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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소시지 명심보감

중앙선데이 2015.12.13 00:48 457호 22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엄마, 햄 빼고 먹어?”


요즘 웰빙가에선

 분식점에서 김밥을 먹던 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편식하지 말라고 할 것 같던 엄마가 “응, 햄은 꼭 빼고 먹어”라고 말한다.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햄·소시지·베이컨과 같은 가공육이 담배나 석면과 같은 등급의 발암물질이라고 발표를 한 이후 목격한 일이다. 사실 그렇게 하나하나 다 따지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WHO 발표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종류의 역학적 연구를 종합한 결과다. 하지만 발표의 의미는 ‘담배의 발암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있는 것처럼, 가공육 섭취와 대장암 발생에도 연관성과 과학적 근거가 있더라’는 것이다. ‘가공육을 먹는 것은 담배 피우는 것과 동급’이라거나 ‘먹으면 반드시 암에 걸린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 양을 먹는 것이 좋고, 제조할 땐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이런 결과가 개인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가공육 성분 중 어떤 것이 암 발생 위험성을 높이는 주범일까? 가공육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리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몇몇 화학물질이 의심이 될 뿐이다. 따라서 너무 고온으로 조리하거나 불에 직접 닿게 굽는 조리는 피해야 한다. 먹는 양도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WHO에서 발표한 근거는 매일 가공육 50g 이상을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18% 높아진다는 것인데, 한국에서 가공육 1일 평균 섭취량은 6g 정도’라고 발표했다. 한편으로는 조금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평소 많이 먹는 사람들은 조심할 필요는 있다. 가공육 50g은 핫도그용 소시지 1개, 베이컨 2장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사실 음식의 질을 따져보면, 가공육은 건강에 좋은 웰빙 식품 부류에 속하지는 못했다. 식사의 질을 평가하는 방법인 식사 유형에 대한 연구를 할 때, 건강에 좋은 식사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판단하기 위해 여러 지표를 사용한다. 이 때 흔히 사용되는 지표에서도 가공육이나 붉은 육류 섭취를 많이 하는 것은 잡곡이나 채소 등을 많이 먹는 것과는 다른 군으로 분류한다. 그러니 섭취를 하더라도 섭취량을 조절하고 조리법을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답인가 싶은데, 그러려면 많이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몸에 좋다는 것도 알아야 하지만, 건강에 해가 되는 것은 어떤 것들인지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영양소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하고 음식을 살 때에도 반드시 영양성분 표시를 읽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식품을 공급하는 회사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항이라도 지켜야 한다. 원산지 허위기재,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상한 재료 사용, 유통기한 표기 조작, 식당에서의 반찬 재활용 등 먹을거리를 다루는 사람들이라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한다. 규제와 감시·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똑똑한 소비자가 될 수 있다.



 



박경희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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