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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가리’라고 놀리지 말아요

온라인 중앙일보 2015.12.13 00:02
[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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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DB]

시각기억 능력 발달한 비둘기는 유방암 등 석회화 식별에 방사선의와 비슷한 적중률 보여

비둘기는 더럽고 쓸모없고 좀 멍청하다는 통념이 있다. 날개 달린 쥐라고 부를 사람(특히 뉴욕시 주민)도 많다.

리처드 레빈슨 교수는 3년 전쯤 비둘기의 시력에 관해 설득력 있는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그는 캘리포니아대학(데이비스) 헬스 시스템의 병리학·진단검사의학과 소속이다. 비둘기 뇌는 작지만 놀랍게도 시각용 신경경로(대뇌반구 안쪽의 기저핵과 피질-선조체 시냅스)는 사람만큼 잘 발달됐다. 이는 새가 특히 미세조정된 시각 기억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레빈슨 교수는 아이오와대학 심리학·뇌과학과 에드워드 와서먼 교수의 연구에 매료됐다. 와서먼 교수는 수년 전부터 비둘기를 이용해 시각과 인지를 연구해 왔다.

“그의 더 놀라운 발견은 비둘기가 초기 근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레빈슨 교수는 말한다. “잘 그린 아동 미술과 못 그린 아동 미술도 구별할 수 있다(물론 그런 재능은 철저히 비둘기 훈련을 맡은 연구원의 주관적 취향을 토대로 한다).” 다른 실험에선 비둘기가 인간의 다양한 감정 표현뿐 아니라 알파벳 철자도 식별할 수 있었다.

“뜬금없이 비둘기의 시력이 좋다면 의학적 이미지는 얼마나 잘 구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레빈슨 교수가 말했다.

그는 와서먼 교수에게 연락했다. 그들은 공동으로 유방 촬영 이미지의 디지털 슬라이드를 이용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비둘기에게 병리학 학습 능력이 있는지 알아보려는 목적이다.

레빈슨 교수팀은 연구 목적으로 집비둘기 8마리를 훈련시켜 의학적 이미지 일부에서 특정한 색상을 식별하도록 했다. 방사선과의와 종양학자가 유방조직 미세석회화와 악성종양을 확인할 때 찾는 색상이다. 그들은 먹이 보상 시스템을 이용했다. 미리 통상적인 먹이의 85%를 비둘기에게 주고 나머지 15%를 실험과정에서 획득하도록 했다.

그들은 백색 소음(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넓은 주파수의 소음)이 있는 어두컴컴한 방의 ‘실험상자’에 비둘기들을 넣었다. 상자마다 고급 15인치 LDC 터치 스크린에 먹이 공급장치가 부착돼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 스크린은 터치가 아니라 쪼는 용도였다. 연구팀은 비둘기들을 훈련시켜 특정한 시각적 속성을 인식하도록 했다. 저(4X) 중(10X) 또는 고(20X) 배율로 확대한 풀컬러의 양성 또는 악성 표본을 보여줬다. 비둘기가 스크린을 보고 맞는 이미지를 쪼면 보상으로 먹이를 주곤 했다.

저배율 확대 실험에서 비둘기들은 첫날 50%의 적중률을 보였다. 13일째엔 정확도가 85%로 개선됐다. 전체적으로 미세석회화에는 평균 약 84%, 이미지의 이상 식별에는 72%의 적중도를 나타냈다. 정식 면허 방사선과 의사의 통상적인 성공률과 비슷하다. 그러나 양성과 악성 유방조직 이미지의 구별 작업에선 그렇게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이 실험은 비둘기의 지능에 관한 우리의 일반적 통념을 뒤흔든다고 레빈슨 교수는 말한다. “우리가 흔히 경멸조로 ‘새 대가리’라고 하는 통념과 맞지 않는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비둘기가 곧 종양학자를 대신하지는 않을 듯하다. “비둘기가 유방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문제는 더 논하지 말자.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을 듯하다”고 레빈슨 교수는 말한다. 그는 11월 초 세계적 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된 연구 논문의 대표 작성자다. “다행히 이 연구를 계속할 좋은 명분이 생겼다.”

그 명분은 심야 토크쇼에서 연출하는 멍청한 애완동물 묘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알고 보니 비둘기의 미세 조율된 시각적 기억 능력을 이용해 새로운 의학 촬영 장치를 개발하고 개선하는 방법도 가능했다.

새로운 촬영 기술이 발명되면 육안으로 검증해야 한다. 수백 장의 이미지를 일일이 꼼꼼하게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통 고액 연봉을 받고 시간(또는 인내)이 부족한 임상의들이 이 같은 일을 맡는다.

이 같은 고된 작업에 비둘기는 적임자가 될 수 있다. “비둘기가 필시 그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레빈슨 교수는 말한다. “마지막에 이미지의 명도, 대비, 해상도를 어떻게 할지 비둘기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어렵고 힘든 일을 비둘기가 많이 처리할 수 있다. 더 빠르고 싸고 더 정확할 것이다.”

새 대가리치고는 제법 아닌가?

글=제시카 피거 기자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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