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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중국 고도성장의 화려한 잔치는 끝났다

중앙일보 2015.11.27 00:40 종합 3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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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한국은 1960년대 초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1인당 국민소득이 2014년 2만7000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 기간 동안 개인의 실질 생활수준은 거의 20배 증가했다.

 그러나 경제 발전이 항상 순탄하지는 않았다. 경제지표로 보면 세 번의 큰 위기를 겪었다. 제2차 석유파동으로 경제성장률이 1980년에 마이너스(-) 1.7%를 기록했고 소비자 물가는 30% 가까이 상승했다. 98년에는 외환위기로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충격을 겪으면서 성장률이 마이너스 5.5%로 추락했다. 2009년에는 세계 금융위기로 성장률이 0.7%였다.

 몇 번에 걸친 큰 위기의 주요인은 외부 충격이었다. 높은 대외의존도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 해외 단기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 국제 상품가격의 빠른 상승은 항상 우리 경제의 안정 성장을 위협하는 외부의 위험 요인이었다.

 앞으로 선진국 경제가 좋아지면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년 3.2%, 2017년 3.5%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낙관적인 전망에 의존하기는 아직 이르다. 한국 경제에 또 한 번의 위기가 외부로부터 올 수 있다는 경고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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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의 위기는 중국에서 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우리 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최근 10년간 거의 2배로 늘어나서 국내총생산에서 대중국 수출 비중은 약 13%에 달한다. 중국 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우리는 감기가 걸릴 정도다.

 중국 경제가 우리에게 큰 충격을 미칠 두 가지 경로는 지속적인 중국의 성장 둔화와 재정·금융·기업의 부실로 인한 경제 위기다. 전자는 거의 확실하고 후자는 가능성은 작지만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그 충격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중국 고도성장의 두 엔진인 투자와 수출이 모두 예전만 못하다. 과잉 투자의 후유증으로 투자 수익률이 낮아져 과거처럼 국내총생산의 절반을 투자하기 어렵다. 고정투자지출의 증가폭은 몇 년째 감소했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져 과거처럼 수출이 늘기 어렵다. 올해 들어 수출은 달러 기준과 위안화 기준으로 모두 줄었다. 최근 민간소비와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졌지만 투자와 제조업이 담당하던 성장 엔진의 역할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서비스업은 제조업이나 건설업에 비해 수입을 유발하는 크기가 작아 한국 수출에 과거처럼 도움을 주지 못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13차 5개년 계획으로 2020년까지 국민의 평균 소득을 2010년 대비 2배로 올리겠다고 했다. 앞으로 재정과 금융의 추가 완화와 환율의 절하를 통해 6.5%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인구 감소, 투자율 하락, 구조 개혁과 생산성 향상의 어려움으로 앞으로 6%대의 성장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구매력의 차이를 감안해 평가한 중국의 1인당 소득 수준은 한국의 1990년 수준이다. 한국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80년대의 9.3%에서 90년대 6.3%, 2000년대 4.1%로 낮아지고 여러 번 위기도 겪었다. 중국의 앞날이 한국의 과거와 많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구조전환 과정에서 심각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지방정부들은 융자플랫폼을 통한 차입으로 지출을 많이 늘렸다. 이를 포함하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8%에 달한다. 기업 부채도 많이 늘어 국내총생산의 160%에 달해 미국의 두 배가 넘는다. 부채의 절반은 수익성이 낮은 국유 기업들이 갖고 있다. ‘좀비기업’들이 늘어났지만 구조조정은 쉽지 않다.

 당장은 중국 중앙정부의 재정이 튼튼하고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비율이 높지 않아 위기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중국 지도자들이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경기 부양을 하는 경우 정부와 기업 부채가 더 쌓이고 금융 부실로 위기 가능성은 높아진다. 앞으로 지역 간 불균형, 소득 분배의 악화로 사회·정치 불안이 커지면서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 30여 년에 걸친 중국 고도성장의 ‘화려한 잔치’는 이제 끝났다. 새로운 무대가 어떻게 꾸며질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10년간 중국은 평균 5~6%의 감속 성장을 할 것이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면서 새로운 신흥국과의 교역을 확대해 다양한 수출시장 확보에 힘써야 한다. 첨단기술 개발과 수출 경쟁력 향상에 힘써 세계 시장의 우위를 계속 확보해 나가야 한다. 서비스 부문 수출도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 우량 중소기업과 고급 부가가치의 서비스업을 육성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내수도 튼튼히 해야 할 것이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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