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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외침 LOUD] 지하철 좌석 밑에 스티커 붙이니…'쩍벌남''다꼬녀' 이젠 안녕

중앙일보 2015.12.0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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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와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는 올 한 해 '작은 외침 LOUD'를 통해 일상 속 잘못된 관행과 습관을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거대 담론만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일상의 문제를 시민의 손으로 바로 잡기 위해서 입니다. 정부, 지자체, 기업 뿐 아니라 LOUD의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분들이 동참의 뜻을 밝혔습니다. 스물 네 번째 LOUD는 여러분의 아이디어로 꾸며봤습니다. 지하철에서,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세상을 바꾸는 시민들의 작은 외침을 만나보시죠.

작은 외침 LOUD(24) 시민들이 주도한 LOUD 프로젝트
다리 쫙 벌리거나 꼬고 앉아
불편 끼치는 '민폐 승객' 겨냥해
발판 스티커 제안한 대학생들
"말하기 불편한 이야기
스티커가 대신해 좋아요"
여성 승객에게 인기 만점


올해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새롭게 등재된 '맨스프레딩(manspreading)'이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대중교통에서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아 옆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라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대중교통 승객들의 맨스프레딩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미국 뉴욕 경찰은 지하철 좌석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는 이유로 승객 2명을 체포해 적절성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맨스프레딩과 같은 뜻의 속어가 이미 오래전부터 쓰이고 있습니다. 바로 '쩍벌남'입니다. 그리 넓지 않은 지하철 좌석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있으면 옆 사람은 도리 없이 비좁게 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승객들에게도 그리 유쾌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쩍벌남과 함께 대표적인 지하철 민폐 승객으로 꼽히는 사례가 또 있습니다. '다리를 꼬고 앉은 여자'라는 뜻의 '다꼬녀'입니다. 지하철 좌석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있으면 옆에 앉은 사람도, 앞에 서 있는 사람도 발에 채이지는 않을까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부 김수진(52)씨는 "불편한 마음에 한마디 하고 싶지만 혹시나 해코지를 당할까봐 차마 말하지는 못하겠더라"고 말했습니다.

LOUD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생 홍지요씨가 친구들과 함께 제안한 '오렌지 하트 스티커'를 활용해보기로 했습니다. ING생명이 '일상 속 행복을 선물하는 넛지 마케팅'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 금상 수상작입니다. 긴 타원 두 개가 겹쳐져 하트 모양을 연상케 하는 스티커에는 '하트 위로 발 모으면 더 행복한 지하철'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홍씨는 "시선을 끄는 오렌지 색 하트 스티커에 자연스럽게 발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며 "두 발을 모으고 앉는 행동을 통해 배려와 사랑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효과가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LOUD는 서울 메트로의 협조를 받아 2일 지하철 3호선 객차 두 칸에 오렌지 하트 스티커를 시범 부착했습니다. 스티커는 불에 타지 않는 재질로 만들었고 소방방재청의 화재안전 시험을 거쳐 소방 필증을 받았습니다. 승객들은 기대감을 표시했습니다. 직장인 윤기진(41·서울 우이동)씨는 "눈에 확 들어와서 쳐다보게 됐다"며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종철(63·서울 수서동)씨도 "스티커를 보고 자세를 한 번 고쳐 앉게 됐다"며 "다리를 벌리지는 않았는지 의식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중학생 정소현(16·서울 일원동)양은 "밝은 색깔이 마음에 든다"며 "스티커를 발바닥 모양으로 하고 글씨를 더 크게 하면 의미가 더 잘 전달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서울 메트로는 오렌지 하트 스티커를 부착한 열차를 앞으로 두 달간 시범 운행하기로 했습니다. 박익진 ING생명 마케팅본부 부사장은 "공모전을 통해 탄생한 아이디어가 LOUD를 통해 실제 구현되는 것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신용목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시범 부착 결과를 토대로 향후 지하철 전 노선 확대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골반, 척추 등의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다리를 꼬거나 지나치게 벌리고 앉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잘못된 자세가 골반이 벌어진 상태로 굳어지게 하거나 근육과 척추 변형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다른 승객 뿐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대중교통에서는 다리를 조금 모으고 앉아보는 게 어떨까요. '쩍벌남' '다꼬녀'라는 단어가 더 이상 필요없는 말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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