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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상품화의 그늘

중앙선데이 2015.12.13 00:18 457호 30면 지면보기
지난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중국 공공외교 포럼에 다녀왔다. 4년째 중국과 유럽을 번갈아 가며 개최되고 있는 이번 회의의 대주제는 ‘국제사회의 공공재 창출을 위한 공공외교의 역할’이었다. 이틀에 걸친 회의에서 중국 측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소개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일대일로가 통과하는 60여 개 국가에 경제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니, 이야말로 국제적인 공공재라는 논리이다. 처음에는 무심한 듯 했던 여러 유럽 참가자들도 회의가 끝난 후에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평을 하였다. 지식 자산을 사용하여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설득하는 공공외교의 한 유형으로서 지식외교의 예이다.



문화 자산, 특히 대중문화를 매력 자산으로 사용하는 한류가 지난 20여 년간 한국의 공공외교를 선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간 한류의 성공과 역할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우려 또한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한류는 상업적 이익에 의해서 추동되는 ‘상품’으로서의 성격이 짙다. 그리고 대중문화의 생명력은 전통문화에 비해서 그 생명력이 짧다. 경제적인 표현을 빌자면 한류의 ‘상품 사이클’이 짧다는 것이다. 또한 이른바 ‘한류 3.0’이 추구하는 바와 같이 여러 산업 분야로 한류를 확산시킬 경우, 외국인들의 눈에는 한국이 지나치게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비치어질 여지가 있다. 한류의 지나친 상업화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공공외교의 본질에서는 비켜나가게 된다.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나의 의도가 뻔히 보일 때, 누가 선뜻 마음을 내어주겠는가? 따라서 한류가 여전히 잘 나가고 있을 때 보완적이고 후속적인 매력 자산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 기고

지식외교는 아이디어·가치·제도·정책 그리고 역사적으로 축적된 경험 등을 소프트 파워 자산으로 활용하는 공공외교의 한 형태이다. 한류보다 덜 알려져 있지만,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지식의 형태로 개발도상국과 공유하는 지식공유프로그램(KSP)은 지난 10여 년간 한국 지식외교의 대표 주자였다. 외교부 산하 국제협력단과 한국개발연구원이 이 프로그램의 주도적 수행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식외교의 영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의 일대일로의 예에서처럼 국제회의를 통한 회의체외교도 지식외교의 중요한 분야이다. 회의체에서 일방향적 독백이 아닌, 쌍방향적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에게 특정 이슈에 대한 정보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궁극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국의 여론선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지식외교는 이들의 사회적 역할로 인해서 그 효과성이 크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외교가 그 대상의 범위의 측면에서는 넓지만 효과성의 깊이에 있어서는 얕은데 반해서, 여론선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지식외교는 대상의 범위는 좁은 대신 그 효과가 깊고 지속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정책 전문가들이나 언론인·학자·싱크탱크와 같은 상대방 정책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특정 이슈에 대한 한국의 정책 입장이나 통일의 필요성을 역시 대화의 형태로 설명하는 것은 지식외교의 또 다른 영역이다. 상대국 언론이나 정책저널에 대한 기고도 여기에 해당된다. 오늘날의 뉴미디어는 지식 자산을 발신하는 더 없이 좋은 매체가 되고 있다.



공공외교에 보편적인 단일 모델은 없다. 각 국가의 외교적 필요와 매력 자산은 모두 상이하고, 공공외교는 이러한 필요와 자산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프트 파워는 국토나 인구의 크기, 부존 천연자원과 같이 상수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창의력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공공외교 예산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창의력과 더불어 큰 그림을 그리고 지속적인 방향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한류의 틀에서 벗어나서 지식외교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김태환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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