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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대로 지하에 5개 철도 노선…국토부·서울시 신경전에 공사 시작 시기도 못 정해

중앙일보 2015.12.09 00:15 강남통신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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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GTX 삼성~동탄선 개통을 시작으로 5개 노선과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설 영동대로 일대. [김경록 기자]


급한 국토부 “연내 발주해야 공기 맞춰”
신중한 서울시 “통합 개발안 나온 뒤에”
입장차 계속돼 국장급으로 협의체 격상


광역급행철도(GTX)·고속철도(KTX) 등 5개 노선 개통이 계획돼 있는 ‘영동대로 지하 개발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는 기존 영동대로 지하개발 실무특별팀을 과장급에서 국장급으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광역도시철도과 관계자는 “실무급에서 결정 내리기 어려운 사안들이 있고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기 위해 협의체를 격상시켰다”고 말했다.

 실무특별팀은 영동대로 지하 통합개발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7월에 구성된 협의체다. 국토부·서울시·경기도·강남구·철도시설공단이 참여했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9호선 봉은사역에 이르는, 길이 600여m, 폭 75m 영동대로 지하에는 5개 노선이 연결되고 이에 따른 복합환승센터가 서울시 계획상 2021년 세워질 예정이다. 함께 쇼핑시설도 만들 계획이다.

 5개 노선은 GTX A노선(킨텍스~삼성 구간, 삼성~동탄 구간), GTX C노선(금정~의정부), KTX동북부연장선(의정부~수서), 도시철도 위례~신사선, 남부GTX선(부천 당아래~잠실)이다. 이 중 국토부는 GTX C노선과 KTX동북부연장선을 한 개 철도로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0년대 모든 사업이 완료되면 이 일대는 현 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을 포함해 총 7개 노선을 갖춘 ‘서울의 교통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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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선별로 따로 공사하면 삼성역 일대의 교통 혼잡은 장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복 공사로 불필요한 공사비가 추가로 들 수 있다. 사업이 완료된 후에도 이용자들이 환승하는 데 불편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효율적인 공사비 운용, 공사 시기 확정, 개발 공법 등을 논의하기 위해선 사업 주체 간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이는 GTX·KTX 사업 시행 주체인 국토부, 도시철도 및 지하공간 개발 주체인 서울시 그리고 영동대로를 관할하는 지자체 강남구도 동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영동대로 지하개발이 시작되려면 몇 가지 걸림돌을 넘어서야 한다. 먼저 국토부와 서울시가 가장 먼저 완공될 GTX A노선 삼성~동탄 구간의 공사 시점을 놓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공사를 발주해야 2021년에 완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내년 2월 자신들이 연구 용역을 맡긴 ‘통합개발에 대한 기본 구상 계획’ 결과가 나온 후 내년 6월 이전에 공사를 발주해도 완공 시점을 맞출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국토부 측이 공사를 조속히 추진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삼성~동탄선 공사에 드는 사업비 1조5000억여원 중 8000억원 가량이 LH공사의 ‘동탄신도시 개발사업비’라서다. 즉 동탄 주민들 돈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이미 지난 3월에는 2021년 노선을 완공하겠다고 고시까지 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상 발주 시기보다 4~5개월 늦어진 상황”이라며 “연말에 공사 설계를 시작해야 완공 시점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지하 50여m로 철도가 들어서면 그 위에 상업시설·주차장·공항터미널·버스환승센터 등을 만들려는 게 시의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철도 공사부터 하면 제대로 된 시설을 만들기 어렵고 중복 공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내년에 공사 발주를 해도 2021년 완공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복합환승센터를 포함한 영동대로 지하 종합개발 계획이 세워진 후 삼성~동탄선 공사를 해야 한다는 거다.

이에 국토부는 “단순히 철도 공사만 하겠다는 게 아니다. 영동대로 지하에 다른 시설들이 들어올 공간을 확보해 놓을 계획”이라며 “공사 발주를 해도 실제 착공을 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니 그 사이에 서울시도 종합개발 계획을 세우면 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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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일대에 걸린 영동대로 개발 촉구 플래카드

 이 말고도 난관은 또 있다.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 공공기여금 사용방법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여전히 각을 세우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영동대로 일대뿐 아니라 잠실종합운동장까지 묶어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정한 뒤, 이 지구에 공공기여금을 쓰겠다는 입장이다. 강남구는 공공기여금을 영동대로 지하개발에 먼저 사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8월 서울시 국제교류 복합지구 계획을 무효화 해달라고 소송을 내기도 했다. 서울시의 최초 변론 일은 이번 달 18일이다.

지금까지의 영동대로 개발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사업 시행 주체가 국토부와 서울시로 나뉘어 있어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어려웠다. 지난 7월에야 본격적인 실무 협의가 있었다. 현재까지 4차례 회의가 열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구와의 비공식 논의는 올해 초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강남구는 지난 6월 “통합개발 논의가 진척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영동대로 개발에 대한 연구 용역을 단독 발주했다. 강남구는 사업 시행 주체가 아니고 이에 따른 권한도 없다. 그러나 강남구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우리 지역 내 사업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효율적인 공사가 이뤄져 구민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협의체 구성을 올 초부터 국토부·시에 얘기해 왔다”고 했다.

지난 1월 영동대로 통합개발을 ‘영동대로 원샷(one shot)개발’이라고 표현한 말도 강남구에서 나왔다. 이후 강남구민으로 구성된 강남구 범구민 대책위원회는 영동대로 원샷개발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지난 4월에 구 일대에 내걸었다. 지난달 실무특별팀 격상 발표 이후에는 국토부 발표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걸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철도 공사 기간은 평균 5년이다. 사업 주체 간의 의견 타진이 늦어질수록 ‘서울의 교통 허브’라는 영동대로의 변화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구 등의 의견을 들어보고 이번 달 안에 국장급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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