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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호흡은 ‘명약’ … 몸·두뇌 건강 확 달라진다

중앙선데이 2015.12.13 00:48 457호 22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매일 1만 번 이상 하는 운동이 있다. ‘숨쉬기 운동’, 바로 호흡이다. 숨만 잘 쉬어도 스트레스가 풀리고, 뇌가 활성화되며 건강이 달라진다. 반대로 호흡 습관을 잘 못 들이면 건강에 해가 된다. 우리 몸에 좋은 호흡과 나쁜 호흡은 어떻게 다를까.


좋은 호흡과 나쁜 호흡

 윤설현(28·여·가명)씨는 다섯 달 전 직장을 옮긴 뒤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손발이 차가워졌고 없던 두통이 생겼다. 가장 괴로운 건 수면장애였다. 한 번 깨면 다시 잠들지 못해 서너 시간 자고 출근하기 일쑤였다. 그 사이 몸무게는 4kg 줄었다. 윤씨는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진단을 맡은 우종민 교수는 면담 후 스트레스 지표인 체온과 근육 긴장도, 호흡수를 각각 검사했다. 그 결과 윤씨의 이마 근육 긴장도는 10으로 일반인의 두 배에 달했고, 호흡수는 분당 18회로 평균(분당 12~15회)을 훌쩍 넘었다. 스트레스가 근육과 심장에 부담을 줬고, 만성화되면서 두통과 수면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우 교수는 “스트레스를 잠재우는 가장 효과적이고 기본적인 방법이 복식호흡”이라며 윤씨에게 방법을 알려줬다. “아랫배를 누르면서 코로 숨을 들이마셔요. 내 쉴 때는 입으로 천천히 내뱉습니다.” 윤씨는 우 교수의 지도에 맞춰 분당 10회로 호흡수를 낮춰갔다. 숨이 깊어지면서 얼굴은 점점 평온해졌고, 몇 분 지나자 근육 긴장도가 3이하로 세 배 이상 떨어졌다.



 
호흡 깊을수록 뇌혈류량 늘어 복식호흡은 스트레스로 망가진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명약’이다. 스트레스가 위험한 이유는 자율 신경 중 교감 신경을 자극해서다. 교감신경은 보통 위급하거나 긴장된 상황에서 작동한다. 혈압과 심박수를 높이고 근육을 긴장시킨다. 동시에 호흡은 거칠고 얕아진다. 불규칙한 호흡으로 어지럼증과 실신 등을 일으키는 과호흡증후군은 스트레스로 인한 대표적인 질환이다.



 부교감신경은 이와 반대다. 몸을 이완하고 심박수를 낮춰 편안한 상태를 만든다. 복식호흡은 바로 이 부교감신경의 스위치를 켠다. 우 교수는 “복식호흡은 횡경막을 위아래로 늘리는 깊고 고른 호흡법이다. 이를 통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이로 인한 신체 이상 증상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간호대학 연구진이 조산 스트레스를 겪는 임신 24~37주 사이 조기 진통 임산부를 대상으로 3일 동안 실험을 했다. 26명은 하루 5분씩 복식호흡을 시켰고 20명은 평소처럼 호흡하게 했다. 그랬더니 복식호흡을 한 임산부는 심리적 불안감을 나타내는 점수가 10점 만점에서 평균 1.35~1.58점 감소했고, 혈압은 2.04~3.58mmHg 줄었다(여성건강간호학회지, 2009년). 짧은 복식호흡도 교감신경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뇌도 건강해진다. 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호흡이 깊을수록 혈중 이산화탄소 양이 늘면서 뇌 혈류량도 증가한다”며 “얕고 짧은 흉식호흡보다 깊은 복식호흡이 뇌의 혈류량을 늘리고 뇌 세포 활동 촉진에 좋다”고 말했다.



 건강을 위해선 호흡 경로도 중요하다. 인간의 ‘숨 길’은 코와 입 두 곳이다. 이 중 건강을 위한 ‘길’은 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코는 ‘가습기’이자 ‘천연 필터’다. 입에도 점막과 침이 있지만, 습도와 온도를 관리하는 기능은 코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는 성대, 기도, 폐 호흡기관을 자극해 염증이 생길 확률을 높인다. 입에는 코처럼 먼지와 세균을 빗자루처럼 쓸어 담는 섬모도 없다. 더러운 공기가 폐로 곧장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김태훈 교수는 “입 호흡은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기관지염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자 악화요인”이라고 말했다.



 



입 호흡은 구취·충치도 유발입 호흡을 위해 입을 오래 벌리면 자연히 침과 점막이 마른다. 구강 건조는 입 냄새나 충치 등 구강질환 가능성을 높인다. 서 교수는 “건조해진 점막은 세균과 바이러스의 침투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한다”며 “입이 너무 헐었거나 설염(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 있는 환자도 입 호흡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잇몸 쪽에 염증이 생긴 치주질환 환자는 심혈관질환·당뇨·간질환 등 전신질환에 걸릴 확률도 높다. 치주질환의 원인균과 염증 매개물질이 혈액을 타고 몸 안에 퍼지기 쉬워서다. 연세대와 동남보건대 공동 연구진이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성인 6293명을 분석했더니 치주질환이 있을 때가 없을 때보다 고혈압 위험도는 1.36배,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2.11배 각각 더 높았다(대한구강악안면병리학회지, 2015년).



 김 교수는 “코뼈가 휘었거나 비염·축농증·종양 등 외적인 요인으로 코 호흡이 어려울 때 무의식적으로 입으로 호흡하는 경우가 많다”며 “입 호흡이 습관화됐다면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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