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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m 골목 곳곳 벽화 … 무섭던 마을이 사진 찍기 명소로

중앙일보 2015.11.27 01:09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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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의 거리’라는 테마에 맞춰 화사한 그림들로 치장한 광주시 북구 신안동의 건물 셔터문. [김호 기자]

회색빛 페인트칠이 벗겨진 채 낙서가 가득했던 창고 담벼락이 푸른 바다를 담은 벽화가 됐다. 주택과 상가의 빛바랜 철제 셔터문은 예술 작품이 담긴 캔버스로 변했다. 담벼락들은 시를 볼 수 있는 작은 정원들로 꾸며졌다. 주거 환경이 취약한 구 도심권 동네에서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재탄생한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의 골목길 모습이다.

광주 신안동 물류창고 뒷골목
범죄 잦아 주민들도 꺼리던 곳
태양광 가로등 놓고 그림 그려
시 담긴 액자, 작은 화분 설치

 광주 롯데제과 물류 창고 뒤편 골목길은 범죄 우려가 높아 주민들도 날이 어두워지면 돌아다니길 꺼렸던 곳이다. 성범죄나 빈집털이 등이 잦은 탓에 주거 여건이 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주민들도 줄을 이었다.

 이런 동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 여성가족부의 ‘여성친화도시 만들기’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다. 주민들은 우선 국비 1800만원을 지원받아 주택 17채에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했다. 여성들이 마음놓고 외출할 수 있는 치안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다. 범죄 피해가 우려될 경우 이웃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비상벨 4개도 주택가 담벼락에 부착했다.

 동네 풍경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은 마을 곳곳의 담벼락이 벽화로 변신하면서다. 주민들은 북구청에서 2000만원을 지원받아 주택들의 담에 밝은색 페인트를 칠한 뒤 꽃과 나비·사람 등을 그려 넣었다. 대규모 벽화 작업에는 광주 지역 미술학원 원장 5명과 작가들, 자원봉사 대학생 등도 참여했다.

 4개월에 걸친 작업이 끝나자 300m 구간의 골목길은 예술적 색채가 짙은 명소로 변모했다. 상어와 거북 등 바다 생물이 헤엄치는 벽화가 그려진 ‘파란 바다의 골목’, 벽에서 튀어나온 사람 형태의 조형물이 있는 ‘신기한 조형물의 골목’ 등 테마 골목길이 꾸며졌다. ‘푸른 녹색의 골목’은 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는 포즈를 취한 기린 등 동물 벽화들로 표현했으며 ‘여성 친화의 골목’은 밋밋한 벽돌 대신 그림이 그려진 아트타일로 벽들을 치장했다. ‘디카의 거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골목길엔 4개 테마에 맞춰 모두 30개의 ‘사진 찍기 좋은 지점’이 마련됐다.

 마을 가꾸기가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도 하나가 됐다. 김현자(46·여) 통장은 주민들을 설득해 45가구 전체 주민에게 “내 집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고 시가 담긴 액자와 작은 화분을 내걸어도 좋다”는 동의를 받았다. 롯데제과 측은 세운 지 20여 년이 지나 흉물이 된 회사 물류창고 담벼락을 ‘파란 바다의 골목’으로 꾸민다는 계획에 선뜻 재료비 300만원을 내놓았다.

 동네 분위기도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 이사를 고려하던 주민들 사이에선 “아름다워진 동네를 떠날 이유가 없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우연히 ‘디카의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은 작품 앞에 서서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곤 한다. 다음달 초에는 경기도 수원 지역 주민자치위원장과 동장 등 70여 명이 견학을 오기로 했다. 주민 이윤의(72)씨는 “달라진 동네 모습에 아파트로 이사 가려던 계획을 접고 살던 집을 수리하고 있다” 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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