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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뒤처져 추락 … 그녀에겐 아직 10억명의 유저가 있다

중앙선데이 2015.12.13 01:15 457호 14면 지면보기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의 포털사이트 야후는 본업인 포털 사업부문을 분사해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본체를 버리고 곁가지를 안에 둔다 해서 ‘역(逆) 스핀오프’라 불린다. 1995년 출범한 1세대 포털 야후가 알리바바 지분 15%(시가 310억 달러, 약 37조원) 등의 금융자산만을 보유한 사실상의 투자회사가 돼버린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원생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가 공동 창업한 야후는 90년대 말 가장 인기 있는 웹 디렉토리로 등극했다. 야후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야후(Yahoo)는 ‘또 하나의 체계화된 사무실의 현자(Yet Another Hierarchical Officious Oracle)’의 약어다. 그만큼 사람들은 모르는 것이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야후 검색에 의존했다. 98년 구글이 나타났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야후는 메이저 포털의 지위를 놓치지 않았다.


창업 20년 만에 포털 분사한 야후

 하지만 ‘닷컴 버블’이 터지고 신상품 개발에 뒤지면서 야후는 계속 처졌다. 구글이 검색 기술을 개발하면 4년이나 걸려 따라갔고, 구글이 Gmail을 내놓자 야후도 e메일 스토리지 용량을 늘렸다. 이렇게 뒤따라가는 세월을 보내면서 2007년에 이르러선 누구도 야후를 ‘혁신’과 연결시키지 않게 됐다. 우수한 직원들은 회사를 떠났고, 대규모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보다 못한 창업자 제리 양은 6년간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테리 시믈을 퇴진시키고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듬해인 2008년 2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446억 달러(약 50조원)에 야후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당시 야후의 주가로 계산했을 때 상당히 높은 가격이었다. 하지만 제리 양은 “가격이 너무 낮다. 협상 중에 언급했던 50억 달러를 더 주지 않으면 매각하지 않겠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MS도 50억 달러는 더 못 주겠다고 버텨 딜은 무산됐다.



 그해 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발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야후의 가치는 MS가 제안했던 인수 가격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MS의 CEO 스티브 발머는 “가끔 우리는 참 운이 좋다”고 말했다. 야후는 엄청난 돈을 받고 회사를 정리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회사가 휘청거리자 이번엔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달려들었다. 야후 지분 4.3%를 야금야금 매집한 뒤 이사회를 갈아치우겠다고 공언했다. 결국 월가의 눈엣가시가 된 제리 양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소프트웨어 회사 오토데스크의 CEO를 지낸 캐럴 바츠가 2009년 신임 CEO로 취임했다.



 바츠는 장악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졌지만 성격이 이상했다. 취임 후 첫 회의에서 욕설을 섞어가며 “언론에 정보를 흘리면 편도 티켓을 끊어 못 돌아오는 곳으로 보내버리겠다”고 말한 것이 대서특필됐다. 거래처·투자자와도 이런 식의 에피소드가 난무했다. 돈을 벌어다 주는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회사가 혁신보다 괴팍한 CEO로 더 유명하게 되자 야후 이사회는 2011년 바츠를 전화 통보로 해고했다.



 몇 달 동안 CEO 없이 지내던 야후는 2012년 1월 전설적인 온라인 결제 회사 페이팔의 CEO를 지낸 스콧 톰슨을 영입했다. 하지만 야후 지분을 사들여 온 헤지펀드 투자자인 댄 로브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해 5월 로브는 “톰슨이 컴퓨터공학과가 있지도 않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고 학력을 위조했다”고 폭로했다. 톰슨은 “헤드헌터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며칠 안 돼 사임했다.



 톰슨을 몰아내고 로브가 CEO 자리에 앉힌 건 구글의 20번째 사원이자 첫 여성 엔지니어인 머리사 마이어였다. 마이어의 취임과 함께 야후는 지난 수년간 잃고 있었던 혁신 이미지를 되찾았다. 언론과 업계 모두 그가 신상품 개발 능력이 있고, 우수 엔지니어 영입이 기대된다며 칭송했다.



 마이어가 취임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사업의 중심을 모바일로 옮기고 역량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특별히 수익이나 브랜드 제고로 연결된 업적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야후가 망한 건 아니다. 아직도 전 세계 야후 사용자는 10억 명(월간 활성 이용자 수)에 달한다. 야후가 요즘 론칭한 스타트업이었다면 투자자들에게서 엄청난 환대를 받았을 것이다. 야후의 단순 매출 50억 달러는 많은 스타트업들에겐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야후가 보유한 알리바바 지분(310억 달러)과 야후재팬 지분(86억 달러) 등이 이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선 이 때문에 야후의 핵심사업에는 마이너스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번에 역 스핀오프를 추진키로 한 것도 알리바바 지분을 떼어내 분사할 경우 막대한 세금 폭탄을 맞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어 CEO에게는 분사하는 야후 핵심사업의 가치를 높이는 과제가 남았다. 트위터는 10억 명보다 훨씬 적은 사용자로 170억 달러의 매출을 내고 있다. 마이어가 트래픽을 매출로 연결시킬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 있다는 얘기다.



 한편 야후코리아는 네이버 등 토종 포털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2012년 철수했다. 반면 야후 본사의 캐시카우인 야후재팬은 별도의 회사로서 일본 최대 포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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