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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폭력 없었지만 소음” 주최측 “차벽 없었지만 불편”

중앙일보 2015.12.07 03:02 종합 1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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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주축이 된 제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5일 서울광장 등 도심에서 열렸다. 지난달 14일 1차 집회 때와는 달리 시위대와 경찰 간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약 5시간 이어진 집회에서 단 한 건의 폭력도 없었다. [김성룡 기자]


 5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된 데 대해 경찰과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측은 “서로가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범대위 측은 “경찰이 지난번과 달리 미리 차벽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최 측이 사전에 고지한 집회 요건을 대체로 잘 준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가 양측(경찰청 경비국,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사무국)에 의뢰해 작성한 ‘준법점수표’에도 이 같은 내용이 그대로 반영됐다.

경찰·주최측 서로 준 점수 70 : 54
경찰 “준법시위 하면 차벽 불필요”
범대위 “서로 원칙 지켰기 때문”
화쟁위, 한상균에게 퇴거 제안
한 위원장 측 “하루만 더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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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대위 측은 경찰의 ‘집회 신고 시간 보장’ ‘집회 신고 지역 보장’에 대한 질문 항목에서 80점(100점 만점)을 줬고 ‘해산할 때 안전수칙 준수’에도 90점을 매겼다. 경찰 측도 ‘신고하지 않은 시위용품 반입’ ‘폭력행위 발생’ ‘시설물 훼손 행위’ ‘집회 신고 시간’ 등에 대해 100점을 부여했다. 하지만 양측은 ‘시민들의 불편 초래’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아쉬워하며, 책임을 상대방에게 넘겼다.

 경찰은 ‘집회 신고 지역 준수’에서 30점을 준 뒤 “범대위 측이 2개 차로만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시위 지역 곳곳에서 도로를 다 막았다. 이 때문에 서울 중구 소공로, 세종로, 을지로 2가 등에서 3시간 동안 교통 혼잡이 지속됐다”고 비판했다.

 범대위 측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이 교통 소통을 잘 유지했나’라는 문항에서 30점을 줬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이승훈 사무국장은 “행진 보장에는 차량 통제도 포함되는 것”이라며 “이번 시위 때 경찰이 교통 흐름을 적절히 통제해 소통이 끊기지 않도록 해야 했다”고 반박했다.

 준법 시위의 주요 척도 중 하나인 ‘폴리스라인’을 둘러싸고도 의견이 부닥쳤다. 경찰 측은 범대위 측의 ‘폴리스라인 준수’에 대해 40점을 매겼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광장 앞에 모일 때부터 폴리스라인이 무너졌다”며 “종로 3가를 지날 때도 집회 참가자들이 폴리스라인 사이로 뚫고 지나가며 차로를 막아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반면 범대위 측은 “폴리스라인에 대해 제대로 고지받은 적이 없다”며 20점을 매겼다. (?경찰은 ?범대위가 고지서를 수령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경찰은 “소음 제한 규정이 75㏈인데 두 차례(83㏈, 79㏈) 위반한 것이 공식 확인됐고, 이 밖에도 매우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고 평가했다. 범대위 측은 “일부 경찰이 장애인이 탄 전동 휠체어를 들어서 옮겼다”며 “차량 소통이 막힌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융통성을 발휘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번 시위보다는 개선됐다는 데 동의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대위 일각에서는 차벽이 없어서 평화시위가 됐다고 하는데, 그건 범대위가 규정을 대체로 잘 지켜줬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준법시위를 한다면 차벽을 세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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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6일 머물고 있는 관음전에서 창밖을 보고 있다. [뉴시스]

 한편 경찰청은 지난달 14일 열린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와 관련한 중간 수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경찰 측은 “민주노총 산하 8개 단체에서 집회 당일 경찰 차벽을 훼손하는 데 사용된 불법 시위 용품과 복면 1만2000여 개를 구입해 배포하는 등 1차 집회를 불법 폭력집회로 만든 각종 증거와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노총 소속 노조원을 중심으로 1531명을 수사 대상자로 선정해 585명에 대해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1차 집회에 참가한 46개 단체 대표자 전원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 측은 “이들에 대해 형법 115조에 해당하는 ‘소요죄’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 위원장이 스스로 “6일 퇴거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이날 퇴거를 제안했으나 한 위원장 측은 하루만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경찰은 전날 남자 신도들의 출입을 제한한 데 이어 6일부터는 형사 100여 명을 포함한 6~7개 중대를 조계사에 투입해 경계를 강화했다.

글=조혜경·박병현 기자 park.bh@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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