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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일본의 과거 잘못, 중국이 답습하나

중앙일보 2015.12.07 01:29 종합 3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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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중앙SUNDAY 차장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류궁다오(劉公島)에 가면 ‘중국갑오(甲午) 전쟁박물관’이 있다. 갑오전쟁으로 불리는 청일전쟁(1894~1895년) 패전 90주년이던 1985년 3월에 개관했다. 이 전쟁에서 패한 청나라는 굴욕적인 시모노세키(下關)조약에 서명했다.

지난 9월 찾아간 박물관에는 ‘국가적 치욕을 잊지 말자(勿忘國恥)’는 구호가 걸려 있었다.

 동아시아 문명의 ‘큰집’이란 자부심이 강한 중국인들은 근대 들어 일본에 추격당하고 두 번이나 침략당하면서 피해의식이 강하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일본과 일본인을 대놓고 욕하는 중국인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요즘 국제법 학계에서 일본인들이 중국 욕을 많이 한다는 얘기가 나돈다. 일본의 해양 전문가들은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만주사변(1931년)에 이어 태평양전쟁(1941년)을 일으켜 미국의 해양 패권에 도전하다 망했는데, 중국이 최근 배타적 핵심이익을 앞세우고 해양 굴기를 외치면서 일본의 과거 잘못을 답습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고 한다. 중국의 부상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여기는 일본의 인식이 반영된 논리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과거 행태를 꼬집어 일본 작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는 “술에 취해 말을 타고 달리는 여우와 같은 나라”라고 자국을 질타했다.

 현재의 중국을 과거의 일본 군국주의와 동일시하는 이런 비난을 전해 듣는다면 중국인들은 발끈할 것이다. 평화공존과 공영을 강조하는 ‘중국의 길(China’s Path)’을 가고 있는데 일본이 중국의 전략적 의도를 악의적으로 왜곡한다고 반박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은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줘야 주변국의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이달 중으로 예고된 한·중 해양 경계 획정 회담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배타적경제수역(EEZ)은 연안국의 해안선으로부터 200해리(약 370㎞)까지인데, 서해 바다는 좁아서 400해리가 안 되기 때문에 한·중 양국이 담판을 통해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 중간선을 긋는 것이 최근까지 국제사회에서 통용돼온 관례이자 상식이지만 그동안 중국은 대륙붕에 기초한 해안선 길이와 인구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고집해 왔다. 이 때문에 86년 이후 결론을 못 내고 있다.

 민감한 해양 경계 획정 문제를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릴 정도로 박근혜·시진핑(習近平) 파트너 체제에서 한·중 관계는 어느 때보다 좋다는 평가를 듣는다. 마침 한국 국회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로 양국 관계는 순항 중이다. 이제 한·중 관계가 진짜 좋은지는 서해에서 가늠해볼 차례다. 중국이 힘을 앞세워 한국에 억지를 부린다면 중국이 해양 패권을 추구한다고 비난하는 일본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된다. 중국이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않길 바란다.

장세정 중앙SUNDAY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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