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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시민이다] 휴대전화서 정책 투표하고 끝장 토론 … ‘앱 정치’뜬다

중앙일보 2015.12.07 03:00 종합 1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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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오’ 개발자 리처드 바틀릿(오른쪽)과 시민이 디지털 정치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


세 명의 팀원과 1억2000만원의 예산. 스페인 마드리드의 파블로 소토(36) 시의원이 웹사이트 ‘디사이드 마드리드(decide.madrid.es)’를 만드는 데 들인 비용이다. 그는 ‘시민의 직접 정치 참여’를 3개월 만에 가능하도록 바꿨다. 지난 9월 문을 연 시 웹사이트를 통해서다. 시는 포털에 예산 지출 내역과 회의 기록, 의원의 로비스트 접촉 내용을 모두 공개했다. 시민들이 정책을 발의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추천을 많이 받은 정책은 시 행정과 예산에 반영하기로 하자 두 달만에 4000여 개의 시민 제안이 올라왔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가 각국에서 활발하게 가동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온라인을 통한 주민 참여가 가능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지난 2일~ 7일 정치벤처 ‘와글’(대표 이진순)이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듣도 보도 못한 정치’ 포럼을 열었다. 와글은 기성 정당에 투표하는 소극적 정치행위 대신 ‘시민 모두가 정치하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는 디지털 기반의 풀뿌리 시민정치를 시도하는 프로그램 개발자 리처드 바틀릿(뉴질랜드), 크리스티나 포미나야(영국), 야고 아바티(스페인), 이진순 대표가 연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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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케어(의료보험 체계 개혁 법안)에 대한 찬반 투표. ‘브리게이드’는 특정 이슈에 대해 찬반을 클릭하면 의견이 비슷한 사람들을 추천해준다. 점선 부분에 찬성?반대 이유를 적을 수 있다.


 강연에서는 모바일을 활용한 정치참여 사례가 소개됐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였던 미국의 션 파커(46)가 투자해 개발한 정치플랫폼 ‘브리게이드’나 바틀릿이 개발한 사이트 ‘루미오’가 대표적이다. 바틀릿은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 이후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참여해 의사결정을 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해 루미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루미오는 주제에 대해 주민들이 찬성·반대 중 하나를 누르고 찬반 이유를 쓴다.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한 글은 추천받아 상위에 노출되고 자연스럽게 토론이 진행되는 시스템이다. 마음이 바뀌면 다시 투표할 수 있다.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이어주는 브리게이드에도 100만 개의 토론 주제가 올라와 있다. 브리게이드에는 여러 문항에 찬반 표시를 하고 의견이 누적되면 그 결과가 합산돼 의견일치도가 높은 사람들과 새로운 온라인 그룹을 만들 수 있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시 선거에서 브리게이드는 선거 이슈와 관련된 항목 20개에 찬반 표시를 하면 자신의 견해와 가장 가까운 후보를 띄워주는 ‘쌍방향 투표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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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이 직접 법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한 사례도 있다. 5만 명(인구의 1.7%)의 전자서명이 있으면 일반 시민도 법안 발의와 법 개정 요구가 가능한 핀란드에서는 전자서명이 가능한 웹사이트 ‘오픈미니스트리’가 각 지역에 흩어진 시민들을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시민이 제안한 ‘음주운전 가해자 가중처벌법안’이 의회에 회부됐다.

 이진순 대표는 “인터넷으로 쌀 을 사고, 실생활에서 모바일을 활용하는 한국에서 왜 정치는 인터넷으로 하지 않는지 의문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면 점심을 먹다가도 정책 투표를 하고, 모바일로 다른 이들과 토론을 하는 일상화된 정치가 가능해질 겁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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