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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이 김정은 첫사랑이라서?…모란봉 공연 취소 미스터리

중앙일보 2015.12.13 17:42

북한 모란봉 악단의 공연 취소가 무성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단원 심사까지 직접 했다는 모란봉 악단의 사상 첫 해외 공연을 북·중 관계 복원의 징검다리로 삼을 수 있었던 기회를 돌연 무산시킨 이유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양측이 밝힌 공식 입장으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공작층면(工作層面)의 소통문제로 정해진 기일에 진행될 수 없었다"고 밝힌 게 전부다. '공작층면'을 직역하면 업무 차원의 의견불일치로 인한 것이란 뜻이 된다. 하지만 중국어에서 '공작'은 일·업무 전반을 뜻하는 광범위한 단어여서 신화통신만으론 이유를 특정할 수 없다.

12일 중앙일보에 공연취소 사실을 처음 확인해 준 관계자는 "이유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북·중 양측 관계자들에겐 일제히 함구령이 내려진 듯 했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라와있는 각종 추정성 게시물이나 댓글은 밤사이에 대부분 삭제됐다.

도대체 무슨 '말못할 소통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우리 정부 관계자는 "공연을 관람할 중국 측 고위간부의 격을 놓고 틀어진 게 아니겠느냐"고 추정했다. 또 "당초 정치국원급이 참관키로 합의했다가 김정은 위원장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이 나온 직후 중국 측이 갑자기 부부장 급으로 격을 낮추자 북한이 돌연 취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웨이보에는 "북한은 당초 시진핑(習近平) 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총리의 참관을 요청했고 나중엔 북측은 상무위원 중국은 zz위원(정치국원을 뜻하는 웨이보 은어)을 고집하는 등 의견일치가 안됐다"는 글도 올라왔다가 지금은 삭제됐다. 공연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문화부 부부장이 관람키로 한 건 맞다"면서도 "그런 일로 공연이 취소됐다는 건 엉터리다. 신화통신 보도에 틀린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관람자의 격의 문제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 한때 군 예술단 출신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彭麗媛)과 류윈산(柳雲山)상무위원의 참관 가능성까지 거론됐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수소폭탄 발언에 대한 비판을 문제삼았다는 분석도 있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위원장은 평양 평천혁명사적지를 시찰하며 “우리 조국은 자위의 핵탄, 수소탄(수소폭탄)의 폭음을 울릴 수 있는 핵보유국”이라고 말했다. 이튿날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관련국은 정세 완화에 도움되는 일을 하기바란다”고 비판했다. 공연단 숙소에서 만난 중국 측 관계자는 "북한이 화 대변인의 발언을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며 "과거에도 그런 전례가 있지 않나"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일개 부처 대변인이 최고지도자를 공개면박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이 북한 핵개발을 비판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이를 빌미로 공연을 취소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모란봉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는 북한문제 관계자는 '공작층면'이란 신화통신 보도에 착안해 이렇게 분석했다. "모란봉 공연 곳곳에 미사일 발사 장면 영상 등이 배경으로 나온다"며 "11일 리허설 때 이를 확인한 중국 측이 김위원장의 발언과 함께 이를 문제삼아 삭제를 요구하자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확인되지 않은 추정이다.

또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베이징에 나타난 현송월 단장을 ‘김정은의 옛 연인, 첫사랑’이라고 표현한 보도에 북한이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최고지도자의 사생활이 중국 언론에 나온 것을 중국 당국이 용인하거나 방치했다고 문제삼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인터넷에서 이와 관련한 기사나 댓글이 삭제되고 있는 게 이런 추정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한 북측 인사는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런 일로 공연 약속까지 취소하겠나"고 되물었다.

이처럼 추정은 무성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직 미스터리다. 공연 취소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자초지종을 밝히기 전까지는 그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확실해 보이는 건 중국 측이 공연을 중지시킨 게 아니라 북한이 불만 표출이나 항의 차원에서 스스로 취소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12일 본지에 "우리가 못하게 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신화통신 보도에 "앞으로도 계속 양국 문화교류가 발전되길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도 유추할 수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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