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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안보체험관 된 파주 DMZ 미군기지

중앙일보 2015.12.07 16:54 종합 1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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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그리브스 DMZ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도라전망대에서 군사분계선 주변 지역 모형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경기관광공사]


지난 1일 오후 자유로와 연결된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변 통일대교 남단의 군 검문소.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초소를 지나 민간인 통제선(민통선)으로 들어섰다. 차로 3분가량 북쪽으로 달리니 정착마을인 통일촌 도로변에 옛 미군부대가 나타났다. ‘캠프 그리브스’가 있던 자리다. 미군 숙소와 막사·탄약고·체육관 등의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제3땅굴·북한 마을 보고
민통선 내 병영생활 체험
3~10월엔 철책선 걷기도


캠프 그리브스는 정전 직후인 1953년부터 미군이 주둔하다 2007년 4월 반환됐다. 이후 내부를 개조해 안보 체험공간으로 재단장한 뒤 2013년 12월 ‘캠프 그리브스 DMZ 체험관’(유스호스텔)으로 문을 열었다. 이길재 경기도 DMZ정책담당관은 “미군이 철수한 뒤 한때 철거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국방부와 협의해 새롭게 꾸미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우선 38억원을 들여 시설을 리모델링한 뒤 민통선 내 유일한 단체 숙박 체험시설을 조성했다. 개관 후 2년 새 1만6000여 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도는 이어 2018년까지 128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안보·생태·예술·휴양을 망라하는 종합 체험공간을 선보일 계획이다.

정문을 지나 200여m 떨어진 곳에서 철조망을 넘어 야산 기슭에 들어서자 숲 속에 있던 고라니 한 마리가 놀라 달아났다. 아스팔트 포장도로 옆엔 ‘콘센트 막사’로 불리는 미군 간이 건물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길죽한 반원형 간이 건물인 막사는 비닐하우스 형태로 지어져 있다. 병사들 사무공간과 무기고·당구장·창고 등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외부 모습은 예전 그대로 보존돼 있다.

임진강과 맞닿은 구릉지의 가장 높은 곳엔 미군 장교클럽이 들어서 있다. 미군들이 음악을 들으며 춤추고 게임도 하며 휴식을 취하던 공간이다. 건물 옆에는 전망대도 남아 있다. 전망대에 서면 남쪽으로 임진강이 코앞에 내려다보인다. 왼쪽으로는 통일대교가, 오른쪽으로는 경의선 철길과 임진각이 보인다. 부근엔 현재 드라마 촬영 장소로 쓰이는 차량 정비소도 있다.

부대 외곽에는 두께 10㎝의 철문에 외벽 콘크리트 두께도 1∼5m에 달하는 노출형 벙커 형태의 대형 탄약고 2개가 남아 있다. 박상현 경기관광공사 청소년지도사는 “이곳은 유사시 캠프 그리브스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대피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함께 현장을 둘러본 김홍규 남북통일장기대회 추진위원장은 “전망대에서 끊긴 경의선 철교를 바라보며 6·25 전쟁의 참상을 실감했다”며 “내부 시설 복원이 완료되면 생생한 체험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설은 정문 인근의 지상 4층짜리 ‘DMZ 체험관’이다. 미군 숙소와 사무공간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옅은 노란색 콘크리트 외벽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수리한 뒤 승강기를 설치했다. 숙소로 사용하던 2, 3층에는 10명이 묵을 수 있는 침실 24개가 마련돼 있다. 양쪽에 5명씩 누워 자는 등 한국군 내무반 형태로 꾸며져 병영 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4층은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과 식당으로 꾸몄다. 1층은 사무실·방송실 등으로 쓴다. 체험관에서는 식사도 군대식 식판에 나온다. 육군 1사단 군악대가 펼치는 ‘나라사랑 콘서트’도 색다른 볼거리다. 이선영 경기관광공사 팀장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골든벨 퀴즈대회와 관계 형성 프로그램, 명랑운동회, 리더십 교육 등도 인기”라고 전했다.

지난달 담임교사 인솔로 이곳을 방문한 탁지민(16·양명고 1년)군은 “민통선 내 옛 미군부대에서 숙식하며 안보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며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한 마을을 보며 북한의 낙후된 생활상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도라산역·도라산평화공원 등 인근의 민통선 내 안보관광지도 연계 관광할 수 있다. 3~10월엔 민통선 자전거 투어와 철책선 걷기도 가능하다. 체험 프로그램은 30명 이상 단체를 대상으로 한 번에 240명까지 모집하며 1∼3일 과정으로 연중 무휴 신청을 받는다. 예약은 캠프 그리브스 유스호스텔 홈페이지(dmzcamp131.or.kr)를 통해 받는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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