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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멍때리고 일 깜빡하는 당신, 우울증 검사 받아 보세요

중앙일보 2015.12.13 09:11 건강한 당신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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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 과장인 이모(35·여)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에너지가 넘치던 예전과 달리 의욕이 없다. 매사 우울하고 잠도 깊이 잘 수 없다. 회사에서는 중요한 일을 자꾸 잊어버려 곤란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잦은 업무 실수는 동료들의 뒤치다꺼리가 돼 미안해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정신과에 가기는 두렵다. ‘약을 먹으면 바보가 된다’ ‘내성이 생겨 끊을 수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작용 없고 인지력 높이는 신약 나와


병원 찾는 우울증 환자는 전체의 10%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신과 치료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하다”고 말했다. 서구에선 우울증을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창의적이고 고난도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뇌에 과부하가 걸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300만 명으로 추산되는 환자 중 10분의 1만 치료를 받는다.

우울증은 일시적인 우울한 감정과는 다르다. 예컨대 여러 물줄기(도파민·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등의 행복호르몬)를 내보내는 호스들이 있는데, 외부에서 호스를 일시적으로 밟았을 때 물줄기가 약해지는 것이 일시적인 우울감이다. 사별, 사업 실패 등이 외부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우울감은 며칠, 또는 몇 주면 회복된다. 반면에 반복된 외부 압력 등으로 뇌의 중앙장치가 완전히 고장난 것이 우울증이다.

우울증에 빠지면 불면증·체중감소·안절부절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전 교수는 “정보가 입력되지 않고, 알고 있던 정보도 처리가 늦어진다. 판단력도 흐려져 중요한 상황에서 엉뚱한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자살 환자의 70% 이상이 우울증 환자라는 통계도 있다.

놔두면 치매·알츠하이머 위험 높아질수도

병원을 가기 전 누구나 약의 부작용과 내성, 그리고 정신과 치료 기록이 남는 것을 걱정한다. 하지만 치료 기록에 대해 직장 등 어떤 기관에서도 요구하거나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하지만 이런 걱정을 하는 것보다 우울증을 초기 치료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다. 전 교수는 “우울증을 놔두면 일부에서 치매나 파킨슨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긴 기간 우울증을 앓을수록 호르몬 분비 기능이 약화돼 약물도 많이 써야 하고, 회복되더라도 재발이 잘된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선 우울증이 왜 생겼는지 면밀한 상담과 검사를 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는 “갑상샘기능저하, 치매 전 단계 등에서도 호르몬 변화로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살 빼는 약, 스테로이드제 등도 감정조절중추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사람은 해당 질환을 치료하거나 약을 대체하면 우울증이 해결된다. 대인관계나 업무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문제를 해결하는 조언을 해준다.

부작용 거의 없는 신약 개발돼

처방되는 약은 주로 SSRI 계열이다. 세로토닌 농도를 유지시킨다. 우울한 감정은 좋아지는 대신 성기능장애, 근육 경련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NDRI계열은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 호르몬을 유지시킨다. 성기능장애 위험은 없는 대신 초조·불안증이 생길 수 있다. SNRI계열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유지시켜 주는 약물이다. 심한 우울증에 잘 듣지만 불면과 성기능저하, 고혈압 우려가 있다. 임 교수는 “모든 약이 부작용이 있지만 증상에 맞게 초기에 약물을 쓰면 부작용과 내성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최근엔 부작용은 줄이면서 중증 우울증에도 잘 듣는 약물이 나왔다. 기존 약물이 세로토닌·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등 단일 성분만 제어했다면 이번에 개발된 ‘보티옥세틴’ 성분(브린텔릭스)은 다양한 신경전달 관련 호르몬의 활성을 동시에 증가시킨다. 전 교수는 “그동안 중증 우울증에 잘 듣는 약일수록 부작용은 심했다. 하지만 보티옥세틴 성분은 성기능과 수면장애, 체중 증가 등의 주요 부작용이 없다. 또 인지기능 개선엔 효과를 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브린텔릭스는 기억력과 학습능력·주의력·실행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입증된 바 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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