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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맞춤형 복지 책임 진 사회보장위원회

중앙일보 2015.11.27 00:30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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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어려운 재정여건 아래에서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 정부 말(2012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92조6000억원이었으나, 내년엔 123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31.8%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국민의 복지 체감도는 크게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원인은 다양하겠으나,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로 마련된 정책의 효율성·효과성 논란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팽창하는 수요에 대응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사회보장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추진체계가 다원화돼 있다 보니 비슷한 정책이 시행되는가 하면, 정작 복지가 꼭 필요한 분이 방치되는 일도 발생한다.

 누가 이 불균형을 해소할 것인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구현’의 사명을 띠고 탄생한 ‘사회보장위원회’가 나서야 한다. 사회보장위원회는 민간위원과 각 부처 장관으로 구성돼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사회보장체계를 조망하고 통합·조정하는 데 유리하다. 또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사회보장정책 심의·조정 권한이 있고, 관계기관은 그 심의·조정 결과에 따라야 한다. 그동안 개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복지정책의 틀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제는 사회보장위원회가 중심이 돼 그 틀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내실화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완성해야 할 때다.

 최근 사회보장위원회가 경기도 성남시의 무상공공산후조리원, 서울시의 청년배당 등의 도입 타당성을 검토하는 문제를 놓고, 일각에서는 ‘복지 축소’,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침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단편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오해다. 신설·변경 사업은 사전 협의를 통해 사업효과가 불분명한 정책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지역 여건에 맞는 사업을 설계하도록 해 효과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청년배당’ 문제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복지부와의 사전협의 절차를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 또 기존에 시행 중인 사업의 경우 유사·중복 여부를 검토해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줄이려는 것이다. 절감된 재원은 복지 사각지대에 지원하려는 것이므로 복지 축소가 아니다. 오히려 도움이 절실한 곳으로 배분되므로, 같은 돈으로 더 큰 효용을 준다는 점에서 복지 확대라고도 말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보다 체계적인 점검을 위해 사회보장제도 평가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11월 11일 열린 제11차 사회보장위원회는 사회보장의 구심점으로서 사회보장위원회의 기능강화를 다짐하고, 그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더욱이 이번 회의는 처음으로 대통령까지 직접 참석한 만큼 향후 사회보장위원회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기회가 열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회가 왔다는 건 유리해 졌다는 게 아니라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다’란 말이 떠오른다. 사회보장위원회가 명실상부한 사회보장 최고의 논의기구로서 우리나라 사회보장정책의 발전과 국민 체감도 향상에 앞장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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