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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곳만 남았네, 7080 라이브 카페 쉘부르·쏭아·열애

중앙일보 2015.11.27 01:14 종합 23면 지면보기
불야성을 이뤘던 장소들이 하나 둘 문을 닫았다. 이젠 옛 백마역의 낭만을 이어받은 고양시 애니골에 단 하나, 미사리에는 두 곳만 남았다. 1970~80년대 대학에 다닌 세대들이 즐겨 찾던 라이브 카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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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윤시내·송창식·우순실의 라이브 카페 공연 모습. 애니골과 미사리에 가득했던 이런 7080 라이브 카페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막걸리와 통기타’의 상징이었던 애니골 ‘화사랑’ 역시 올해 폐업했다. [조문규 기자], [사진 열애·쉘부르]

한때 카페촌 이뤘던 애니골·미사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줄줄이 폐업
“주고객 베이비부머 삶 여유 잃은 듯”

 토요일인 지난 21일 오후 10시쯤 경기도 고양시 풍동 애니골의 라이브 카페 ‘쉘부르’. 손님 80여 명이 자리에 앉아 공연을 기다렸다. 140여 석 자리 군데군데가 비어 있다. 이내 가수 우순실이 무대에 올랐다. 히트곡 ‘잃어버린 우산’을 부르자 “앵콜”이 터졌다. 이어진 40분간의 공연. 친구와 함께 온 윤미숙(54·여·서울 홍제동)씨는 “가끔 추억을 찾아 이곳 라이브 카페에 들른다”며 “한때 애니골에 넘쳤던 라이브 카페가 이젠 여기밖에 없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다. 애니골은 예전 경의선 백마역 주변이 개발되면서 그곳에 있던 라이브 카페들이 92년부터 옮겨와 카페촌을 형성했다. 대학 시절 백마역에 갔던 70~80학번 세대들이 이곳에 찾아와 막걸리에 부침개, 또는 맥주나 커피를 홀짝거리며 70~80년대를 풍미한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을 즐겼다.

 하지만 이런 카페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전영록이 고정출연하며 명맥을 유지했던 ‘학골’마저 지난해 말 한우 전문점으로 바뀌었고, 막걸리와 통기타 문화의 대명사였던 ‘화사랑’은 올 초 아예 문을 닫았다. 그러면서 라이브 카페는 쉘부르 하나만 남게 됐다. 애니골 이석재(55) 번영회장은 “주고객이었던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한 뒤 인생 2모작을 챙기느라 삶에 여유가 없어지면서 점점 7080 라이브 카페를 찾는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들은 또 일종의 악순환에 빠지면서 문을 닫게 됐다. 손님이 줄어 수익이 감소하자 인기 가수 의 출연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카페들은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가수들을 공연에 내세웠다. 이는 손님들이 더 찾지 않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았다. 결국 카페들은 떠났고, 빈 자리는 음식점이 채웠다. 지금 애니골에는 가운데를 지나는 1.8㎞ 도로 주변에 음식점과 상점 99곳이 들어선 상태다.

 미사리도 사정이 비슷하다. 한강변을 따라 50여 곳이 늘어섰던 카페는 거의 모두 사라졌다. 지금은 송창식의 ‘쏭아’와 윤시내의 ‘열애’ 두 곳에서만 음악이 이어지고 있다.

 200석 정도 자리가 있는 두 카페는 요즘도 주말이면 만석을 이룬다. 쏭아에서는 송창식을 비롯해 양하영·위일청, 열애에서는 윤시내와 조항조·채은옥 등 과거 명성을 떨쳤던 가수들이 지금도 마이크를 잡는 게 인기 원인이다. 지난 20일 열애를 찾은 이순호(55·서울 명일동)씨는 “왕년의 명가수들을 만나기 위해 매년 서너 차례 이곳을 찾는다”며 “자리가 편안하고, 음향·조명까지 잘 돼 있 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라이브 카페의 부활을 계획하고 있다. TV에서도 7080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이 자취를 감추다시피 하면서 추억의 통기타 공연을 원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애니골에서 ‘화사랑’과 ‘뜰’을 운영했던 김원조(60)씨는 “화사랑을 함께 꾸렸던 형님과 의논해 예전보다 규모를 줄이더라도 통기타 노래에 막걸리와 파전이 어우러지는 옛날식 ‘화사랑’을 되살려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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