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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세계 최대규모 평택기지를 가다… 여의도 면적 5배 대지… 내년 본격 이전

중앙일보 2015.12.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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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주한 미군 이전이 본격화되는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K-6) 기지 내의 미8군사령부 건물 공사 현장.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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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주한 미군 이전이 본격화되는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K-6) 기지 가족주택에서 바라본 기지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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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주한 미군 이전이 본격화되는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K-6) 기지 가족주택에서 바라본 기지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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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주한 미군 이전이 본격화되는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K-6) 기지 공사 현장. 10일 오후 제2항공전투여단 소속 헬기가 계류장에 세워져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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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이 진행중인 평택 캠프 험프리가 언론에 공개 되었다. 용산기지에 있는 주한미군사령부와 미8군사령부, 경기 북부에 있는 미2사단이 이전하면 사용하게 될 건물 신축과 기반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공동취재단]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10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평택기지(캠프 험프리)는 기지 이전사업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은 미군의 주둔기지 재배치 전략에 따라 용산기지와 경기 북부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2사단 등을 평택으로 이전하는 대형 사업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2016년 말까지 공사가 마무리될 평택기지 1467만7000㎡(444만여평) 부지에는 513동(미측 287동, 한측 226동)의 건물이 들어선다”며 “여의도 면적(290만㎡\·87만여평)의 5배에 이르는 평택기지는 외국에 있는 미군기지를 포함해 단일기지로는 세계최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지 내 공사현장 곳곳엔 ‘go together for the best (최고를 위해 함께가자)’라고 쓰인 표지판과 함께 대형 덤프트럭과 굴삭기 등이 뒤엉켜 동시다발적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김기수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단당은 “11월말 현재 이전사업은 진도가 86% 진행됐다”며 “현 추세라면 2016년에는 대부분의 공사가 마무리되고 부대 이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7년까지 용산과 동두천 등 50여개 미군기지 가운데 약 90%가 평택기지로 이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기지 정문에서 버스로 10분 정도 들어가자 미군 숙소가 나타났다. 조셉 홀란드(육군 대령) 기지사령관은 “장병 숙소 내부와 미 8군사령부 건물 내부를 민간인에게는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숙소 11층에서 내려다 본 기지는 그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었다. 홀랜드 사령관은 “평택 미군기지는 한미동맹의 전략적 거점으로 여겨지는 곳”이라며 “이 기지가 완공되면 오산 기지와 시너지를 내 지상군 뿐 아니라 공군 전투력까지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의 캠프 험프리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을 통해 대지 규모가 3배 이상 커지고, 부대내 인구도 4배 가량(1만1000여명→4만2000여명) 늘어난다고 홀랜드 사령관은 설명했다.

기지는 잠실운동장의 10배 규모로 도로 길이는 64㎞, 지휘통신시설 케이블 67㎞, 하수관 길이 25㎞, 전선 길이 1548㎞, 각종 회로 시설 806㎞ 등으로 건설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지 공사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미국 국방부 시설기준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 험프리에 들어설 건물 중 미군의 지휘시설인 주한미군사령부와 8군사령부청사는 내년 1월말 완공될 예정이다. 주한미군사령부 청사는 면적 2만5960㎡(7850평)에 지상 4층으로 공사비는 823억원이 소요된다. 8군사령부 청사는 면적 2만3804㎡(7200평)에 지상 3층으로 공사비는 704억원이다. 공사 관계자는 “두 청사 모두 수원 화성 성곽 이미지를 형상화해 짓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축 중인 두 건물은 모두 외관상 군 지휘시설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날 기지내 8군사령부청사에선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과 관련해 한미 공동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미 양측 대표로 김 단장과 버나드 샴포 미8군 사령관이 기자들 앞에 섰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용산기지와 경기 북부의 미2사단은 언제 평택으로 이전하나. 지금의 한미연합사도 평택으로 같이 옮겨오게 되나.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다. 2017년까지는 대부분의 미군 전력이 이전을 완료할 것이다.”(샴포 사령관)

“당초 용산기지는 2016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미군 부대의 이전 기간이 길어지고 국내 공사업체의 부도로 1년 가량 이전 시점이 미뤄졌다.” “한미연합사는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을 때만 존재한다. 계획대로 전작권이 이전되면 평택기지로 한미연합사가 올 일은 당연히 없다.”(김 단장)

-경기 동두천시에 주둔하고 있는 미 육군(210 화력여단)은 언제 팽택기지로 이전하나. 대북 억제능력에 공백이 생기진 않겠나.

“한국군이 210 화력여단을 대체할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하는 게 선결조건이다. 미 화력여단이 없더라도 대북 억제 능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게 되는 게 중요하다.”(샴포 사령관)

210 화력여단을 포함한 한강 이북의 미 2사단은 지난 2002년 체결한 ‘연합토지관리계획(LPP)협정’과 2007년 3월 합의된 ‘시설종합계획’에 따라 모두 평택으로 이전하게 돼 있다. 하지만 미측은 210 화력여단이 평택으로 이전한 뒤 만약 북한군이 전면전을 감행하면 한미 연합군의 대응 속도가 느려져 북한군의 전쟁의지를 초기에 꺾을 수 없을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한강 이북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

-용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게 되면 북 도발에 대한 억제력이 약화되진 않겠나.

“평택은 평택항과 오산 공군기지 등의 기반시설이 20㎞ 내외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 외부로부터 미군 전력 전개에 좋은 위치다. 또 육로와 철도를 이용해 신속해서 전력을 전방으로 전개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어 작전적, 전략적 측면에서 더 유리한 여건이다.”(김 단장)

이어 기지내 철도차량기지를 찾았다. 평택항과 평택역을 잇는 철도차량기지 건설 공사는 애초 계획보다 5개월 앞당겨 지난 7월 완공됐다. 전쟁 발발시 병력과 장비를 철도를 이용해 전방지역으로 신속하게 수송하기 위한 기반 시설이다.

사업단 관계자는 “안성천 제방의 홍수 범람 주기 100년을 고려하고 연약한 지반을 보완하기 위해 1.2~2.4m 높이로 부지 성토공사를 했으며 각종 테러에 대비해 건물 간 간격을 넓혔다”고 말했다.

정보부대가 운영하는 RC-12(가드레일) 정보수집 항공기를 비롯한 항공전투여단 소속 AH-64D 아파치 헬기, 시누크 헬기 등이 이·착륙하는 5.5㎞의 활주로도 기지 외곽에 갖추고 있다. 미군 관계자는 “기지 출입구에 차량 출입·통제·검색을 할 수 있는 전자보안 및 방호시스템도 구축했다”고 말했다.

2004년 미군기지 이전결정 이후 주민, 시민단체의 반발이 가장 극심했던 대추리는 상전벽해(桑田碧海) 식으로 변해 있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은 1990년 용산기지 이전에 한미 양국이 합의하면서 기지 이전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대추리 등 일부 지역 주민의 반발로 2007년 11월이 되어서야 첫 기공식을 했다. 기지 내 좁은 흙길을 따라 버스로 10분 가량 들어가자 거대한 미군 기름탱크가 설치돼 있고, 그 옆엔 넓은 유수지(遊水池)가 있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130가구가 역사속으로 사라진 대추리 지역이 바로 이곳”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선 관로 등 토목공사와 각종 기지 및 건물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기지 이전에 소요되는 재원은 용산기지 등 서울지역 10개 기지, 경기지역 22개 기지 등 총 47개 기지를 매각해 조달한다. 현재까지 7개 기지가 매각되어 지난 5월 기준으로 1조1698억원의 재원을 확보했다.

사업단 관계자는 “건설 자재 285개 품목을 국산으로 전환(국산화율 77%)해 1850억여원의 예산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캠프 험프리로 불리는 평택기지=평택기지는 1962년부터 캠프 험프리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1961년 작전 도중 헬기 사고로 사망한 미 육군장교 벤저민 K. 험프리 준위를 추모하려고 그의 이름을 따서 명칭을 정했다. 1919년 일본군이 건설한 기지 활주로는 6·25전쟁 때도 사용했으며 미 공군이 미 해병비행단 주둔을 위해 사용하려고 확장 보수해 ‘K-6’로도 불리고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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