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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우리 사회 불평등 지켜만 볼 것인가

중앙일보 2015.12.05 00:43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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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분노해야 하는가
장하성 지음, 헤이북스
468쪽, 2만2000원


한국 청년세대의 미래에 희망은 있는가? 이 질문에 저자는 “답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3포세대’와 ‘잉여세대’를 만든 한국경제의 구조를 파헤치려는 이유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희망’ 보다 ‘논리적인 절망’이기 때문이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전작 ?한국 자본주의?(2014년 출간)에서 “우리들의 삶과 상관 없는 성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국민들에게 던졌다. 그는 대기업, 노동시장, 금융시장, 세제, 주식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한국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쳤다. 이번 책은 전작의 뒤를 이어 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들은 보통 부(富)의 쏠림을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선 한국의 불평등은 재산이 아니라 임금·고용의 격차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200년 이상 부를 축적한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지난 20년 간의 소득 불평등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불평등이 누적된 시간이 짧다는 것은 아직 불평등을 고칠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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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교수는 한국 불평등의 주원인을 재산이 아니라 소득이라고 본다. [중앙포토]

 불평등의 원인이 다르므로 해법도 달라야 한다. 저자는 정부의 복지정책을 통한 재분배보다 대기업의 원천적 분배를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자리의 4%밖에 만들지 않는 100대 기업이 이익의 60%를 가져가는 ‘승자 독식’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 스스로 비정규직을 없애고, 하청업체에 대한 납품단가를 개선하길 바라는 것은 몽상(夢想)이라고 말한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의 소득도 올라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는 허구라는 얘기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대기업은 지난 10년 간 금융위기 여파에도 성장을 이끌어왔다. 대기업 임직원들의 임금도 가파르게 올랐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쟁력을 떠받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은 대기업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노동자 3명 중 1명은 월 임금이 2인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한국의 불평등 문제는 질투심으로 인한 ‘배아픔’이 아니라 저임금으로 인한 ‘배고픔’이라는 것이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주의?는 미국과 유럽의 불평등만 분석했지 한국에 대해선 한 줄도 언급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철저하게 한국의 불평등을 논하고 있다. 그래서 공허하지 않고 실감 있게 다가온다. 저자는 단편적인 사례를 들어 분노하거나 흥분하지 않는다. 국내외 공식 통계를 인용해 냉철하게 문제점과 해법을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한국 자본주의』에서 “민주주의가 희망이다”라고 얘기했다. 이번 책에선 “청년세대가 희망이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 청년세대가 비정규직·임금차별 폐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정치 이슈로 요구해야 한다. 청년세대만이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정철근 논설위원 jcomm@joongang.co.kr


[S BOX] 점점 벌어지는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

한국은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임금 불평등이 심하다. 임금소득 상위 10%의 임금은 하위 10%의 4.7배다. 이 지표는 상용근로자 임금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임금이 아주 낮은 임시직 노동자는 빠진 통계다. 1인 이상 모든 기업의 임금을 기준으로 한 한국노동연구원 통계는 5.9배나 된다. 이는 임금 불평등이 가장 심한 미국(5.1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제가 성장하던 시대, 한국은 소득이 올라가면서 불평등도 완화됐다. 성장의 기적과 분배의 균형을 함께 이룬 셈이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80년대 중반만 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10% 미만이었다. 지금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초대기업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소득 불평등이 일자리 간 , 기업 간, 세대 간 불평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저자는 경제성장률마저 떨어져 불평등이 한국경제에 재앙을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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