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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한일 관계는 이혼할 수 없는 부부와 같은 특수관계" 후쿠다 전 총리

중앙일보 2015.12.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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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 강연하는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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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미야 요시부미 전 아사히 신문 주필 사회로 진행된 제 1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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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사회로 진행된 제 2세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는 “한일 관계는 이혼할 수 없는 부부와 같은 특수 관계”라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신뢰, 인내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도쿄 게이오대에서 SETO포럼(회장 현명관 한국마사회장)과 게이오대 현대한국연구센터(소장 소에야 요시요데(添谷芳秀) 교수) 공동 주최로 열린 세미나 ‘한일, 새로운 50년을 향해서’의 기조 강연에서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정치인이 나서 힘써야 하고, 국민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정계·재계·학계를 비롯한 각계 중진으로 구성된 SETO포럼은 ‘서울(Seoul)-도쿄(Tokyo) 포럼’의 약자로 한일 관계 발전을 모색하고 정책 제언을 하기 위해 2013년 발족했다.

다음은 주제 발표 요약.

"한일, 미국과 동맹관계 유지하며 대중국 우호관계 통한 중간지대 창출해야"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한일 관계 50년은 양국 모두에 윈(Win)-윈(Win)이었다. 양국간 전략적 상호의존성과 보완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선인들의 지혜를 계승해 미래 세대에 바람직한 관계를 넘겨줘야 한다. 양국이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할 때 서로에게 안정적인 외교안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한일 관계 미래 50년의 도전 요소는 크게 네가지다. 미국의 상대적 힘의 약화와 안보 관여의 소극화, 중국의 지역 패권 추구 및 중일 갈등 확대, 북한의 도발 또는 체제 붕괴, 한일 양국 전후세대의 국가 정체성 혼란이 그것이다. 특히 양국에서 전후 세대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양국 시민간 갈등은 확산될 수 있다. 양국은 역내 안보 제공자이자 역외 균형자인 미국이 강력하게 존재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제 3국을 적으로 간주하는 냉전형 대결구조 창출은 지역 갈등을 높일 것이다. 양국은 동아시아에서 일국의 일방주의(unilateralism)나 패권 추구를 막는 견인차가 돼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를 통해 중간지대를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일간 협력 열쇠는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면서 받아들이는데 있어"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교수=미·중 사이에서의 한국 입장에 대해 한국 내 보수ㆍ진보파를 인터뷰한 결과, 한쪽(중국)과 대항하기 위해 다른 쪽(미국)과 제휴하는 선택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파는 북한을 경계하고 중국을 우려하며 미국과의 협조를 추구하지만 반중은 아니었다. 진보파는 북한에 유화적이고 중국에 대한 경계감은 낮고 미국에는 비판적이었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중국관은 부상하는 중국을 축으로 하는 아시아를 ‘보통의 아시아’로 보고 있다. 동시에 중화(中華)시스템의 재흥은 바라지 않고 있으며 중국과의 대항 전략은 취하지 않는다.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은 미중 대립이 표면화하지 않도록 하는 외교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다자간 (안보) 틀 구축이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동아시아공동체 등이 그것이다. 일본에선 반중 발언과 반중 감정이 만연하고 있고, 미국 경사(傾斜)를 보이고 있다. 한일간 협력의 열쇠는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면서 받아들이는데 있다.

"한일 간 정경 분리 원칙 하에 경제인이 민간 교류 확대 주도해야"

▶이수철 (주)MK코리아 회장=한일 정상이 11월 2일 협의한 협력과 공조의 길을 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수년간 이어져온 정치적 냉각기로 인해 이미 한일 관계가 심각한 수준까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양국 교역은 여전히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한국의 대일 수출 규모는 300억달러를 넘었지만 전년도에 비해 10% 이상 감소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투자도 석유화학 분야에서의 대규모가 투자가 이뤄진 2012년을 제외한 다른 해와 비교하면 30% 이상 줄어들었다. 일본의 지난해 홍콩·대만·싱가포르에 대한 직접 투자가 평균 70% 이상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너무도 대조적이다. 민간 교류도 심각한 상태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 국민은 228만여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7% 줄었고, 올해 역시 9월까지 방문객이 23.4% 감소했다. 한일 양국은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의 둔화가 일본 경제에, 일본 경제의 위축이 한국 경제에 마이너스라는 점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해왔다. 철저한 정경(政經)분리를 원칙으로 경제인들이 민간 교류 확대를 주도하고 여기에 정책적인 뒷받침이 이뤄진다면 한일 양국은 한층 더 발전할 것이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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