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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 낸 오준 대사 "내게 뻗어온 손은 반드시 잡는다"

중앙일보 2015.12.1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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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주유엔 대사 사진=중앙포토]


 
“살아가면서 지키는 원칙 중 하나는 나에게 뻗어온 손은 반드시 잡는다는 것이다. 생각한 후 손을 잡는 게 아니라 손을 잡고 생각을 한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망이 나의 소망과 마찬가지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첫 책 『생각하는 미카를 위하여』를 낸 오준(60) 주유엔 대사는 “진로 고민을 하는 젊은이들의 메일을 받은 뒤 몇 줄로는 답할 수 없어 ‘생각해보고 회신하겠습니다’라고 답하곤 했는데, 이 책은 그런 약속의 실천”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지난해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들은 그냥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다”라는 유엔 안보리 연설로 많은 젊은이들에게 큰 관심을 받은 오 대사는 “우리나라가 성장하고 사회도 변했지만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젊음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며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생각과 경험 나누기 위해 쓴 책”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가 북한 사람은 아무나가 아니라고 한 것이 젊은 층에게는 ‘아, 그랬었지’ 하는 깨달음을 주게 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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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세상 속의 하루’는 올 8월 하루를 기준으로 유엔 대사의 일과를 따라 떠오르는 세계에 대한 생각, ‘내가 살아온 세상’은 오 대사의 성장 과정과 그에 따른 생각의 확장 과정, ‘미카의 세상’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설명하기 위한 아날로지(유추)를 담은 글이다. 추천의 글을 써준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의 말처럼 “엄격하게 말해 회고록이라고도 할 수 없고, 자서전이라고도 할 수 없고, 수필집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러나 그러한 요소를 다 갖추고 있는 책”이다.

‘세상 속의 하루’에서 오 대사는 아침 출근길에 노숙인들을 보며 세계의 빈곤을 생각하고, 유엔 입구 앞 광장의 ‘꼬여 있는 총’ 동상을 보며 9·11 테러와 시리아 내전, 그로 인한 난민들의 비극적인 삶을 떠올린다. 북한 인권 관련 회의장에선 북한 대표단이 돌출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며 실망감을 느꼈다.

저녁에는 맨해튼 서쪽에 있는 세인트 클레멘츠 극장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컴포트 위민(Comfort Women)’을 관람했다.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한 연극이었다. 오 대사는 “여성 인권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엔 외교관 중에도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냥 흔한 전시 군인들의 성폭력이나 성매매와 비슷한 사례인데 단지 규모가 컸을 뿐이라는 정도로 인식하기 쉽다”고 했다. 또 “그래서 대표부 담당관들과 협의해 공연 하루 중 전체 160석 정도 되는 관람석의 절반 정도를 확보한 뒤 유엔 간부와 직원들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을 본 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유엔 간부들은 “(위안부 현실이)너무 생생하게 전달돼 충격을 받았다. 20세도 되지 않는 어린 소녀들이 주로 끌려갔고, 일본 우익 인사들이 ‘매춘부 발언’ 주장을 하는 데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고 한다. 오 대사는 그들에게 “역사에는 일어나선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날 때가 있는데, 위안부가 바로 그런 일이었다. 전쟁 중 성폭력이 흔히 일어나지만 일본군 위안부처럼 수많은 점령지 여성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성 노예로 일하게 한 것은 유례가 없다”고 했다.

오 대사는 ‘내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자신의 30년 외교관 생활도 돌아보며 “상대방과 공존하기 위한 ‘계몽된 이기주의(enlightened self-interest)’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 말레이시아, 브라질, 싱가포르에서 근무했고 50개가 넘는 국가를 방문해 수많은 외국인과 일하고 친구가 되기도 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 중 하나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 평화롭고 함께 번영하는 세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과 공존하고 남들이 잘되는 것이 결국은 자기에게도 이익이라는 소위 계몽된 이기주의(enligjtened self-interest)가 필요한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와 다른 것을 경계하고 피하려 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교육과 노력을 통해 우리 마음과 다양성 속에서 자아를 성숙시켜야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 챕터인 ‘미카의 세상’엔 책 제목에 등장하는 미카가 나온다. 일산에 사는 준영이란 아이가 유리 상자 안에서 키우는 개미의 이야기다. 먹이를 주려 천을 걷을 때마다 “신이 왔다”며 개미굴에 숨어 꼼짝 않는 다른 개미들과 달리 ‘미카’라는 개미는 분명 밖에는 더 넓은 세상과 신보다 우월한 존재가 있을 것이라 믿고 유리 상자 밖으로의 탈출을 감행했다 돌아오기도 한다.

미카라는 이름은 개미를 영어로 KAMI라고 쓰고, 이를 거꾸로 MIKA라고 해서 지었다. 이야기 속에서 준영이는 겨울이 오기 전 개미들을 산에 풀어주려 하지만, 유리 상자에서 흙을 꺼내는 순간 개미굴은 무너졌고 개미들은 우왕좌왕한다. 공포에 사로잡힌 미카도 흙 위로 올라가 전에 본 적 없던 강한 햇빛을 느끼며 이야기가 끝난다.

‘미카의 세상’은 오 대사 개인의 경험에서 모티브를 잡았다고 한다. 일산에 사는 준영이는 오 대사의 조카 이름이고, 오 대사가 어렸을 적 개미를 키워본 적이 있다고 한다. 오 대사는 “길게 보아 인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우선 당면한 도전과 과제들을 힘을 합쳐 해결해야 미래가 있다는 것은 틀림 없다. 분쟁, 불평등, 기후 변화 등 오늘의 세계가 직면한 도전은 바로 우리나라에도 도전”이라고 했다. 그리고 “잘 살게 되는 것이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경쟁으로 지치고, 힘들게 살고 있단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서로의 손을 잡고 배려해야 한다”며 글을 맺었다.

책에는 오 대사의 연설 다수도 담았다. 또 부록으로 오 대사가 지키려고 하는 ‘삶의 습관 7가지’도 수록했다. 첫째는 무엇에나 의문을 가지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늘 본질적인 문제의식에 기초를 둬야 하고, 이런 근본적 배경을 항상 염두에 둬야 구체적이고 지엽적인 문제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소중한 것에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유한한 삶에 무엇이 소중한 지 판단하는 데엔 어떤 식으로든 고뇌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셋째는 책 앞머리에 소개했듯이 ‘나에게 뻗어온 손은 반드시 잡는다’이다. 오 대사는 “소중한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지만, 남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그렇게 시간을 공유하는게 도움이 되는지 지나치게 따지고 계산하기 때문에 실행이 어려운 것 뿐”이라고 말했다.

넷째는 필요한 것만 소유한다, 다섯째는 여러 가지 일을 할 때는 집중관 전환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여섯째는 ‘중요한 승부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였다. 중요한 순간에 긴장해서 원래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오 대사는 “이럴 때면 바둑이나 장기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이기려고 최선을 다하긴 하지만, 승부에 집착하진 않는다. 바둑에서 진다고 인생 전체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하면 결과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힘들고 어려울 땐 멀리 떨어져 자신을 본다는 것이었다. “위성사진으로 지구의 어느 한 곳을 클로즈업하는 과정을 거꾸로 돌리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대개의 경우 마음이 가라앉는다.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어려움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따라서 인간이 해결할 수 있다”면서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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