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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국회 선진화 원한다면 국회가 정한 절차부터 지켜라

중앙선데이 2015.12.13 01:39 457호 4면 지면보기
162, 6867. 19대 국회의 성적표다. 3년 반 동안 162일의 본회의를 열었고 6867개의 의안을 처리했다. 아직도 1만1000개가 넘는 의안이 계류 중이다. 연평균 40일 회의를 개최하는 데 그쳤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의화 의장은 이례적인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회의원과 상임위는 보이지 않고 교섭단체의 지도부만 보인다”고 개탄했다.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연중 개원 체제가 도입된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1987년 헌법 개정으로 연 150일이라는 회기 제한 규정이 삭제됐고 짝수 달인 2, 4, 6월에 30일간의 임시회와 9월 1일부터 100일간의 정기회를 각각 열도록 했다. 미국 연방의회는 1년을 회기로 연중 본회의와 위원회가 개회되며 특별한 경우에만 휴회한다. 올해 1월 개원한 미국의 114대 의회는 현재도 개회 중이다.


국회 선진화를 하려면

 국회법 제53조는 ‘폐회 중 상임위원회의 정례 회의’를 규정하고 있다. 국회운영위원회를 제외한 상임위는 폐회 중에도 최소한 월 2회 정례적으로 열어서(정보위원회는 1회) 주요 안건을 심사하라는 거다. 특히 그중 1회는 미리 그 개회 주·요일을 지정하여 자동 개최토록 하고 있다.



 19대 국회의 16개 상임위의 폐회 중 상임위 개최 실적은 총 53회로 상임위당 평균 3.3회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대부분 어린이집 아동학대와 같은 돌출 현안에 관한 것을 다루기 위한 것으로, 법률안이나 청원 심의를 위한 개최 실적은 전무하다. 어떠한 상임위도 자동 개회 조항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 정기회와 임시회 기간 외의 상임위 활동에 관한 국회법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상임위원회별로 설치된 정책영역별 소위원회도 중요한 장치다. 국회 상임위는 특정한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소위원회를 둘 수 있고, 위원회의 소관 사항을 상시적으로 분담·심사하기 위해 상설소위를 둘 수도 있다. 상설소위원회 제도는 13대 국회에서 도입됐다. 이에 따라 1998년에 제정된 ‘국회상설소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규칙’에선 보건복지위원회의 경우 보건의료소위원회·사회복지소위원회·식의약품안전소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환경소위원회·환경국제협약소위원회·노동소위원회 식으로 상설소위를 두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대로 실시되지 못했고, 15대 국회에서 의무화됐던 규정이 17대 국회에선 임의 규정으로 후퇴했다.



 지금까지 상설소위를 구성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19대 국회는 상설소위가 전혀 없다. 관행적으로 특정 안건심사소위인 법안 소위·예산결산소위와 청원심사소위만 운영하고 있다. 정책분야별 상임위를 평균 5개 운영하고 있는 미국 의회와는 대조적이다. 대표적인 게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산하의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다.



 상설소위 설치와 운영은 위원회 안건 심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다. 국회선진화법을 만들 때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력과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지만 필요한 국회 규칙은 제정되지 않았다. ‘국회상설소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규칙’도 제정 후 20년 가까이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아 현재의 상임위 규정과 전혀 맞지 않는다.



 일하는 국회,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되기 위해서는 여야 간 타협과 합의에 따라 집합적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한 수단은 ‘국회법’이라는 의사 절차다. 당 지도부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라는 평가는 ‘국회법’이라는 게임의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다름아니다. 거창하고 새로운 개혁을 말하기 전에 폐회 중 상임위 개회와 상설소위 운영 같은 ‘스스로 정한 절차’를 지키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조현욱 (사)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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