안을 미루는 사이 자국 내 감축을 소홀히 할 여지도 있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선 “우선 자국 내 메커니즘 활성화가 우선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독일 프랑크 요제프 샤프하우젠 국제협력·기후변화 총괄실장도 이번 총회에서 한국 언론과 만나 “한국은 배출권거래제를 더욱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기업에 탄소배출권을 할당하고 이를 절약해 남는 기업과 부족한 기업 간에 시장에서 배출권을 거래하게 하는 제도다. 세계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는 유럽 등 35개국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은 주(州) 또는 성(省) 단위로 시행 중이며, 중국은 2017년부터 국가 단위로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선 최초로 국가 단위의 거래제를 올해 시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첫해 거래량은 전체 할당량 중 0.1%에도 못 미친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시행 첫해라 기업들이 서로 관망하고 있어 거래가 적은 것이며 내년부터 거래가 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조용성(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t당 1만원이 너무 싸다고 생각해 배출권을 팔려는 기업은 없고 사려는 기업만 많은 상태다. 저가 위주의 왜곡된 에너지 가격 때문에 기업들이 온실가스 저감비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적 측면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엽 우리들의미래 이사장은 “그간 정부가 탄소배출제를 후퇴 없이 시행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지 못했다. 에너지 가격 현실화 등의 메시지를 정부가 기업에 정확히 줘야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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