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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삼성페이·슬립센스…이재용식(式) M&A 전략

중앙일보 2015.12.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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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특허를 갖고 있는 미국의 ‘루프페이’를 인수해 선보인 `삼성페이`. 이른바 ‘긁는’ 방식의 구형 결제기에서도 작동하는 범용성이 장점이다. [자료=삼성전자]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책임지는 무선사업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차세대 삼성 스마트폰에 장착할 비장의 무기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넣기로 결정하면서다. 여러 모바일 결제 기술을 살펴본 뒤 삼성전자는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특허를 갖고 있는 미국의 벤처기업 ‘루프페이’와 접촉했다.

이재용식(式) M&A 전략…삼성페이·슬립센스
돌풍 일으키는 혁신 신제품 잇따라 출시


하지만 특허 취득 및 사업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춘 협상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다. 물꼬가 트인 것은 삼성전자가 ‘자회사로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루프페이에 밝히면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우리가 정말로 필요한 기술이라면 차라리 루프페이의 인력과 기술을 통째로 인수합병(M&A)하자’는 의견을 낸 뒤부터 협상팀의 전략이 바뀌었다”며 “시간을 두고 협상했다면 인수 가격을 더 낮출 수도 있었지만 조속한 기술 확보로 얻을 수 있는 경쟁력이 크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급변하는 정보기술(IT)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이재용 식(式) 인수합병(M&A)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삼성이 인수한 자회사의 소프트웨어가 삼성전자 제품에 속속 장착되면서 그 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게 삼성이 올해 2월 약 2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루프페이다. 당시 루프페이와 접촉한 뒤 인수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개월로 속전속결이었다. 루프페이의 MST 기술은 매장 대부분이 보유한 ‘긁는’ 방식의 마그네틱 신용카드 결제기에서도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근접무선통신(NFC) 기능을 갖춘 신형 결제기에서만 작동하는 ‘애플페이’와 대비되는 범용성이다. 삼성은 이를 기반으로 ‘삼성페이’를 선보였고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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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의 IoT 회사 ‘스마트싱스’를 인수해 내놓은 ‘슬립센스’. 약 1㎝의 두께로, 침대 매트리스 밑에 놓아두면 신체 접촉 없이 사용자의 각종 생체활동을 실시간으로 감지ㆍ분석한다. [자료=삼성전자]


삼성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업체 ‘스마트싱스’와의 M&A 협상도 6주 만에 이뤄졌다. 처음에는 ‘월 매출이 10억원 정도에 불과한 회사에 2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썼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왔다. 그러나 삼성이 이 회사의 기술을 이용한 ‘슬립센스’를 내놓자 비난은 금세 사라졌다. 약 1㎝의 얇은 두께로 납작한 원형인 슬립센스는 침대 매트리스 밑에 놓아두면 신체 접촉 없이 사용자의 각종 생체활동을 실시간으로 감지·분석한다. 이에 맞춰 에어컨·TV·오디오·전등 등을 조정해 사용자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삼성은 앞으로 스마트싱스의 플랫폼을 활용해 각종 IT제품이 연결되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스마트싱스의 알렉스 호킨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 제품 외에 200여 개 이상의 디지털 기기 제조사와 연동한다”며 다 “간단한 인증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많은 개발사들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인수한 ‘프린터온’의 모바일 프린팅 솔루션을 통해서는 ‘삼성표’ 프린터의 색깔을 확실히 새겼다. 이 솔루션 덕분에 삼성의 중고속복합기는 별도의 장비나 드라이버를 설치하지 않고도 원격 출력이 가능해졌다. 삼성은 이 솔루션을 기업·병원·학교 등에 제공하며 기업간 거래(B2B)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북미 공조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M&A의 성과다. 삼성은 북미 시장에 1300여 개 유통망을 구축하고 냉난방·공기청정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미국의 공조전문 유통회사 ‘콰이어트사이드’를 지난해 8월 인수했다.

삼성전자 CE사업부 박병대 부사장은 최근 열린 ‘삼성AC포럼 2015’에서 “(콰이어트사이드 인수를 통해) 북미 공조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고 인수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성과가 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의 이런 행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부에서 역량을 키우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삼성은 그간 글로벌 IT업체들에 비해 M&A에 보수적으로 접근했지만 최근에는 이처럼 외부 수혈에 거리낌이 없다.

이는 지난해 5월부터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을 총괄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삼성 하드웨어와 외부에서 수혈한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간의 결합을 통해 ‘빛의 속도’로 변하는 IT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M&A가 아니더라도 이 부회장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벤처·스타트업과 기술제휴·지분투자 등에도 적극적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전략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전처럼 경쟁사에 비해 늦게 출발한 분야에서 발 빠르게 쫓아가려는 ‘패스트팔로워’ 전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최신 기술을 가진 업체를 아예 사버리는 전략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삼성 내부에서의 기술 육성만으론 혁신이 어렵다는 판단과 함께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기업이 신기술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는 것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할 수 없는 것을 찾겠는다는 게 최근 M&A의 원칙”이라며 “외부 기술과 혁신 마인드를 최대한 받아들이기 위해서 인수 기업의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인사·조직관리·연구개발(R&D) 등에서 최대한 자율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 부회장은 지금처럼 활발한 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삼성이 강점을 보이는 하드웨어와 융복합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B2B·IoT·핀테크·서비스플랫폼 등이 시장에서 거론되는 주요 M&A 후보군이다. 삼성이 미래성장 동력으로 삼는 바이오·의료기기사업부에서도 과감히 외부에 눈을 돌리고 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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