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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구스 … 우리가 직접 디자인한 한국 한정판 냅니다

중앙일보 2015.12.07 00:08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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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구스·탐스 등 해외 패션 브랜드를 수입해 판매하는 강원식 코넥스솔루션 대표가 올 가을 한국에서만 한정 출시한 탐스 신발 ‘밀리터리 나일론 팩’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코넥스솔루션]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를 신발이 없는 어린이에게 기부하는 브랜드’로 유명한 탐스, ‘캐몽(캐나다구스+몽클레어)’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100만원 넘는 고가 패딩 열풍의 주역인 캐나다구스, 버크셔해서웨이가 2006년 인수해 ‘워렌 버핏 운동화’로 유명한 미국 러닝화 1위 브랜드 브룩스러닝…. 모두 강원식(40) 코넥스솔루션 대표가 수입해 한국에서 판매하는 브랜드다. 지난해 코넥스솔루션 매출은 520억원이다.

2015 챌린저 & 체인저 (31) 수입업자 넘어 제품 개발자로, 강원식 코넥스솔루션 대표

기부의 상징 탐스 신발 8년 전 수입
당시론 혁신적 인터넷 판매·마케팅
친구에게 캐나다구스 빌려 입고
본사 부사장 면담, 수입업체 뽑혀


미국의 탐스가 2007년 ‘해외 1호 사업자’로 강 대표를 선택했을 때 당시 그의 나이 32살이었다. ‘유학파 부잣집 도련님’이 순탄하게 유명 해외 브랜드 수입 사업을 시작했을 것이라 추측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강 대표는 “그땐 정말 열정 말고는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대학에선 일본문학을 전공한 뒤 중소기업 사원으로 일하다가 아버지가 하시던 작은 전자부품 공장이 어려워져 회사를 그만두고 급하게 도우러 갔어요. 아버지는 중병이셨고, 회사는 중국산 저가 부품 공세에 앞길이 막막한 상황이었죠. 돈도, 경험도, 인맥까지 아무 것도 없었어요.”

 강 대표는 학창 시절에도 나이키 운동화를 수집하는 등 패션과 신발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까닭에 새로운 브랜드 ‘탐스’에 마음이 끌렸다. 그냥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한 켤레 사면 한 켤레로 일대일 기부’라는 독특한 발상, 단순하지만 기존에 없던 신발 디자인이 좋았다. ‘탐스를 수입해 한국에서 팔고 싶다’고 무작정 e메일을 보냈다. 의외로 선선히 해보라는 답이 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탐스 본사로 찾아갔다.

 “당시 탐스도 창업한 지 몇 달 안됐던 때거든요. 본사란 게 아파트고, 사방에 탐스 신발이 널려있는 가운데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39)와 친구들이 주문 전화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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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대표와 마이코스키는 “탐스가 컨버스(미국의 유명 신발 브랜드)처럼 크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며 의기투합했다.

 계약은 땄지만 매장도, 판로도 마련할 길이 없었다. 지하 오피스텔을 창고 겸 사무실 삼아 인터넷 판매부터 시작했다. ‘탐스’를 처음 소개해 준 동생 친구(임동준 코넥스솔루션 이사)와 둘이서 전화를 받고 택배를 쌌다. ‘코넥스솔루션’이란 회사 이름의 근원인 커넥터 생산 공장은 문을 닫았다. 재고만 오피스텔 한 켠에 쌓아놓고 기존 거래처에 판매하며 자금을 충당했다.

 광고 대신 블로그 등 인터넷 입소문 마케팅에 주력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신상품이 금요일에 수입됐다. 월요일에야 배송을 시작할 수 있으니 ‘토·일 사무실 현장 판매’를 홈페이지와 고객 e메일로 공지했다. 강 대표는 아직도 그 날을 기억한다.

 “토요일 아침에 길거리까지 줄을 선 거에요. 동네 세탁소·통닭집 사장님들이 이게 무슨 일이냐며 구경 오실 정도였요. 오후 9시까지 앉지도 못하고 계속 신발을 팔았어요.”

 홈페이지가 없는 업체도 많을 때 인터넷 판매와 마케팅을 시도해 빠른 성장을 이끈 것이다. 이후 편집숍에 입점했고, 백화점 등 매장을 빠르게 늘렸다. 한국은 탐스가 가장 빨리 성장한 해외 국가다.

 캐나다구스의 한국 사업자로 선정된 건 2011년 겨울이다. 이번에도 e메일이 계기였다. 신생 브랜드였던 탐스와 달리 캐나다구스는 역사와 전통이 깊은 고급 브랜드다. 큰 기대를 안했는데 몇 달 뒤 해외 영업담당 부사장이 한국 사업자 선정을 위해 방문하는 김에 코넥스솔루션도 만나보겠다고 했다. 밤을 새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부사장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면담 때는 캐나다인 친구에게 빌린 캐나다구스 점퍼를 입고 갔다. 저녁 식사까지 이어진 면담을 마치자마자 대화 내용을 모두 반영한 새로운 계획서를 만들어 캐나다행 비행기 안에서 다시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합격 통보가 왔다.

 “왜 큰 기업들을 두고 우리 같은 소규모 신생 업체를 선정했냐고 물었더니 ‘우리 옷을 입고 오고, 브랜드에 대해 자세히 아는 유일한 업체였다.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소중하게 지켜줄 것 같았다’고 하더라구요.”

 강 대표는 “영어도 잘 못해서 일을 하면서 직접 부딪히며 배웠다. 무슨 사업을 하든 그 분야를 정말 잘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맥주집을 차린다면 전세계 맥주를 다 마셔보고 대충 눈 감고 먹으면 어떤 맥주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 역시 자타공인하는 ‘패션·쇼핑광’이다. 아파트 방 하나를 옷으로 채우는 것으로 모자라 두 자녀의 방까지 잠식할 정도다. 거실 책장의 절반은 신발이 채우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브랜드 스토리를 줄줄 왼다. 실제로 제품을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는 ‘헤비 유저(heavy user)’라는 자신감이 그를 단순 수입업자가 아닌 제품 개발로 이끌었다. “탐스의 한국 대리점, 캐나다구스의 수입 업자에 그치지 않고 가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싶었다”는 것이다.

 2010년 탐스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한정판 탐스를 내놓았다. 한국어로 ‘맵시’라는 이름을 붙인 제품이다. 한글이나 조각보 같은 전통 문화를 활용한 한정판 제품도 잇따라 나왔다. 이후 매년 12종의 한국 한정판을 내놓고 있다. 모두 강 대표가 직접 기획·디자인한 것이다. 항공점퍼 소재를 이용해 올 가을 내놓은 한정판은 반응이 특히 좋아서 탐스가 내년에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에는 캐나다구스 한국 한정판 디자인도 처음으로 나온다. 신상품 보안 때문에 기사에서 자세하게 밝힐 수 없지만, 직접 본 샘플 제품은 기존 캐나다구스와는 다르게 남성용과 여성용이 확연히 구분되고 색상과 디자인이 독특했다. 역시 강 대표가 디자인 했고 캐나다 본사가 제작한다.

 발가락 양말 같은 모양의 ‘발가락 신발’ 비브람 파이브핑거스, 암벽 등반을 할 때 편하게 다리를 180도까지 움직일 수 있도록 바지를 봉제한 그라미치 등 강 대표가 수입하는 브랜드는 다 독특하다. 그가 수익이 많이 나는 사업보다는 ‘가치있는 브랜드로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최근엔 ‘가치있는 브랜드’의 영역을 국내까지 넓혔다. 1960~80년대 원단을 재현해 독특한 캐주얼 의류를 만드는 이윤호(30) 디자이너의 브랜드 ‘헤리티지플로스’를 인수해 내년에 영국·홍콩 등지의 편집숍에 진출한다. 수입업체가 수출까지 하게 되는 셈이다.

 강 대표는 “해외 편집숍에서 인스타그램 등을 보고 먼저 연락해왔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해외 직접 구매와 현지 가격 공개가 일상화 된 시대에는 더이상 국내·해외 브랜드 구분이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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