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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샌버너디노 총기난사 테러행위로 수사"

중앙일보 2015.12.0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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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경찰이 전날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경찰은 범인 파룩 부부의 차량 안에서 발견한 소총과 집 안에 있던 소총 탄약 등을 공개했다. [샌버너디노 AP=뉴시스]


미국 수사당국이 로스앤젤레스(LA) 동부 샌버너디노 총기난사 사건이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테러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수사 결과 이번 사건이 외국 테러단체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테러 공격일 가능성이 있어 FBI가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드 파룩(28)과 부인 타시핀 말릭(27)은 지난 2일 사회복지시설에서 열린 샌버너디노 카운티 보건위생과 직원들의 행사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14명을 숨지게 하고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사망했다.

FBI, IS 등 외국테러 단체 관련 가능성 시사
핵심인물 말릭, 페북서 IS 지도자에 충성 맹세
NYT, 95년 만에 1면 사설로 총기규제 역설


말릭은 이번 테러의 핵심인물로 꼽힌다. FBI는 말릭이 IS 지도자에게 충성서약을 했다는 단서를 잡고 IS와의 연계성을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NYT 등 미국 언론들은 "말릭이 가명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서약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파룩과 말릭의 자택에선 파이프 폭탄 12개와 실탄 5000여 발, 폭발물 장치 수백여 개가 발견됐다. 이들이 도주에 이용한 차량에서도 자동소총 2정과 권총 2정, 실탄 1600여 발이 나왔다. 제러드 버건 샌버나디노 경찰국장은 "범인들은 총기난사 현장에서 65∼75발을 발사했으며, 경찰과의 총격전에서도 최소 70발 이상을 사용했다"며 "차 안에 자동소총 실탄 1400발과 권총 실탄 200발을 보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사당국은 또 이들 부부의 집 근처 쓰레기통에서 파룩의 것으로 보이는 파손된 휴대전화 2대를 발견했으며 e메일이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3일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IS테러가 발생한 지 불과 3주 만에 IS와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는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져 미국에서는 테러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IS의 주도로 계획됐다는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테러 조직을 추종하는 범인들이 자발적으로 저지른 '자생 테러'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본거지를 둔 IS는 올 초 전술을 바꿔 서방의 추종자들에게 시리아 내전에 참전하기보다는 각자 거주하는 국가에서 테러 등 폭력행위에 적극 가담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파룩과 말릭은 FBI 등의 감시망에 올랐던 인물들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말릭은 '약혼자 비자'로 불리는 K-1 비자를 받아 손쉽게 미국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말릭은 2014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파룩을 만났다. 말릭이 파룩을 미국 입국을 위한 도구로 여기고 접근, 포섭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5일 NYT는 1920년 이후 95년 만에 처음으로 1면에 사설을 싣고 총기규제를 강화를 역설했다. 신문은 "민간인이 잔혹하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살인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된 무기를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격분할 일이며 국가적 수치"라고 주장했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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