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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조선을 둘러싼 서구·일본의 힘겨루기…고종의 다양한 초상 속에 들어있군요

중앙일보 2015.12.05 01:09 종합 2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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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와 권력
권행가 지음, 돌베개
336쪽, 2만3000원


대통령 사진이 신문 1면을 자주 장식하는 현대에는 권력의 초상과 이미지의 정치학을 거론하는 일조차 시큰둥하다. 왕권이 살아있던 19세 후반과 20세기 초에는 어땠을까. 지금이야 조선시대 왕의 모습이 영화나 TV에 수시로 등장해 익숙하지만 당대에 임금님 얼굴을 일반 백성이 알기는 어려웠다. 구중궁궐 속 왕의 초상인 어진(御眞)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었고 그마저 남아 있는 것이 드물다. 이런 점에서 고종(재위 1863~1907)은 전통 양식 초상화에서부터 유화·사진·삽화·판화 등 역대 왕 중 가장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를 남긴 첫 사례다. 왜 그였을까.

 권행가(50) 덕성여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이에 중점을 두고 박사학위 논문 ‘고종황제의 초상: 근대적 시각매체의 유입과 어진의 변용’을 썼다. ?이미지와 권력?은 이 논문을 저본 삼아 미진했던 점을 새로 발굴된 자료로 확충한 역저다. “고종의 초상은 대한제국기 전후 서구 열강과 제국 일본이 조선을 사이에 두고 벌였던 힘의 경합이 단순히 정치적 층위뿐 아니라 시각 이미지의 재현의 층위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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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올해 미국에서 발굴한 대한제국 고종황제 초상 사진. [중앙포토]

 이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권 교수는 수백 장의 도판을 제시하고 그 이미지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책 말미에 컬러 인쇄로 붙어있는 ‘통치자의 초상을 둘러싼 이미지 정치의 탄생’은 근대 독립 국가 세우기를 염원하며 노력했던 대한제국기 고종의 발자취를 일목요연 보여준다. 저자는 고종의 초상 만들기가 실패로 끝났다고 본다. 그럼에도 국가 통치자의 사진이 정치적 담론 공간에서 변용되는 국내 이미지 활용의 역사에서 고종의 초상은 그 기원의 자리에 있다고 결론짓는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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