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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터넷 은행 출범, ‘금융의 삼성전자’ 디딤돌 돼야

중앙일보 2015.11.30 00:50 종합 34면 지면보기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인터넷 전문 은행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금융위원회는 어제 두 컨소시엄에 예비인가를 내줬다. 금융당국이 ‘은행 라이선스’를 내준 것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3년 만이다. 인터넷 은행은 금융지형을 확 바꿔놓을 큰 변화다. 안으로는 연 10~20%의 국내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가 기대되고, 밖으로는 한국도 글로벌 핀테크(금융+기술) 경쟁에 본격 뛰어들게 된다.

 세계 500대 핀테크 기업 중 한국은 없다. 미국 374개, 영국 57개, 중국 10개 등이다. 인터넷 전문 은행은 95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세계 각국에서 50여 개가 성업 중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최강국인 한국이 이제야 인터넷 은행에 첫발을 들여놓다니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늦은 만큼 더 치열해야 한다. 그래야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한국 금융의 판을 확 바꿔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올 수 있다.

 인터넷 은행의 본질은 혁신이다. 그냥 혁신이 아니라 ‘파괴적 혁신’이다. 첨단 ICT 기술로 무장한 비금융사업자가 기존 금융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진입장벽부터 낮춰야 한다.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4% 이상 못 가지게 한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정부는 인터넷 은행에 한해 지분 한도를 50%로 높이되 61개 상호출자제한기업, 곧 재벌은 제외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불투명하다. 이런 상태로 출범한 인터넷 은행은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 혁신의 주체여야 할 ICT 기업의 손발을 묶어놓고 무슨 혁신이 이뤄지겠나.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아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유럽은 산업자본 규제가 아예 없고, 미국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25%까지 보유할 수 있다. 이대로면 산업자본 컨소시엄 방식으로 인터넷 은행에 뛰어들고 있는 중국에도 뒤질 게 뻔하다. 야당이 입장을 바꾸기 정히 어렵다면 사후 규제·감독을 더 강화하되 인터넷 은행 등 핀테크에 한해 대체 입법을 마련하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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