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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 파는 그린벨트, 돈 될까

중앙일보 2015.12.07 00:31 경제 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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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토지 분할 판매가 성행하고 있는 경기도 하남시. 시 면적의 70% 이상이 그린벨트다. [중앙포토]


서울에 사는 장모(42)씨는 최근 경기도 하남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땅을 분양 받으려다 그만뒀다. 땅값이 싸 관심을 가졌지만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크다는 분양업체의 말에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그는 “우선 그린벨트가 해제돼야 하는데 해제 가능성도 크지 않고, 해제된다고 해서 땅값이 크게 오를 것 같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가격 싸 과천·하남 등 투자 증가
그린벨트 해제 여부 장담 못해
소문 믿고 샀다간 낭패 볼 수도


 요즘 수도권을 중심으로 그린벨트 내 토지 분할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그린벨트 내 임야(산)를 쪼개 파는 것이다. 토지주가 직접 분할 판매하거나, 분양업체가 임야를 사들인 뒤 쪼개 되파는 식이다.

 그린벨트라고 해도 토지거래허가구역만 아니면 사고 파는 데 제약이 없고,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있는 추세여서 투자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투자엔 신중해야 한다.

 그린벨트 토지 분할은 그린벨트가 시 전체 면적의 70% 이상인 경기도 과천·하남·의왕·고양·남양주시는 물론 시흥시·당진시 등지에서 성행하고 있다. 분할 토지의 크기는 330~3300㎡까지 다양하다. 그린벨트여서 분양가도 저렴한 편이다. 하남시에서 분양 중인 한 그린벨트 토지는 분양가가 3.3㎡당 30만~50만원 선이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과 인접한 곳인데도 땅값이 싸다고 하니 주변 시세 등을 묻는 투자자의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그린벨트 토지 분할 매각이 늘고 있는 건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은 데다, 정부가 최근 그린벨트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5월 30만㎡ 이하 그린벨트의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이양키로 하고 관련 법(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금은 국토교통부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해제할 수 있다. 정부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그린벨트 해제까지 걸리는 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확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 법안 시행이 곧 그린벨트 해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투자 땐 주의해야 한다. 분양업체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곧바로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것처럼 현혹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하남시 도시과 신진수 주무관은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민원인이 많은데 전혀 아니다. 복잡한 해제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고, 그린벨트 해제 여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업체들은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것만으로 땅값이 2~3배 뛰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토지 전문가들은 “공장이든 집이든 개발이 가능한 땅이어야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벨트에서 풀린다고 해서 곧바로 개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천시 부동산관리팀 박남홍 주무관은 “그린벨트 해제와 개발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개발 가능성이 큰 땅은 그린벨트 해제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되팔기가 쉽지 않아 장기간 투자금이 묶일 수 있다. 또 기본적으로 매입 토지의 모양, 경계, 도로와의 접합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공유지분 여부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법무법인 로티스 최광석 변호사는 “공유지분이 있는 토지는 재산권 행사와 개발이 어려운 만큼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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