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벤처정신 기대했지만 ‘안전운전’ 치중 … 취임 후 기회 못 살려

중앙선데이 2015.12.13 01:12 457호 14면 지면보기
머리사 마이어(40) 야후 CEO는 지난 10일 쌍둥이 딸을 출산했다. 하지만 그는 야후가 보장하는 16주간의 출산휴가를 다 쓰지 않고 “제한적인 휴가 기간만 갖겠다”고 밝혔다. 마이어는 2012년 아들을 출산했을 때도 2주 뒤 복귀했다.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 표현인데, 미국에선 되레 논란을 부르고 있다. 회사가 엄청난 재편 작업을 진행 중이니 그럴 만하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워킹맘들은 ‘CEO니까 가능하다. 자기 생각만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둘째 출산 후에도 조기 복귀 예고한 CEO 마이어

 2012년 구글에서 야후로 옮겨온 후 마이어는 줄곧 이런 엇갈린 평가를 받아왔다. 마이어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걸 다들 인정하면서도 비관론자들은 ‘IT 기업이 한번 잃은 동력을 되찾은 전례가 없다’며 냉소적이었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마이어가 획기적인 시도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이어가 취임했을 때 야후가 필요했던 건 브랜드 쇄신이었다. 포털사이트 전성시대는 저물고 있었고 게다가 아무도 야후를 믿을 만한 검색 엔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새로운 상품이 필요했다. 그래서 마이어는 모바일 앱에 공을 들였고 동영상을 강화하는 한편 기존의 배너 광고를 탈피한 새로운 광고 모델을 찾아 나섰다. 모두 좋은 시도였다.



 하지만 현재 야후는 핵심 정체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스·엔터테인먼트·커뮤니케이션을 넘나드는 광활한 사업을 광고가 뒷받침하는 구조다. 그의 지지자들은 마이어가 획기적인 시도를 하길 바랐지만 그는 ‘조금 나은 야후’를 만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수익 구조가 개선된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마이어가 고려했어야 하는 획기적인 시도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든다. 2012년엔 지금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명사가 된 넷플릭스가 태동 단계였다. 주식시장에선 넷플릭스의 장래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았고, 주가도 지금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투자회사 선트러스트의 로버트 펙 애널리스트는 “그 정도 가격이면 야후가 넷플릭스를 인수할 수도 있었고 넷플릭스가 안 판다면 야후 내에 스트리밍 자회사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야후는 지난해 초 오리지널 콘텐트를 제작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시청자 수가 적어 10월에 문을 닫았다. 이를 두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해봤자 안 됐을 것’이라는 비판이 아니라 마이어가 이것저것 건드리지 말고 아예 야후를 스트리밍 회사로 재탄생시켰으면 가능했을 일이라는 분석이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등에 엄청나게 투자해 빛을 본 넷플릭스를 차치하더라도 같은 기간 페이스북은 메시징 앱에, 구글과 애플은 보이스 인식 기능에 각각 올인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마이어는 신사업 개발보다 야후의 알리바바 지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월가 투자자들과 논의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하지만 IT 전문가들과 업계 애널리스트들이 바란 건 마이어가 안전하게 사업을 운영하기보다 명성에 걸맞게 과감하고 모험적인 시도를 했으면 하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야후가 매각이 아닌 분사를 발표한 것은 포털 등 기존 사업의 가치를 어떻게든 높여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도했다. 야후엔 시간이 얼마 없다.



 



 



박성우 기자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