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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차 시장 무한 경쟁 … 볼보도 대표선수 바꿨다

중앙일보 2015.12.07 00:07 경제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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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예테보리 볼보 본사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S90’ 신차 공개 행사에서 각국 기자들이 신차를 살펴보고 있다. S90은 무한경쟁의 자동차 시장에서 볼보가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고급 대형 세단이다. [사진 볼보]


‘안전의 대명사’란 볼보의 브랜드 이미지는 때로 안전 이상의 매력을 원하는 소비자에겐 갈증이 될 수도 있다. 폭발적인 주행 성능, 아늑한 승차감, 매끈한 디자인, 넉넉한 실내 공간 같은 다양한 요소를 매력 포인트로 갖춘 ‘팔방미인’ 신차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안전’을 우직하리만치 강조하는 볼보의 모습이 고집스럽게 비치는 이유기도 하다.

S90 공개 대형세단 시장 진입
5년간 12조 투자한 전략 차종
연비 높이려 배기량 줄이고
130㎞ 이하선 자율주행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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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7년 스웨덴에서 탄생한 볼보는 결국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영난을 겪다 미국 포드 자동차(1999년), 중국 지리 자동차(2010년)로 주인이 바뀌었다. 그랬던 볼보가 작심하고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전략 병기는 볼보의 최고급 모델로 자리 잡을 대형 세단 ‘S90’이다. 2일(현지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볼보 본사에서 전 세계 80여 개 언론사를 초청해 연 출시 행사에서다. 이날 공개한 S90은 기존 볼보 세단 중 최상위급인 중형 세단 ‘S80’의 뒤를 잇는 승부수다. 볼보 측은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을 살리면서 시대 변화에 맞춰 진화했다고 소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5 시리즈, 도요타 렉서스 ES, 현대차 제네시스 등을 경쟁차로 꼽았다. 가격대도 이들 차량과 비슷한 6000만~9000만원대에서 책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시장엔 내년 하반기 중 선보인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볼보가 기존 S80보다 고급화한 S90 모델을 선보인 것은 높은 시장성 때문이다. 2010~2014년 연평균 대중차 브랜드 판매 증가율은 6%였지만 고급차 브랜드는 10.5%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도요타 렉서스처럼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칸 사무엘손(64) 볼보 회장은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S90은 최근 5년간 110억 달러(약 12조 8000억원)를 투자해 볼보 브랜드를 재탄생시킨 결실”이라며 “볼보만의 스칸디나비안식 실용주의를 접목한 신차로 최고급 세단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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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90은 연비를 높이기 위해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다운사이징’ 추세에 올라탔다. 2000cc급 가솔린·디젤·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선보였다. 그는 “친환경 터보 엔진을 적용해 S80과 같은 배기량인 데도 힘은 10~20%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기술도 한 단계 진화했다. 차간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앞차를 따라가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에서 한 단계 나아가 시속 130㎞ 이하의 속도에선 앞차가 없어도 차선을 이탈하지 않고 자율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을 최초로 적용했다.

 외형은 볼보 디자인의 상징인 옆면을 가로지르는 둥근 어깨선에 각을 세우는 식으로 변화를 줬다. 실내 인테리어는 기존 보수적인 디자인에서 ‘반 발짝’ 앞서 나갔다. 돌려서 시동을 거는 다이얼식 시동 버튼이나 에어컨 세기를 조절하는 스위치가 정면에서 볼 땐 밋밋하지만 실제 손에 닿는 부분은 크리스털처럼 반짝거리고 오톨도톨한 촉감의 소재로 가공한 식이다. 내비게이션과 공조장치를 한 화면에서 모두 다룰 수 있도록 거의 모든 버튼은 앞좌석 가운데 터치 스크린에 집어 넣었다.

 1959년 어깨와 엉덩이 옆 양쪽을 잇는 방식의 3점식 안전벨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볼보의 안전 DNA는 그대로 물려받았다. 2009년 역시 세계 최초로 선보인 ‘시티 세이프티’(앞차·보행자·자전거 등을 탐지해 긴급 제동) 기능엔 큰 동물을 인식해 멈추는 동물 탐지 기능을 추가했다. 그는 “2020년까지 주행 중 죽거나 중상 당하지 않는 차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S90 출시는 가격 대비 성능 좋은 차만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볼보의 위기감이 깔려 있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가 최근 발표한 ‘2015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볼보는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39위와 74위에 각각 올랐다. 도요타는 6위, BMW·벤츠의 순위는 각각 11위와 12위였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볼보조차 숨가쁘게 바뀌고 있을 정도로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인식이 자동차 업계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며 “최상위권 자동차 업체 간 기술력은 일정 수준에 올라 차별화하기 어렵다. 제품력에 브랜드 가치를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테보리=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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