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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명순 여사, YS 관에 흙 뿌려지자 끝내 눈물

중앙일보 2015.11.27 02:14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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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가 26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 안장식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왼쪽 사진). 영결식장에서 오열하는 차남 현철씨(오른쪽).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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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시신 안장식이 26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됐다. 김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네 번째로 현충원에 안장됐으며 묘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과 300m가량 떨어진 장군 제3묘역 능선에 자리를 잡았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 동작구 매봉로 2가길 11번지, ‘김영삼(YS) 정치 드라마’의 주무대였던 상도동 사저. 집집마다 조기(弔旗)가 내걸린 사저 앞 좁은 골목길로 26일 오후 4시9분 검은 운구차가 천천히 들어왔다. 상도동 주민 100여 명이 국회 영결식을 마치고 출발한 운구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곱게 화장, 64년 동반자 보내
몸 불편한 장남 은철씨도
중절모·선글라스 차림 참석
현철씨 “추운날 가시나” 오열

 장손(長孫) 성민씨가 든 영정 사진 속 YS는 46년 보금자리였던 상도동 대문을 웃으며 들어섰다. 그의 마지막 귀가였다. 차남 현철씨 뒤를 몸이 불편한 장남 은철씨가 부축을 받으며 말 없이 따랐다. 공식 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던 그는 하루 종일 선글라스에 중절모를 쓰고 있었다. 안방과 거실을 둘러본 YS의 영정은 평소 즐겨 앉던 ‘ㄷ’자 모양의 소파 앞에 한동안 머물렀다. 6분 후 사저를 나온 영정은 운구차에 실려 530m 떨어진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으로 이동했다. “상도동 주민 여러분, 고맙습니다!”란 YS의 마지막 메시지가 내걸린 도서관까지 일부 주민들도 운구차를 따라 걸었다. YS는 “도서관이 문을 열면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내년 2월 예정인 도서관 개관을 끝내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상도동의 안주인 손명순 여사는 하루 종일 말 없이 남편을 보냈다. 체력 비축을 위해 전날 상도동에서 휴식을 취했던 그는 휠체어에 앉은 채 국회 영결식장에 들어섰다. 평소보다 화장이 더욱 고왔다. 1951년 이화여대 3학년 때 YS를 만나 정치 역정을 뒷바라지했던 ‘맹순이’에게 “그동안 참으로 고마웠고, 사랑하오, 이 두 마디뿐입니다”(2011년 회혼식)라는 말을 남긴 남편이었다.

 눈발이 휘날리는 영결식 내내 손 여사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오른쪽에 앉은 장남 은철씨 쪽으로 약간 고개를 숙였을 뿐 미동이 없었다. 그러다 남편의 정치 역정을 담은 영상물이 소개되는 대형 스크린을 빤히 쳐다봤다. 1987년 대선에서 YS가 대중연설을 하는 장면에서 손 여사는 처음으로 조용히 오른손을 올려 뺨에 가져가 댔다. 그러곤 휠체어에 앉은 채 국화 한 송이로 남편을 배웅했다. 주변에서 통곡 소리가 들렸지만 손 여사는 말이 없었다. 그러다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 안장식에서야 하루 종일 삼켰던 눈물이 손 여사의 뺨 위로 흘렀다. 차남 현철씨가 관에 헌화한 뒤 흙을 덮을 때였다. 손 여사는 흐르는 눈물을 재빨리 닦고는 다시 정면을 말 없이 응시했다. 안장식이 끝난 뒤 손 여사는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헉! 헉!” 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차남 현철씨는 연신 눈물이었다. 오전 10시 발인예배에서 “왜 이렇게 추운 날 하나님께서 아버님을 데려가시나”고 했던 그는 영결식에서 아버지의 영상을 보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이 흘러내리는 얼굴을 파묻었다. 분향 때는 어깨를 들썩거렸고, 한 번 터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안장식 때도 고개를 떨궈 눈물을 흘리던 현철씨는 관이 흙에 덮여 보이지 않게 되자 “아버님! 아버님!”하며 오열했다. 현철씨는 기자들에게 “아버님의 마지막 유언인 통합과 화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그 유언이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울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님을 사랑해주시고 애정을 가져주신 국민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아버님은 떠나셨지만 하늘에서라도 국민들을 지켜보고 우리나라를 위해 끊임없이 걱정하시며 지켜보실 것”이라고 했다.

 전국은 애도 분위기에 휩싸였다. 상도동에서 36년간 ‘근대화수퍼마켓’을 운영한 류숙자(61·여)씨는 “지나가다 만나면 등도 두드려주고 덕담도 해주셨는데…”라고 했다. YS의 고향마을 거제시 장목면 대계마을에선 주민 30여 명이 TV로 중계되는 영결식을 함께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강태화·정종문 기자, 거제=위성욱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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