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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투표 허용된 사우디, 83년만에 탄생한 여성 의원은?

중앙일보 2015.12.13 17:42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여성 지방의회 의원이 탄생했다. AP통신은 13일(현지시간) 사우디 선거 당국을 인용해 살마 빈트 히잡 알-오테이비가 메카 마드라카 의회에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건국(1932년)이후 83년만의 첫 여성 의원의 탄생이다. 그는 7명의 남성 후보와 다른 2명의 여성후보와의 경합에서 승리했다.

12일 이뤄진 선거에는 284개 지방의회에 979여명의 여성 후보가 입후보했다. 사우디 정부는 13만여명의 여성유권자를 위해 전국 1263개 투표소 가운데 424곳을 여성 전용 투표소로 개방했다. 여성유권자가 전체 유권자 150만명의 9%에 불과하고, 여성 후보의 남성 대면 유세가 금지된 상황에서 여성 의원이 당선된 것은 이번 선거에 대한 여성들의 기대를 반영하는 결과다.

워싱턴포스트는 “첫 투표권을 행사한 여성들이 투표소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며 셀피를 찍는 모습이 보였다”고 보도했다. 여성인권 운동가인 하툰 알-파시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오늘은 사우디 여성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역사적인 날”이라고 감격을 표했다. 사우디의 여성 참정권 인정은 상징적이다. 비록 지방의회 의원이고,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슬람 원리주의의 변화를 상징해서다. '이슬람 종주국'을 자처하는 사우디는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전 세계 유일한 국가로 여성 차별의 대표적 국가로 지목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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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참정권 보장의 역사는 길지 않다. 1893년 영국의 자치령이던 뉴질랜드가 처음으로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다. 당시 2년의 캠페인 끝에 뉴질랜드 성인여성 3만명이 탄원서에 서명해 투표권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피선거권은 26년 후인 1919년에야 이뤄졌고, 여성 의원 선출까지는 또 다시 14년이 더 걸렸다.

유럽에선 1906년 핀란드 대공국에서 첫 여성의 선거참여가 이뤄졌다. 이후 노르웨이(1913년), 덴마크(1915년), 소비에트연방(1917년), 독일(1919년) 등이 여성 참정권을 보장했다. 미국은 1920년에야 여성 참정권을 인정했다. 1870년 흑인 노예에게 참정권이 인정된 후 5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당시 여성들은 백악관 앞 쇠사슬 시위를 벌였고 40만명의 서명운동 끝에 여성참정권을 인정받았다.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에서 남자들과 함께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던 여성들은 156년이 지난 1945년에야 참정권을 얻었다. 한국은 해방 후 1948년 선거에서 남녀 모두 참여하는 보통선거를 치렀다. 유엔은 1952년 ‘여성 참정권 협약’을 채택하며 여성들의 정치적 권리를 강조했다.

여성참정권 인정의 역사는 ‘서프러제트(Suffragette)’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이는 선거권을 뜻하는 영어단어 서프러제의 여성형으로 20세기 초 영국의 참정권 운동가를 이르는 말이다. 여성들은 시위에 단식 투쟁까지 하며 여성의 참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아마존'이라 불리는 여성 보디가드를 조직해 선거권 쟁취 운동을 펼쳤으며 이런 여성참정권 운동의 역사는 동명의 영화로 개봉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포함된 중동은 이슬람의 영향으로 1990년대 이후에야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기 시작했다. 카타르가 1999년 처음으로 여성 참정권을 부여했고, 바레인(2002년), 오만(2003년), 쿠웨이트(2005년), 아랍에미리트(2006년) 등이 여성 참정권을 인정했다. 사우디의 선거결과는 14일 발표될 예정이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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