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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워치]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

중앙일보 2015.12.11 01:02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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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참여하면서 한·중 관계 발전은 정점에 달했다. 이를 계기로 양국 정상은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하고,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중 관계가 한반도 통일 문제를 논의할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한 달 후, 류윈산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중국공산당을 대표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류 상무위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을 면담하면서 수년 내 막혀 있던 북·중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류윈산-김정은 면담, 대화 물꼬 터
중국, 북한 체제 정당성 지지할 듯
일대일로 올라타는 적극적 태도로
남북한·중국 관계 선순환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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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북한은 핵실험을 지속했고 공포정치를 지속해왔다. 중국도 ‘나쁜 행동에 보상 없다’며 북한을 길들이고자 했다. 고위급 교류가 중단되었고 북·중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행위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한편 시장화 조치를 확대했다. 중국도 북한 고립화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양국 무역 규모의 확대, 훈춘에서 나진·선봉에 이르는 인프라 건설, 황금평과 위화도 경제특구 개발 등을 추진했다. 나아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공들여온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에도 적극 협력하면서 결과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을 지지해 줄 가능성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대북한 업무 일부가 다시 당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포착되었다.

 여기에서 중국의 한반도 역할론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중국은 개성공단 회담 재개 등 남북한의 교착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대화를 중재해 왔지만 그 목표는 한반도 안정에 있었다. 다시 말해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발휘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국 역할론을 확대하는 필요조건인 셈이다. 사실 그동안 국내 일각에서 중국이 북한을 버릴 수도 있다는 급진적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전술적 조정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전략적 변화는 없었다. 이것은 한·중 양국이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 총론에서 합의했지만 각론에서는 좀처럼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던 배경이었다.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 통일은 한반도 관련 국가들이 우호 관계를 동시에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 경제가 발전해 붕괴의 위험성이 줄어들고 남북한이 자주적이고 평화적으로 점진적·장기적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국제협력 속에서 북핵 문제를 역진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놓고 북한의 변화를 통해 한반도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한국 정부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낸 지점이었다.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새로운 위상을 찾기 위한 과정에 접어들 것이다. 북한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의식해 신중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고, 중국도 현재의 북·중 간 협력 모멘텀을 살리면서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분리해 접근하고자 할 것이다. 한국도 안정적인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에 기초해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면서 외교적 결실을 찾고자 할 것이다. 먼저 중국이 관련 국가들에 ‘문턱’을 낮추고 ‘성의’를 보이면서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다분히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겨냥한 것이지만 북핵 문제 해결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현실적 판단 아래 일단 북핵 프로그램 가동을 중지시켜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인식한 결과다.

 시간과 기회는 항상 우리 편이 아니다. 동북아 차원에서 미·중 관계는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위상 정립을 시도할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본격화되고 동아시아에서 ‘약화된 균형’이 나타나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북한도 중국이라는 뒷마당을 마련한 상태에서 독자국가화를 시도하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기회의 창이 점차 닫힐 수도 있다. 이러한 유동적인 국면 속에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통일에 대한 돌파구를 대담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중 관계가 정립되기 전 우리가 이 문제를 주도할 시간은 길어도 향후 10년이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한반도 문제는 국제 변수에 의해 종속화되고 우리의 주도권도 점차 약화될 것이다.

 사실 한·미 동맹이나 한·중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목표도 관계발전 그 자체가 아니라 한반도 통일의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대북한 정책을 우회한 통일정책은 없고 대북한 전략이 없는 통일전략도 한계가 분명하다. 다시 말하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한에 신뢰적자(trust deficit:불신이 지속돼 더 나쁜 상황이 펼쳐지는 것)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신뢰는 내가 생각한 바대로 상대가 행동할 때 생긴다. 따라서 상대의 처지를 보는 깊은 안목에서 나의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고 그 과정에서 대화를 습관화해야 한다. 작은 통일도 결국 작은 신뢰를 축적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남북한과 중국과 북한 모두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는 등 모처럼 대화의 틀을 만들었다. 이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올라타는 새로운 발상으로 남북관계, 한·중 관계, 북·중 관계의 선순환을 이끌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역할론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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