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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체온 1도 낮아지면 면역력 30% 떨어져

중앙일보 2015.12.13 09:08 건강한 당신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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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한창이던 지난 6월, 병원 방문자의 체온을 측정하던 한 의료진은 진기한 경험을 했다. 체온이 36.5도에 못미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던 것. 그는 "처음에는 체온계 고장을 의심했다"고 했다. 하지만 체온계는 정상이었고, 사람들의 체온이 저하됐던 것이다.

커버스토리 건강에 빨간불 체온 저하


예로부터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이라고 했다. 가장 오래된 한의학서 '황제내경'에 나오는 말이다. 몸 안에 기운이 충만하면 나쁜 기운이 쳐들어올 수 없다는 뜻이다. 반대로 부족하면 병을 얻는다 했다. 한의학에서는 기(氣), 그중에서도 특히 온기를 중시했다. 몸을 따뜻하게 보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 한의학적 개념은 체온에 그대로 적용된다. 체온을 올리면 면역력이 증가하고 떨어지면 면역력도 함께 줄어든다. 한의학 전문가들은 몸이 차가워진 현대인에게 특히 중요한 개념이라고 강조한다. 체온이 떨어지는 것이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임수복(68)씨. 그는 11년 전 폐암을 앓았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수술을 받고 완치됐다. 암이 완치되기는 했지만 재발 가능성이 있었다. 근본적인 건강관리도 필요했다. 그는 수술 후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 위주의 식단과 운동으로 체온을 올렸다. 체온이 면역력과 직결된다는 조언을 듣고 나서다. 사실 폐암 진단을 받았을 때 그의 체온은 35.8도밖에 되지 않았다. 임씨는 “수술 후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꿔 지금은 체온을 37도로 유지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몸이 한결 가뿐해지고 활기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분당 90회를 넘나들던 그의 맥박수도 이제는 70회 정도로 안정을 찾았다.

면역력 결정인자 ‘체온’

체온에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우리가 알고 있는 정상 체온 ‘36.5도’는 사실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다. 체온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고 시시각각 변한다. 하루에도 0.5도 안팎으로 변한다. 보통 오전 6시에 가장 낮고, 오후 4~6시에 가장 높다. 또 나이가 들면서 점차 낮아진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는 “실제로 체온은 사람마다 차이가 많이 난다”며 “정상 체온이 36.5도라고 하지만 어떤 사람은 평상 시 체온이 37도에 이르는 반면, 어떤 사람은 35도대에 머무른다”고 말했다. 누구나 자신의 체온이 36.5도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체온도 다른 건강지표처럼 정상 범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셈이다.

정상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상 체온 자체가 몸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한의학에서는 정상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면역력과 직결된다고 본다.

체온은 신진대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몸에 열이 오르면 기혈 순환이 원활해지고 세포 활동이 촉진돼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근육의 정상적인 수축과 이완이 가능해지고 비로소 각 장기가 제 기능을 발휘한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순환기내과 조승연 교수는 “체온이 올라가면 세포 등 인체 활동이 활발해져 기초대사량이 증가한다”며 “체온이 1도 상승함에 따라 기초대사량은 13%, 면역력은 약 30%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체온 낮아지면 암세포 증식

이상적인 체온은 36.5~37도다. 반대로 체온이 이보다 떨어지면 면역력이 감소한다. 문제는 낮아진 체온이 암세포 활동이 가장 활발해지는 온도라는 점이다. 35도는 암세포가 증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김영철 교수는 “암세포는 고열에서는 성장하지 못하지만 정상체온보다 1.5도 낮은 35도는 암세포가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라며 “몸의 면역체계는 36.5도 이상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열성질환, 고열을 앓았던 암환자들은 암이 완치되거나 걸리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다”며 “암은 그만큼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오게 돼 있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체온이 낮고, 체온이 낮으면 고열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고 덧붙였다.

암뿐이 아니다. 낮은 체온은 거의 모든 질환과 관련돼 있다. 건강의 적신호인 셈이다. 신체 말단까지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족냉증이 생긴다. 소화기관이 제 기능을 못해 소화장애가 생긴다.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체내 에너지도 부족해진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두통을 비롯한 각종 통증도 유발한다. 김 교수는 “체온이 낮아진 것은 몸의 균형이 깨진 것을 의미한다”며 “혈액순환을 비롯해 기혈 흐름 등에 문제가 생기면서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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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왜 체온이 낮아졌을까

전문가들은 현대인의 과반은 정상 체온을 밑돈다고 입을 모은다. 어떻게 보면 체온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첫째로 운동량이 부족하다. 운동은 체온을 결정짓는 요소다. 근육은 몸 안에서 핵심적인 열 발생 기관이다. 근육이 많을수록 체온이 높게 유지된다. 송 교수는 “운동하면 몸에 열이 발생하는데 근육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열 발생으로 체온이 빨리 올라가고 오래 유지된다”며 “주위에서 추위를 안 타는 사람들을 보면 지방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근육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둘째로 밤낮이 바뀐 생활을 많이 한다. 황제내경의 양생법에서는 낮에 활동을 많이 하고 해가 떨어지면 잠을 충분히 잘 것을 권한다. 낮에 양기를 쌓고 밤에 숙면을 통해 음기를 쌓으라는 지침이다. 하지만 대부분 제때 수면하지 못한다. 경희대병원 한방부인과 황덕상 교수는 “혈액·체액·수분은 음기에 해당하고, 음기가 잘 돌려면 숙면이 필요한데 오히려 밤낮이 뒤바뀐 사람이 많다”며 “마치 보일러는 멀쩡한데 배관에 돌 물이 다 떨어져 보일러는 과열되고 방은 냉골이 되는 격”이라고 말했다.

셋째는 스트레스다.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체내 긴장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체온이 내려간다. 황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열이 달아오른다고 표현하는데 속은 냉해지게 된다”며 “차가운 기운은 올리고 뜨거운 기운은 내리라는 수승화강(水昇火降), 두한족열(頭寒足熱) 원리에 반하는 상태가 된다”고 지적했다.

넷째로 과식도 문제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체내 혈액이 위로 집중돼 40%에 이른다. 몸 곳곳에 퍼져야 하는 혈액의 양을 장시간 소화 기능에 묶어두는 셈이다. 또 먹은 음식물의 과한 영양분이 지방으로 저장돼 몸이 열을 낼 수 있는 기능을 막는다. 지방은 최종적으로 소비되는 에너지원이자 에너지 저장 창고다. 송 교수는 “현대인의 생활습관은 체온을 떨어뜨리기 쉬운 조건”이라며 “체온에 관심을 갖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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