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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할 때까지 새하얗게

온라인 중앙일보 2015.12.13 00:01
[뉴스위크]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 최초의 셔츠 전문점 샤르베에는 400가지가 넘는 흰색 셔츠가 있다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의 셔츠 전문점 샤르베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상점일 뿐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다. 샤르베 매장은 불쾌한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장소다. 구세계의 정중함과 타인을 배려하는 조심스러움이 히말라야의 수도원이나 인도의 아시람(힌두교도들이 수행하며 거주하는 곳)과 같은 영적 고요를 자아낸다.

샤르베는 셔츠의 바티칸이다.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신학자들이 중대한 영적 문제를 논의했던 것처럼 포플린과 실크가 심사숙고의 대상이 된다. 샤르베는 단순한 셔츠 전문점을 뛰어넘어 프랑스 정체성의 중심을 이룬다. 샤를 드골 장군(그는 흰색 셔츠를 즐겨 입었는데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칼라를 하루에 3번 갈아 달았다)은 샤르베가 미국인의 손에 들어갈 위험에 처했을 때 직물상 드니 콜방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우려를 나타냈다. 드골이 자신에게 뭘 바라는지 알아차린 콜방은 애국심을 발휘해 샤르베를 사들였다. 지금은 그의 자녀 안-마리와 장-클로드가 경영을 맡고 있다.

난 25년 전 처음으로 샤르베 매장을 방문했다. 유명한 판유리 문을 열고 들어가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매장 위층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셔츠 원단으로 가득 차 있고 한쪽 벽면에는 흰색 옷감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흰색 중에도 색상에 미묘한 차이가 있고 종류와 짜임새가 다른 천이 수백 가지나 됐다.

난 샤르베의 흰색 원단이 약 400가지라고 소개해 왔는데 장-클로드는 그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그곳에 들르면 정확히 세어봐야겠다. 샤르베에서 구입할 수 있는 흰색 셔츠만 해도 이렇게 다양한데 소위 스타일 전문가들이 클래식 화이트 셔츠의 단순성을 논하는 걸 들으면 화가 치민다. 그것은 마치 승용차인지, 트럭인지, 버스인지 차종을 구분하지도 않고 흰색 자동차의 단순성을 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최근 샤르베 매장에 갔을 때 그랬듯이 장-클로드와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곳의 흰색 셔츠 종류가 400가지를 훨씬 넘는다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된다. 콜방은 그 종류를 결정하는 복잡한 변수를 조용하고 정확하게 설명한다. 제대로 알아들으려면 의류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수학적 사고가 요구된다. “실의 종류와 짜임새에 따라 동일 직물에서도 여러 가지 느낌이 난다”고 그는 말한다.

“브로드클로스(셔츠용 포플린)만 해도 부드럽고 가벼운 느낌부터 톡톡하고 쫀쫀한 느낌까지 다양한 촉감을 살릴 수 있다. 또 실크나 면의 손맛을 낼 수도 있다.” 장-클로드는 옷감의 중량과 손맛, 홑겹과 2~3겹의 실을 썼을 때 생기는 차이 등을 설명한다.

장-클로드에게 흰색 셔츠는 패턴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작은 자카드 패턴과 도비 패턴은 흰색 셔츠엔 잘 어울리고 더 우아한 느낌을 주지만 색깔 있는 셔츠에 넣으면 너무 과한 느낌을 준다”고 그는 말한다. 색깔 있는 셔츠에 복잡한 패턴이 들어가면 천박해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또 흰색 셔츠도 미묘한 색상 차이를 얼마든지 낼 수 있다면서 브로드클로스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흰색 브로드클로스에 푸른 빛이나 노란 빛, 핑크 빛이나 보랏빛이 돌게 만들 수 있다.”

콜방은 세계지도를 바라보면서 면의 품종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국은 깨끗한 흰색이 특징인 피마 코튼의 고향이다. “피마 코튼은 매우 깨끗하고 오염이 잘 안 되기 때문에 흰색 셔츠를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천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장-클로드는 말한다. “반면 이집트 기자 코튼은 초장섬유면(일명 해도면)과 매우 유사해 광택이 좋고 우아한 느낌의 면직물을 생산할 수 있지만 오염되기 쉽다.”

샤르베에서 이렇게 다양한 흰색 면의 장점과 차이점을 얘기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요즘은 과학적인 연구 덕분에 흰색 셔츠의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늘고 있다. 샤르베는 셔츠의 성배, 즉 다른 어떤 흰 셔츠보다 더 하얀 셔츠를 향한 여정을 계속 이어간다.

장-클로드는 “이론적으로 새하얀 색을 내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표백한 실로 천을 짜는 방법과 천을 짠 다음 표백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중 표백 과정을 거친 ‘슈퍼화이트’ 옷감을 만들기로 했다. 표백한 실로 짠 천을 다시 한번 표백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만족할 만큼 새하얀 색을 얻지 못했다.”

이런 실패엔 밝은 측면도 있다. 다음에 내가 샤르베 매장에 가서 흰색 천의 종류를 셀 때 개수가 하나는 줄어들 테니 말이다.

글= NICHOLAS FOULKES 기자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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