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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원전비리 재판, 68명 실형 총 253년9개월 받아

중앙일보 2015.11.27 01:19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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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원전 3기가 안전 문제로 가동을 멈추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원 조사 결과 원전에 납품되는 케이블 등 부품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한 사건
부산 임주혁 판사, 재판 결과 분석
뇌물수수, 문서 위·변조 등 혐의
진행 재판 106건 중 71건 선고

 곧바로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원전비리 수사단이 꾸려졌다. 동부지청은 한 해 전부터 원전 관련 비리를 수사해 오던 터였다. 수사는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에서 출발했지만 대기업이 연관된 납품 비리가 드러났고 전 정권 고위층의 측근까지 연루된 사실도 밝혀졌다.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은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그들의 사법처리 결과는 어땠을까.

 최근 부산지법 동부지원 임주혁 판사가 원전비리 재판 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3년 6월 21일부터 2015년 11월 13일까지 2년 5개월간 모두 106건(약식재판 제외)에 대한 원전 비리 재판이 있었다. 이 중 71건이 선고됐고 나머지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160명(법인을 제외한 개인)이 재판에 넘겨져 68명이 실형을 받았다. 이들의 형량을 합치면 징역 253년9개월이다. 벌금은 54억8400만원, 추징금은 48억9400만원이다. 반면 한수원은 이들의 범죄로 1939억3000만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범죄 유형은 뇌물수수, 성적서 등 문서 위·변조, 사기, 업무방해나 횡령·배임 등이다. 뇌물 수수는 한수원 송모(50) 부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2013년 6월 18일 시험성적서 위조를 지시한 송 부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6억여원에 달하는 현금과 함께 10억원에 달하는 돈의 입출금 내역이 기록된 메모를 찾아냈다.

 이후 수사를 통해 이 돈이 현대중공업에서 나온 사실이 확인됐다.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들이 2200억원대 원전 설비를 납품하려 뿌린 로비자금이었다. 결국 송 부장은 1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35억원, 현금 몰수 6억원, 추징금 43억원 등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징역 16년으로 감형됐지만 나머지는 그대로 유지됐다.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은 최고 징역 3년까지 실형을 받았다.

 시험성적서 위조 연루자들도 무더기로 실형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원전용 케이블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6개 원전에 불량 케이블을 납품한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엄모(53) JS전선 고문에게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엄씨와 함께 시험성적서 위조 등 원전 납품 비리에 연루된 JS전선과 새한티이피 등의 임직원 9명도 징역 2년6개월~4년의 실형을 받았다.

 이외에도 이명박 정부의 권력 실세로 ‘왕차관’으로 불리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징역 6개월을 선고받는 등 정·관계 인사까지 사법 처리됐다. 이들이 주고 받은 뇌물액은 모두 34억1400만원이었다.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분량도 1571장이나 됐다. 임 판사는 “원전 비리 판결이 우리 사회에 관행이란 이름으로 행해졌던 부조리의 사슬을 끊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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